KBS2 ‘조선총잡이’ 촬영 현장의 이준기(왼쪽)와 남상미

30도를 훌쩍 넘는 열기로 가득했던 어느 여름날의 오후, 충남 부여군 충화면 서동요세트장에서는 KBS2 수목드라마 ‘조선총잡이’의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한 시점에 촬영하고 있던 장면은 바로 정수인(남상미)과 최혜원(전혜빈)이 독대하는 신. 형형색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두 여인은 무더운 날씨에도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청쾌한 웃음으로 촬영장을 물 들이고 있었다.

지난 22일 오후 서동요세트장에서는 ‘조선총잡이’의 현장공개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번 기자간담회에는 제작발표회에 불참했던 최원신 역의 유오성까지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최근 ‘조선총잡이’가 전국 시청률 10%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7년 만에 재회한 이준기-남상미 커플부터, 한주완, 전혜빈, 유오성이 함께한 기자간담회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갔을까. 작품 속 호흡만큼이나 뜨겁거도 유쾌했던 그들의 촬영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이준기는 ‘조선총잡이’로 또다시 액션 연기에 뛰어들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총을 다룬다는 점이 이채롭다.
이준기: 개인적으로 액션을 재밌어하고 즐기는 편이다. ‘조선총잡이’에서는 기존의 사극 액션과 달리 좀 더 빠르고 다양한 액션을 할 수 있어 연기하면서도 몹시 흥분된다. 액션은 선이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총을 다루기가 무척 까다롭다. 촬영 분량은 적은데 특수 장치를 설치하고 이러는 게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또 그만큼 한 번에 신을 소화해야 하니까 어려운 부분이 있다.

Q. 유오성의 액션도 이에 못지않다. 특히 최근 방송분에서는 산과 물을 오가는 연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어려운 부분은 없었나.
유오성: 그 정도 액션은 시작에 불과하다. 다음 촬영분 대본을 보니까 지금까지 한 건 예비고사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하. 배우는 작품을 위한 도구니까 이 정도 액션을 소화하는 게 딱히 어렵거나 그렇지는 않다. 다만 저번에 물에 들어갔을 때는 그 물이 더러워서 힘들었다. 그런 게 고충이랄까? 하하.

Q. 사실 다수 작품에서 항상 칼을 써왔던 당신이 ‘최고의 총잡이’로 그려진다는 점도 흥미롭다.
유오성: 칼은 나름대로 합이 있어서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다. 하지만 총은 촬영도 ‘원샷 원킬’이기 때문에 좀 더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배우는 총구를 향한 시선에서 사격을 위한 것 이상의 감정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중요한 건 기계적인 장치보다도 상대를 대하는 인물의 감정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들 간의 호흡이 좋아서 연기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Q. 남상미는 ‘조선총잡이’가 첫 사극이다.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더운 날씨에 한복을 입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남상미: 그 반대다. 오히려 기성복보다도 한복이 더 편하다, 하하. 차라리 여자들은 치마 안에 운동복을 입고 촬영이 없을 때 치마를 걷어 올리면 되는데, 남자들은 그게 안 돼서 더 고생한다. 액션신을 위해 가죽 부츠까지 신으니까 바람 들어갈 틈이 없다.
이준기: 나는 여름 작품이 단골이라 별다른 고충이 없다, 하하하. 무더위에 뛰면서 땀 흘리는 게 좋다. 여름에 촬영하면 몸이 이완되는 장점도 있다. 체력이 달리니까 얼굴도 부기가 빠져서 예쁘게 나오고. 또 무엇보다도 여름 촬영은 화면 색감이 좋지 않나. 여러모로 즐겁게 촬영 중이다.

KBS2 ‘조선총잡이’의 한주완

Q. 남상미는 ‘조선총잡이’로 모처럼 통통 튀는 캐릭터를 맡았다. 아무래도 현대극과 연기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법한데, 어떤 부분에 집중하고 있나.
남상미: 이번에는 100% 대본에 입각해서 연기하고 있다. 사실 대본에도 지조 있는 아녀자의 격식 있는 톤이 아니라, 발랄하고 패기 넘치는 수인의 느낌이 담기고 있다. 그런 담대하고 진취적인 수인의 성향을 그려주시는 작가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Q. 다른 인물들이 약간 판타지적 성향이 가미된 인물이라면, 한주완이 연기한 김호경 역은 굉장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한주완: 처음에는 김병제(안석환)의 서출 연기가 감이 안 잡혔다. 내가 살아본 삶이 아니지 않나. 하지만 고민 끝에 아버지의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보자고 마음먹었다. 지난주 비로소 그 부분이 조금 드러났다. 사실 김병제가 처음부터 호경에게 나쁜 아버지는 아니었다. 신분제가 당연한 시대에도 노비였던 어머니를 면천해주고 서출인 호경을 다른 자식들과 동등하게 교육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아버지가 비겁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 그 지점에 대한 반발 심리를 그려내는 게 호경의 캐릭터를 살리는 한 수가 될 것으로 본다.

Q. 호경과 마찬가지로 혜원도 아버지 원신과 갈등을 빚는다.
전혜빈: 혜원과 원신 부녀는 과거의 아픔이 있다. 왜 아버지가 모든 걸 희생하고 나를 지키려 하는지에 대한 해답도 과거에 있다. 지금은 연정을 품은 한조(이준기) 때문에 아버지와의 갈등이 심해진 상태인데 한편으로는 그게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로맨틱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중에 혜원이 어떤 선택을 할지도 재밌는 포인트가 될 것 같다.

Q. 원신의 입장에서는 어떤가. 좌영의 사주를 받기는 했으나 사실상 ‘조선총잡이’의 실제적인 악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딸의 요구를 외면하면서까지 돈과 명예를 갈구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오성: 김좌영(최종원)이 악이고 나는 행동대장인 셈이다. 중요한 부분은 선이든, 악이든 모두가 자기 인생을 살아보려고 절박하게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딸에 대한 사랑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Q. 사건은 계속해서 터지는데 윤강과 수인의 멜로가 다소 진척이 없다는 분들도 있다. 두 사람의 케미를 보고 싶어 했던 팬들은 아쉬움도 큰 것 같더라.
이준기: 어쨌든 ‘조선총잡이’가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만큼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따라와 주신다면 충분히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또 그걸 헤쳐나가는 데서 오는 쾌감이 크지 않겠나.
남상미: 지금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게 긴장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후에는 앞서 초반부에 보여드렸던 알콩달콩한 모습들이 드러날 예정이다.

KBS2 ‘조선총잡이’의 유오성

Q. 주요 인물들의 러브라인 외에 수구파 대 개화파의 대립도 ‘조선총잡이’의 핵심 얼개 중 하나이다. 하지만 윤강의 복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이 부분이 조금 약화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유오성: 냉정히 말하자면 시대가 조금 뒤틀렸다. 사실 안동 김씨의 세도는 고종의 등장과 함께 사라지는 데, ‘조선총잡이’에서는 극의 전개상 이 부분이 조금 뒤로 밀렸다. 앞으로 임오군란, 갑신정변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등장할 거다. 물론 전체 줄거리가 윤강의 복수로 초점이 맞춰지면 극의 메시지가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큰 그림에서는 윤강의 복수도 이런 메시지의 일부다. 박윤강이라는 인물을 한 명의 ‘개인’이라기보다는 격변의 시기를 살아 나가는 ‘조선인’으로 봐주시면 좋겠다. 그 과정을 통해 2014년을 사는 분들이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고 선조들의 삶을 체감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Q. 이제 중반부를 지나 모든 인물이 서로의 실체를 인지하는 제2막이 열릴 예정이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이준기: 11회부터는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전개가 펼쳐진다. 다 찍어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하. 액션도 더 강화될 것이고, 복수를 통해서도 개인적인 감정 이상의 것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할 거다. ‘조선총잡이’ 속 인물들을 통해 그 시대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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