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뮤지션의 공연은 홍대에서만 볼 수 있을까요?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인디뮤지션들이 서울을 벗어나 지방의 여러 곳의 관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는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있는 문화공동체와 인디레이블 일렉트릭뮤즈의 싱어송라이터들이 함께 만드는 공연 시리즈입니다. 김목인, 이아립, 강아솔, 빅베이비드라이버, 홍갑, 빅포니, 투스토리 등의 뮤지션들이 전주, 군산, 대전, 제주도의 의미 있는 공간을 찾았습니다. 뮤지션과 공간이 어떤 공감을 만들었을까요? 총 3회의 연재 르포를 통해 그 이야기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지역으로 공연을 다니다 보면 처음 가본 곳임에도 낯설지 않은 거리를 만나곤 한다. 밴드가 아닌 혼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음악가인 경우 라이브클럽, 공연장이 아닌 카페, 바 또는 누군가에 의해 일궈진 문화공간에서 공연을 할 때가 많은데 이런 곳은 대부분 신시가지가 아닌 구도심 또는 원도심에 있기 마련이었다. 그래서인지 공연을 가면 어려서 자란 도시의 거리 풍경과 그리 다르지 않은, 하지만 표정은 제각각인 동네를 만나곤 했다. 지역의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공통적으로 신도심과 구도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도시가 태어나고 자라난 중심을 잊고 신도시만 열심히 개발한 덕에 도시가 원래 가졌던 성품을 잊고 덩치만 키워간다는 이야기다. 동감하는 바였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는 이런 취지에서 시작했다. 지역에서 공간을 만들고 문화를 향유하는 분들과 일렉트릭 뮤즈의 음악가가 만나 작은 공연을 만들어 보려 했다. 공연과 함께 그 지역의 문화가 시작된 구도심의 어딘가에서 어쿠스틱 라이브 영상을 촬영하기로 했다. 동네의 표정과 음악이 만나는 순간을 담으면 재밌겠다 싶었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연재 순서
1회 – 1st week 6.13(금) 전주 딥인투, 6.14(토) 군산 카페 나는섬
2회 – 2nd week 7.4(금) 대전 카페 이데,
3회 – 3rd week 7.19(토) 제주 카페 하도, 7.20(일) 제주 미예랑소극장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의 첫 무대는 전주와 군산이다. 전주는 2000년대 초반 전주 음악가들과의 인연이 닿아 자주 찾던 곳이었다. 다방밴드 출신의 성환, 라이브클럽 레드 제플린 사장님, 음악 좋아하는 이들이 자주 찾는 바 딥인투 사장님이 함께 공연을 만들었다. 양반의 도시, 한옥마을, 전주국제영화제 등으로 기억되는 전주는 조선 왕실의 뿌리이자 대사습놀이가 열리는 소리의 고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의 고장이다, 전주에 사는 외국인 음악가가 내게 서울음식은 불량식품이라고, 전주가 최고라고 했을 정도로.
강아솔, 전주 딥인투
공연이 열리는 딥인투는 전주 영화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평소에는 카페, 바로 운영되고 이따금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경기전, 객사, 한옥마을도 모두 부근이다. 시원한 커피 한 잔 대접받고 리허설을 시작한다. 와서 보니 셋 모두 고향이 다르다. 제주 출신의 아솔, 서울내기 아립, 전주 근처 익산 출신 홍갑. 유난히 지역 출신 음악가가 많은 레이블이니 고향방문 특집을 해도 되겠다 싶다. 공연 시간이 다가오자 관객들이 슬슬 입장하고 익숙한 얼굴들이 모인다. 전주에서 활동하거나 했던 음악가들이다. 이렇게 공연을 와서 일 년에 한 두 번 볼까 하지만 만나면 무작정 반갑다. 공연은 강아솔, 홍갑, 이아립 순. 도란도란 가깝게 앉은 관객과 대화하며 차분하게 공연이 진행된다. 지난 해 전주 공연에 같이 와서 레이블에 섭외되었던 강아솔은 그 때의 기억을 이야기하며 입담과 분위기 잡는 노래를 번갈아 선사한다. 익산 출신으로 전주에서 음악활동을 했던 홍갑은 고향에 온 셈이다. 맏언니 이아립은 노련하게 마지막 순서를 이끌어간다. 전주 외 지역에서 공연을 보러 일부러 와주신 분들도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사인도 하고, 촬영도 하고, 인사도 나누며 여운을 즐긴다. 전통의 불고기집에서 뒤풀이를 하고 숙소로 이동한다.이아립, 군산
이아립 - 계절이 두 번이튿날은 군산 일정이다. 공연으로 처음 방문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군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음악가 그레이(Graye)와 인디레이블 애드밸류어에서 군산의 카페 나는섬과 함께 지속적으로 공연을 만들면서 우리와 함께 한 번 공연을 만들어 보자 연락을 주었는데 시간을 못 맞추어 진행이 여의치 않았었다. 그래서 이번 투어를 만들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곳이 군산이었다.
군산은 일제 시대에 발전한 근대문화도시라고 한다. 비슷한 이유로 성장해서인지, 원도심의 모양새가 인천과 많이 비슷하다. 두 도시 모두 근대건축물이 많은 도시이기도 하다. 어쿠스틱 라이브 영상 촬영을 위해 군산 철길마을로 향했다. 그레이가 군산의 원도심의 표정이 담긴 장소로 추천해 준 곳 중 하나였다. 필드 레코딩으로 라이브를 담기에도 적당했다. 홍갑은 지난 음반에 수록했던 곡 중 리듬감이 있는 “팽이”를 선택했고, 이아립은 신작에 들어갈 예정인 “계절이 두 번”을 불렀다.
홍갑, 군산
홍갑 - 팽이뙤약볕에서 촬영이 끝나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검색에 나섰다. 공연장소인 카페 나는섬 가까이 맛집이 있었다. 거나하게 떡갈비 한 상을 해치우고 카페 나는섬에 도착했다. 카페 나는섬은 군산 개복동 원도심에 있었다. 오래된 건물들은 비어있는 곳도 제법 있었다. 외딴 섬처럼 툭 튀어나와 보이는 곳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파라다이스 같은 존재일 듯 했다. 카페 의자와 테이블을 정리하면서 리허설을 진행했다. 오래된 건물 특유의 공간의 소리가 있었다. 오늘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우라를 공유하는 행운아들이란 생각을 했다. 공연시간이 다 되어갈 때 이미 카페는 만석이었지만 뒤늦게 찾아온 관객들을 매몰차게 내칠 수는 없었다. 양해를 구하고 입석으로 맞이했다.
강아솔, 군산 나는섬
예상대로 공연은 음악과 공간이 어우러져 고유의 무드가 형성되었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이아립, 홍갑, 강아솔 순으로 진행된 공연은 누가 무슨 노래를 부르냐가 상관이 없을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공연을 마치고 왜 음반을 적게 가져왔느냐 타박도 받으며 공연의 여운을 달랬다. 군산에 들렸다가 공연 소식을 듣고 들려주신 선배 음악가님과 호사스런 뒷풀이도 했다. 그레이, 애드밸류어 대표와 군산 로컬씬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아쉬워 자리를 일어서기가 어려운 자리였다. 하루 더 군산 관광을 하겠다는 아솔과 아립을 숙소로 안내하고 귀경길에 올랐다. 다행히 투어의 첫 단추를 잘 꿰었다. 다음 순서는 대전이다.
인디뮤지션, ‘동네’와 만나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② 대전 편
인디뮤지션, ‘동네’와 만나다 ‘동네방네 작은 콘서트’ ③ 제주도 편
글. 김민규 일렉트릭 뮤즈 대표
사진제공. 일렉트릭 뮤즈
영상. 슈가솔트페퍼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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