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만의 축제가 열리는 특별한 밤. 이곳에서 한 마리의 고양이가 선택되어 고양이 천국으로 보내져 새 생명을 얻게 된다. 고양이 멍거스트랩의 사회로 진행되는 축제 한마당 속, 각양각색의 고양이가 자신을 소개한다. 바람둥이, 마법사, 도둑, 부자, 선지자 등 독특한 캐릭터를 지닌 고양이들. 바로 그때 악당 고양이 맥캐버티가 등장해 일순 긴장감이 도는데….(중략)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 ‘미스 사이공’과 함께 4대 뮤지컬로 사랑받고 있는 ‘캣츠’ 오리지널 팀이 6년 만에 내한해 세계 최정상급의 공연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란하고 몽환적인 조명아래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와 춤 그리고 노래는 객석을 환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화 그 이상의 매력
고양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색다르다. 집채 만한 쓰레기통과 온갖 쓰레기더미가 무대를 꽉 채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대 위 소품이 실제보다 최소 세배에서 열배 가량 큰데, 그건 바로 고양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해서다. 고양이로 분장한 배우들의 춤과 표현 방식도 독특하다. 여느 뮤지컬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그들의 모습 속에는 고양이의 습성이 잘 드러나 있다.
그럼 뮤지컬의 타이틀처럼, 이 공연은 진정 고양이들만의 세상을 묘사한 걸까. 답은 이 공연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로노미의 가사에 나와 있다. 고양이들 중 최연장자이자 지혜로운 그는 객석을 향해 차분히 노래한다. “여러분, 우리(고양이)를 보면서 왠지 낯익어 보이지 않습니까. 인간 세상의 모습 같지 않습니까.” 가슴 저미는 내용의 노래에 열렬한 박수로 응답하는 객석. 명성 그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는 뮤지컬의 진수를 바로 ‘캐츠’에서 느끼는 순간이다.
시인 T.S. 엘리엇의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원작으로 한 이 뮤지컬을 영화화한 작품은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다만 ‘캣츠’와 유사하게 다양한 캐릭터를 지닌 많은 등장인물이 나오는 영화가 있으니, 바로 폴 해기스 감독의 ‘크래쉬’(2004)다. 산드라 블록, 맷 딜런, 브랜든 프레이저, 탠디 뉴튼 등 무려 10여명이 넘는 스타들이 나와서 펼치는 극을 보면 ‘캣츠’의 내용과 아주 흡사하다. 뮤지컬 속 고양이들의 세상이 바로 인간군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다만 내용상 차이가 있다면, 영화에선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뮤지컬에선 이분법적인 구도 속에서 해피엔딩이라는 것.
이제껏 본 뮤지컬 중 최고의 작품, ‘캣츠’. 이 공연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메인 뮤직넘버 ‘메모리’를 여러 차례 부르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 부분이다. 특히 정확한 발음의 한국어로 노래를 부르는 대목에선 관객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느껴졌고, 매혹적인 고양이 그리자벨라 역의 에린 코넬이 각기 다른 음색으로 부르는 노래는 그녀의 뛰어난 가창력을 새삼 확인했다. 또한 1막 초반에 나오는 고양이들의 탭댄스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색다른 버전처럼 보였고, 바람둥이 고양이 럼 텀 터거가 섹시한 몸동작을 하자 이에 암고양이들이 울부짖는(?) 장면은 웬만한 코미디영화 이상의 폭소를 이끌어냈다.
이 뮤지컬이 여느 공연과 차별화되는 건 무대와 객석 그리고 공연과 인터미션의 경계가 없다는 점이다. 공연 내내 심지어 인터미션 중에도 객석 여기저기를 누비고 다니는 고양이들을 보면, 관객이 객석이 아닌 무대 안에 있는 것 같은 분위기를 느끼고 일종의 동참의식(?)까지 발동하는 것 같다.
끝으로 이 공연은 두 번 이상 관람해도 새로운 느낌을 얻을 듯.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자기 차례가 아닐 때도 무대 구석구석에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기 때문이다. 같은 장면임에도 어느 고양이를 주목하는가에 따라 전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뮤지컬 ‘캣츠’의 또 다른 매력이다.
씨네컬은 시네마(Cinema)와 뮤지컬(Musical)을 합성한 말로, 각기 다른 두 장르를 비교 분석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편집자주>
글. 문화평론가 연동원 yeon04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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