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무대인사를 시작하는데, 가자마자 100만 돌파에 감사하다고 해야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집에서 기사들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었어죠."
배우 박훈이 영화 '하얼빈'의 100만 돌파 소식에 뜻깊은 마음을 표했다.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125만 명을 기록했다. 크리스마스 하루에만 84만 명 이상을 모았다. 이는 '아바타: 물의 길'(크리스마스 당일 77만 2960명)의 스코어를 제친 기록으로, 팬데믹 이후 크리스마스 당일 최고 관객수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 그리고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박훈은 "저는 '하얼빈'이라는 영화가 시 같았다"라고 말했다.
"소설같은 영화도 있고 웹툰같은 영화도 있잖아요. 만화책을 볼 때는 편하고 소설을 볼 때는 조금 더 어렵지만 상상하게 돼요. 시는 익숙하지 않지만 보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어요. 다 다르죠. '하얼빈'은 시같은 영화로 느꼈어요. 내 연기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박훈은 머리를 삭발하고 흉터 분장으로 흉악하고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박훈은 "외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과 내가 내 눈으로 믿을 수 있는 다른 얼굴이 필요했다"라고 짧은 머리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어떻게 또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두피 문신하는 곳에 가서 이마 라인을 다 바꿨다. 지금도 남아있다"라고 전했다.
"연기 못하는 사람들이 이래요. 내 눈으로 봐도 믿겨야 (연기를) 하는 거죠. 연기 잘하는 사람들은 상상만으로도 다해요. 하하. 감독님도 만족하시고 저도 제가 가지지 않았던 얼굴이라 좋았어요. 영화를 보니 잘한 일 같아요. 반항의 상징으로 머리를 깎거나 고시 공부를 할 때 머리를 깎잖아요. 캐릭터가 과몰입된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하얼빈'은 몽골, 라트비아에서 해외 촬영을 진행했다. 라트비아에서 박훈이 걸어다니면 현지인들이 박훈의 강렬한 인상 탓에 피해다녔다고 한다.
"라트비아에 동양인들이 많지 않고 저도 지금보다 벌크업돼 있었어요. 제가 스킨헤드로 다니니까 무서워하더라고요. 하하. 제가 모자를 계속 쓰고 다녔는데, 모자를 벗고 다니는 날엔 사람들이 저를 피했어요. 갈라졌죠. (유)재명 선배님, (조)우진 선배님, 감독님도 웃으셨어요. 그 분들 입장에선 동양인이 잘 없는 서양의 어떤 마을에 동양인이 그러고 다니면 무서웠겠죠. 흉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나 봐요. 착하게 하고 다니려고 많이 웃고 다녔어요.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극 중 모리 다쓰오는 일본 제국주의에 심취한 인물. 신아산 전투에서 패배 후 전쟁포로로 붙잡히지만 안중근의 선의로 풀려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모멸감에 휩싸여 안중근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박훈은 "그렇지 않았던 대사도 '안중근은 어딨나'고 바꿨다"라며 대사를 수정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보통은 빌런이 세서 무언가를 압도하고, 주인공은 산전수전 겪으며 빌런을 물리쳐요. 모리 다쓰오는 이미 초반에 잡히죠. 통상 오락영화에서 다루는 빌런과는 다른 구조의 빌런이에요. 이 역할이 어떤 역할이냐를 고민했을 때, 그 당시의 일본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안중근을 원초적으로 쫓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안중근의 마음속에 있던 정신, 혼은 어딨는가, 내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사도 '안중근은 어딨나'고 바꿔달라고 한 거죠. 안중근에 집착하는 모리 다쓰오의 행동에서 대륙에 집착하는 일본의 행태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박훈은 현빈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 이어 이번 '하얼빈'까지 세 번이나 연기 호흡을 맞췄다. 감독들은 모르고 캐스팅했던 터라 세 작품에 같이 출연하게 된 건 공교롭게 일어난 일이라고. 박훈은 "현빈에게 멋지게 한번 해보자고 하면서 전화했다. '자네하고 나하고 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달려보자'고 했다. 잘해온 것 같다"라며 뿌듯해했다. 박훈은 영화 홍보차 출연한 웹 예능에서 '하얼빈' 촬영 마지막 날 현빈이 눈물 흘리는 걸 목격했다고도 이야기했다.
"부담이 됐을 겁니다. 위인을 다루는 이야기는 어려워요. 저도 실존인물을 연기해본 경험이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심하게 부담됩니다. 그 과정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을 거예요. '많은 걸 감내하고 있었구나' 싶었죠. 웃으면서 마무리했어요. 잘 버텨줬죠. 저도 현빈 씨가 연기한 걸 많이 봤잖아요. 현빈 씨는 저보다 매체 연기를 오래한 사람이니까요. 현빈 씨가 안중근을 연기한 걸 보면서, 현빈 씨에게 다음 챕터가 열린 느낌을 받았어요." '하얼빈'은 안중근과 함께 그의 동지인 이창섭(이동욱 분), 공부인(전여빈 분), 김상현(조우진 분), 우덕순(박정민 분), 최재형(유재명 분) 등의 이야기를 함께 그린다. 그러면서 그 시대 독립군들의 삶과 고뇌를 보여준다.
"안중근은 조선의 혼, 이창섭은 조선의 투쟁, 공부인은 조선의 한, 김상현은 조선의 과오를 상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걸 위해 달려갈 것이냐' 생각했어요. 저는 단순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 인물들이 무엇을 대변할지 생각해봤죠."
박훈은 이번 영화에서 "작은 한 걸음이 느껴졌다"며 남다른 의미를 되짚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에 대해 박훈은 "그 일로 말미암아 다른 행동들이 일어났다"라며 "힘겹게 시작점에 내딛는 작은 한걸음. 멋진 작품이다. 그 인간적인 작은 한걸음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닌 영웅이 되어진 사람입니다. 대본을 받았을 때 힘겹게 한발짝을 걸어간다는 첫 줄부터 좋았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배우 박훈이 영화 '하얼빈'의 100만 돌파 소식에 뜻깊은 마음을 표했다. 24일 개봉한 '하얼빈'은 개봉 이틀 만에 누적 관객 수 125만 명을 기록했다. 크리스마스 하루에만 84만 명 이상을 모았다. 이는 '아바타: 물의 길'(크리스마스 당일 77만 2960명)의 스코어를 제친 기록으로, 팬데믹 이후 크리스마스 당일 최고 관객수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안중근과 그의 동지들, 그리고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박훈은 "저는 '하얼빈'이라는 영화가 시 같았다"라고 말했다.
"소설같은 영화도 있고 웹툰같은 영화도 있잖아요. 만화책을 볼 때는 편하고 소설을 볼 때는 조금 더 어렵지만 상상하게 돼요. 시는 익숙하지 않지만 보다 보면 느껴지는 게 있어요. 다 다르죠. '하얼빈'은 시같은 영화로 느꼈어요. 내 연기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함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죠." 박훈은 머리를 삭발하고 흉터 분장으로 흉악하고 강렬한 인상을 완성했다. 박훈은 "외형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과 내가 내 눈으로 믿을 수 있는 다른 얼굴이 필요했다"라고 짧은 머리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또한 "어떻게 또 다른 느낌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두피 문신하는 곳에 가서 이마 라인을 다 바꿨다. 지금도 남아있다"라고 전했다.
"연기 못하는 사람들이 이래요. 내 눈으로 봐도 믿겨야 (연기를) 하는 거죠. 연기 잘하는 사람들은 상상만으로도 다해요. 하하. 감독님도 만족하시고 저도 제가 가지지 않았던 얼굴이라 좋았어요. 영화를 보니 잘한 일 같아요. 반항의 상징으로 머리를 깎거나 고시 공부를 할 때 머리를 깎잖아요. 캐릭터가 과몰입된 모습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기에 좋았던 것 같아요."
'하얼빈'은 몽골, 라트비아에서 해외 촬영을 진행했다. 라트비아에서 박훈이 걸어다니면 현지인들이 박훈의 강렬한 인상 탓에 피해다녔다고 한다.
"라트비아에 동양인들이 많지 않고 저도 지금보다 벌크업돼 있었어요. 제가 스킨헤드로 다니니까 무서워하더라고요. 하하. 제가 모자를 계속 쓰고 다녔는데, 모자를 벗고 다니는 날엔 사람들이 저를 피했어요. 갈라졌죠. (유)재명 선배님, (조)우진 선배님, 감독님도 웃으셨어요. 그 분들 입장에선 동양인이 잘 없는 서양의 어떤 마을에 동양인이 그러고 다니면 무서웠겠죠. 흉기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이었나 봐요. 착하게 하고 다니려고 많이 웃고 다녔어요. 그런데 그게 더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극 중 모리 다쓰오는 일본 제국주의에 심취한 인물. 신아산 전투에서 패배 후 전쟁포로로 붙잡히지만 안중근의 선의로 풀려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모멸감에 휩싸여 안중근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박훈은 "그렇지 않았던 대사도 '안중근은 어딨나'고 바꿨다"라며 대사를 수정한 비하인드를 털어놨다.
"보통은 빌런이 세서 무언가를 압도하고, 주인공은 산전수전 겪으며 빌런을 물리쳐요. 모리 다쓰오는 이미 초반에 잡히죠. 통상 오락영화에서 다루는 빌런과는 다른 구조의 빌런이에요. 이 역할이 어떤 역할이냐를 고민했을 때, 그 당시의 일본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안중근을 원초적으로 쫓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안중근의 마음속에 있던 정신, 혼은 어딨는가, 내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사도 '안중근은 어딨나'고 바꿔달라고 한 거죠. 안중근에 집착하는 모리 다쓰오의 행동에서 대륙에 집착하는 일본의 행태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박훈은 현빈과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 이어 이번 '하얼빈'까지 세 번이나 연기 호흡을 맞췄다. 감독들은 모르고 캐스팅했던 터라 세 작품에 같이 출연하게 된 건 공교롭게 일어난 일이라고. 박훈은 "현빈에게 멋지게 한번 해보자고 하면서 전화했다. '자네하고 나하고 하는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끝까지 달려보자'고 했다. 잘해온 것 같다"라며 뿌듯해했다. 박훈은 영화 홍보차 출연한 웹 예능에서 '하얼빈' 촬영 마지막 날 현빈이 눈물 흘리는 걸 목격했다고도 이야기했다.
"부담이 됐을 겁니다. 위인을 다루는 이야기는 어려워요. 저도 실존인물을 연기해본 경험이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심하게 부담됩니다. 그 과정이 한 번에 무너져 내렸을 거예요. '많은 걸 감내하고 있었구나' 싶었죠. 웃으면서 마무리했어요. 잘 버텨줬죠. 저도 현빈 씨가 연기한 걸 많이 봤잖아요. 현빈 씨는 저보다 매체 연기를 오래한 사람이니까요. 현빈 씨가 안중근을 연기한 걸 보면서, 현빈 씨에게 다음 챕터가 열린 느낌을 받았어요." '하얼빈'은 안중근과 함께 그의 동지인 이창섭(이동욱 분), 공부인(전여빈 분), 김상현(조우진 분), 우덕순(박정민 분), 최재형(유재명 분) 등의 이야기를 함께 그린다. 그러면서 그 시대 독립군들의 삶과 고뇌를 보여준다.
"안중근은 조선의 혼, 이창섭은 조선의 투쟁, 공부인은 조선의 한, 김상현은 조선의 과오를 상징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내가 어떤 걸 위해 달려갈 것이냐' 생각했어요. 저는 단순화하는 걸 좋아합니다. 이 인물들이 무엇을 대변할지 생각해봤죠."
박훈은 이번 영화에서 "작은 한 걸음이 느껴졌다"며 남다른 의미를 되짚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에 대해 박훈은 "그 일로 말미암아 다른 행동들이 일어났다"라며 "힘겹게 시작점에 내딛는 작은 한걸음. 멋진 작품이다. 그 인간적인 작은 한걸음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닌 영웅이 되어진 사람입니다. 대본을 받았을 때 힘겹게 한발짝을 걸어간다는 첫 줄부터 좋았어요."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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