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아인이 이선재와의 작별을 시작하고 있다

배우 유아인이 이선재와의 작별, 그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의 감정을 글로 쏟아냈다.

유아인은 JTBC 드라마 ‘밀회’ 종영 이후인 1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의 장문의 글로 이선재와의 작별을 고했다.

그는 “뜨거웠던 월화가 지나고 수요일 아침이네요. 밀회가 아닌 또 다른 일터로 향하는 출근길이랍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 봄날처럼 밀회에 대한 감각들이 다른 일상으로 무뎌질까 두려워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조금 이른 종영 소감을 적습니다”라는 아쉬움으로 작별의 글을 시작했다.

이어 “‘상류사회의 인간이 되리라’ 살아왔던 혜원. ‘저를 불쌍하고 학대하게 만든 건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살면서 저도 기억할 수 없을만큼 많은 사람들한테 상처와 절망을 줬겟죠. 그래서 저는 재판 결과에 승복하려고 합니다’ 고해한 혜원. 범법에 앞서 스스로를 기만하며 오랜 세월을 보낸 혜원이 속죄하고 자신의 진정한 주인으로 첫발을 딛는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 저는 어쩌면 선재가 천재이기 보다는 천사에 더 가까운 인물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세상 모든 오혜원들의 영혼을 비추고 구원하는 거울 같은 존재 말이죠”라며 그가 연기한 선재에 대한 이해를 말했다.

유아인은 “TV드라마는 고단한 일상을 위로하는 모두에게 가장 쉽고 친숙한 오락이고, 인생과 인간의 면면을 담아내며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라며 “선재를 연기하며 아주 솔직한 굴곡의 거울이 되고 뒤틀리지 않은 통로가 되어 시청자 여러분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배우로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었습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자신 역시 화면 앞에서 가슴 졸이며 드라마를 즐긴 시청자였다고 말하며 “한 켠에선 선재가 돼 거울 앞에 서서 참된 인간과 진정한 삶이란 무엇일까 질문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라며 드라마를 통해 인생관을 새롭게 쓴 많은 애청자들 중 한 명이었다고 했다.

“내가 욕망하고 가진것들로부터 스스로를 노예로 만들 것인가. 내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가치있는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 유아인. “너무 무겁고 진지해서 때로는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하지만 2014년의 봄은 한 평생, 그리고 매 순간을 점검하고 몰두하며 풀어내야 할 그 숙제를 확인하고 희미하게 가져왔던 정답들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라는 말에서 그가 안판석PD 그리고 정성주 작가가 빚어낸 ‘밀회’의 세상 속 최후의 희망에 이르는 길에 비슷한 고민을 해왔고 비슷한 결론을 내렸음을 알려줬다.

유아인은 또 “불륜은 파국을 맞았고 사랑을 꽃을 피웠고 혜원은 이제서야 두 다리를 쭉 뻗고 잠에 들었습니다. 선재의 마지막 대사 ‘다녀올게요’ 최고의 해피엔딩이라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라며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자신의 인상을 전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밀회’의 영광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다. “예술의 통속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드라마라는 현실적인 시스템 안에서 풀어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요”라며 “대놓고 어루만지거나 불쑥 던져놓기 녹록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그 경지를 보여주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구요.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고 드라마라는 기법으로 이 모든 과정을 흥미롭고 진득하게 풀어내며 ‘밀회’의 세계를 창조한 강직한 어른, 안판석 감독님, 정성주 작가님. 넉넉한 여유와 진정성을 보여주신 두 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를 보냅니다. 그 세계에서 충분히 기민하게 움직하지 못한 순간들이 떠올라 아쉽고 송구스럽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동료 배우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용건 선배님을 비롯한 모든 선후배 배우 여러분과 스탭분들, 같은 세상에서 숨 쉴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최고의 파트너 김희애 선배님, 감사합니다. 볼이 뜯기고, 무섭게 혼이 나도 기분 참 좋았답니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드라마 ‘밀회’를 솔직하게 끝까지 즐기며 최고의 사랑을 보내 주신 시청자 여러분. 이제 손 발 펴고 안녕히 주무시길. 또 만나요”라고 했다.

유아인은 현재 류승완 감독의 영화 ‘베테랑’을 이어 촬영 중이다. 연이은 강행군 속에 그는 이선재를 벗기 전에 또 다른 인물이 되어 있지만, 아직 그의 마음 속에는 선재가 머물러 있는 듯 하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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