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상영 시간에 늦을까봐 택시까지 타고 왔는데, 광고를 20분이나 틀더라고요. 광고 보려고 택시를 탄 게 아닌데, 괜히 도로에 엄한 돈만 날랐어요.” 상황은 다르지만 ‘상영 전 광고’ 때문에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한 사법연수생이 “반강제적으로 광고를 보게 하는 것은 계약위반”이라며 “원하지 않는 광고를 본 10분간의 정신적·시간적 손해를 배상하라”고 CGV를 상대로 소송까지 낸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영화관이 순수 시네마천국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다 옛말이다. 멀티플렉스 시대, 영화가 오락이 된 시대, 그리고 영화 관람객 2억 명 시대.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극장이 돈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다. 영화관이 광고주들에게 아주 탐나는 공간이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스크린에 상업 광고가 흘러넘치는 것은?
# 극장 수익의 노른자, 광고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의 발표에 따르면 영화 시작 전 광고 시간은 CGV가 평균 14분, 롯데시네마가 10.4분, 메가박스 8.2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 한편의 상영 시간이 2시간 안팎임을 감안하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관객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극장이 광고를 포기 못하는 이유는 당연히 ‘쩐’이다. 2012년도 기준, 영화관 전체 매출액의 가장 큰 비중(66.3%)은 티켓 판매에서 나왔다. 광고 매출의 비중은 10.5%였다. 단순 수치에 속으면 안 된다. 영화관 입장에서 10.5%면 어마어마한 비중이다. 티켓 매출액의 절반가량은 배급사에 뚝 떼어 줘야 하지만, 광고판매 매출액은 고스란히 자사 통장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광고가 극장 수익의 노른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지난 3월 방송된 ‘불만제로’ 캡처 + 대부업체와 성형 광고
문제는 극장 광고비가 극장 입지조건과 유동인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이다. 몇 번 상영됐고, 몇 명의 관객이 봤는지에 따라 광고비는 달리 책정된다. 상영시간에 가까운 광고 일수록 관객 집중도가 비례하기에 단가는 더 올라간다. 그러니까,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저예산 독립영화보다 더 크고 더 화려하고 더 많은 스타가 나오는 상업영화를 부르짖는 내막 뒤에는 광고가 적지 않은 크기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전체관람가 상영관에 성형광고, 대부업체 광고 버젓이 등장
영화관 광고의 또 하나의 문제는 부적절한 광고 범람이다. 영화 상영 등급은 있지만 광고 상영 등급은? 어디에도 없다. 전체관람가 애니메이션 상영관에 성형광고, 대부업체광고, 속옷광고가 버젓이 상영된다. 직장인들도 짜증나긴 마찬가지다.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 “산와~ 산와~” 피곤한 일상을 피해 극장을 찾았는데, 여기에서도 돈 타령이다.
TV는 그나마 채널이라도 돌릴 수 있는데, 극장에서는 꼼짝없이 바라봐야 한다. 귀를 막아도 극장 사운드가 틀어막은 손가락을 비집고 귀로 침투한다. 소음도 이런 소음이 없다. 예술영화는 잘도 가위질 해대는 영등위는 있어도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라고 권유하는 광고를 제지하는 곳은 없다. 음주 장면이 짧게 등장하는 영화가 더 나쁜지, 성형하라며 대놓고 등 떠미는 광고가 더 나쁜지, 그리 어려운 판단도 아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이러한 불만이 나올 때마다 극장들이 방패 막으로 내세우는 것이 ‘에티켓 타임’이다. 영화 시작 전에 도착하지 못하는 관객들의 ‘코리안 타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우문과 같다. 극장들이 정시 상영을 원칙을 한다면, 지금보다 많은 관객들이 부지런을 떨며 극장을 찾을 게다. 극장들이 광고시간을 늘리니, 관객들이 늦장을 부린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가. 오늘도 제 돈 내고 광고 공해를 겪을 관객들에게 심심한 애도를 보낸다.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영화 ‘그들 각자의 영화관’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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