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나(줄리안 무어)와 빌(스티브 쿠건)은 매일 같이 싸움이다. 6살 난 딸 메이지(오나타 에이프릴)가 보는 앞에서도 부부의 싸움은 멈추지 않는다. 결국 이혼에 이르렀고, 빌과 수잔나는 각각 메이지의 보모 마고(조안나 밴더햄), 오랜 친구 바텐더 링컨(알렉산더 스카스가드)과 재혼한다. 법원의 판결로 엄마와 아빠의 집을 10일씩 오가며 생활해야 하는 메이지는 엄마, 아빠보다 오히려 마고, 링컨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이들에게서 행복감을 느낀다. 마고와 링컨은 각각 빌, 수잔나와 결별하지만, 메이지는 부모가 아닌 이들과 함께 한다. 15세 관람가, 27일 개봉.


10.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맙시다! ∥ 관람지수 7

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 스틸 이미지.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다. 알려주지 않아도,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는 어른들의 행동과 말투 등을 그대로 따라한다. 아이 앞에서 다투거나 싸우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게 뭐가 좋겠는가. 그런데 영화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의 빌과 수잔나는 이 같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같이 싸움이다. 그것도 6살 난 딸 메이지 앞에서 말이다. 영화는 그런 메이지의 눈을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담담히 지켜본다. 그리고 ‘가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관객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게 꽤 많을 듯싶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다. 어린 아이들도 자신 만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는 것을. 하지만 ‘어리니까 아직은 모를 거야’라며 애써 외면할 뿐이다. 빌과 수잔나는 메이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려하지만,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다. 아이보다 늘 자신의 일이 우선이다. 이혼 전에도, 이혼 후에도 마찬가지다. 메이지 역시 그런 부모보다 늘 함께 있어주는 마고 또는 링컨과 있을 때 더 즐거움을 느낀다. ‘낳은 정’과 ‘기른 정’, 무의미하지만 영화를 보고 있으면 문득 이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6살 메이지는 오히려 어른 같다. 부모의 다툼, 이혼 등 풍파를 겪으면서도 해맑은 미소를 유지한다. 자신의 새엄마와 새아빠를 주위에 당당히 소개하기도 한다. 메이지의 놀라운 ‘평정심’이 강조된 탓에 부모의 ‘악행’(?)이 더 도드라진다. 영화는 빌과 수잔나의 삶을 깊숙이 들어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메이지를 향한 그들의 진심을 충분히 드러내지도 않는다. 다소 극단적으로 부모를 몰아넣으면서 메이지의 시선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빌과 수잔나 vs 마고와 링컨’의 극단적 대비도 마찬가지다. 가족보다 자신의 일이 우선인 빌이나 수잔나와 달리 마고와 링컨의 우선순위는 ‘가족’이다. 마고, 링컨 그리고 메이지, 이 구성이 ‘진짜’ 가족처럼 느껴질 정도다. 친부모보다 메이지를 위하는 마음도 훨씬 더 크게 보인다. 이처럼 메이지가 부모가 아닌 마고와 링컨에게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 영화의 마지막, 수잔나는 메이지에게 손을 내민다. 그 순간 메이지에게 “수잔나가 아니라 마고, 링컨에게 가”라고 소리칠 것만 같다. 이 같은 극단적 대비는 영화가 선택한 전략이다. 다만 그 전략이 너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메이지가 알고 있었던 일’이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은 메이지 역을 연기한 아역 배우 오나타 에이프릴이다. 오나타 에이프릴은 관객을 모두 자기 편으로 만들면서 영화 한 편을 온전히 이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굴 것 같은 눈망울과 해맑은 미소는 보는 관객 마저도 스르르 넘어가게 만든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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