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의 김희애, 그녀가 연기하는 마흔 오혜원은 스무살 이선재와 사랑에 빠진다

JTBC ‘밀회’는 방송 2회만에 가장 뜨거운 드라마가 되었다. 시작은 스무 살 차이가 나는 남녀의 금지된 로맨스라는 드라마의 줄거리와 그 로맨스를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이 연기한다는 점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아내의 자격’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의 하모니도 기대를 끌어올리는 대목이 되었다. 하지만 막상 베일을 벗은 드라마는 금지된 로맨스라는 자극적인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꿈틀거리는 인간의 온갖 감정 탓에 뜨거웠다. 그리고 그 뜨거움을 연기해내는 배우들의 호흡의 온도 역시 뜨겁게 달아올라 브라운관을 넘어서도 느껴질 지경이었다.

24일 오후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밀회’의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재 7회분을 촬영 중이라고 밝힌 배우들은 잠시 오혜원과 이선재에게서 벗어나 배우 김희애와 유아인으로 취재진을 마주했다. 이들은 아직 초반이지만 달아오른 세간의 반응을 느끼고 있는 듯 했다. 최근 tvN ‘꽃보다 누나’와 영화 ‘우아한 거짓말’에 이어 ‘밀회’까지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또 한 번 자신의 시대를 열어젖힌 김희애는 관록이 느껴지는 답으로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우아함을 과시했다. 그녀는 후배 유아인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선배의 깊은 마음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20대 배우 중 상업적 성공보다는 오로지 자신의 연기적 고집으로 작품을 선택해왔다는 점에서 도드라지는 행보를 걷고 있는 유아인은 모든 답변에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또 정성껏 꺼내놓는 것에 주저함이 없었다.

드라마만큼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빤한 기자간담회는 되지않았다는 점에서 뜨거웠던 그들과의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김희애 편)

‘밀회’의 김희애가 연기하는 오혜원, 무엇이 진짜인지를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 여자다

Q. 일단 2회에 등장한 피아노 합주신이 화제가 되었는데, 연기한 배우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았나.
김희애 : 여러 번 봤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번. 내가 출연했던 작품을 한 번 이상 본 적이 없었다. 모니터를 해야하니까 보는 정도였고, 우연히 튼 TV에서 내가 나오면 놀라서 다른 곳으로 돌리고 그런 스타일인데 이번에는 한 번 더 보게 되더라. 이유는 모르겠지만, 역할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자꾸 보게 되는 그런 작품인 것 같아서 나 역시도 놀랐다.

Q. 피아노 신도 화제가 되었지만, 김희애 씨의 ‘특급칭찬이야’라는 대사도 금세 화제가 됐다. 서로에게 특급칭찬을 해준다면.
김희애 : 그런데 정말 화제가 된 것인가? 아무튼, 그 신을 하면서 (유아인의) 리액션이 신선했다. 하..칭찬이라? 너무 많다.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외적으로 보면 너무 귀엽다. 눈동자가 아기같다. (유아인 : 저, 스물아홉이에요(웃음)) 눈이 참 맑은 사람인 것 같다. 귀여운 반면에 거친 남자의 매력도 있고 피아노를 치면 또 아름다움이 있다. 다중적인 매력이 있다. 최근에 이런 매력이 있는 캐릭터가 있었나 싶기도 하다. 시청자 입장에서 봤을 때 비주얼로만으로도 아름다운데 배우같은 느낌 이 있어 너무 반갑다. 유아인 씨는 편한 기회를 선택하지 않고 배우로서 고민을 많이 하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서 후배라기 보다도 정말 상대배우를 잘 만났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20대이지만 10년 후에도 20년 뒤에도 지금처럼 자꾸 고민하고 노력해서 혼자 길을 간다면 어떤 배우가 될까 기대도 된다. 잘 가꾸었으면 좋겠다.

Q. ’아내의 자격’ 이후 다시 한 번 안판석 PD와 만나게 되었다. 어떤 이유로 안판석 PD와 꾸준히 작업하게 되었는지.
김희애 : 배우의 연기를 끌어주신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해주시고 지적해주신다. 그러면 내가 이것을 놓쳤구나 싶은 것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데 드라마의 결과는 무엇인가? 드라마의 결과는 시청률인가? 그게 다 무엇일까. 정작 우리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감독님과도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릴 때 대학교 다닐 때 라면 사먹고 힘들게 일할 때도 되게 재미있고 행복했는데 지나고나면 과정은 사라지고 만다.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의 자격’ 때도 너무 행복했다. 우리 촬영장을 찾아 어떻게 진행되는지 그 과정을 본다면 외국가서 워크샵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굉장히 실용적이라고나 할까. 풀어나가는 방식이 부담스럽지 않다. 엄청난 신을 가볍게 부담스럽지 않게 실타래 풀듯 살살 풀어주셔서 의지가 된다. 감독님 자체도 그러니 온 스태프들이 그런 스타일이다.그러니 이런 작품이 정말 잘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 ‘뭐, 안되면 어때’라는 생각도 했다. 참, ‘밀회’는 작년 4월에 작가 선생님과 이야기가 나왔엇는데, 안할 이유가 없었다.

Q. 김희애가 연기하는 오혜원이라는 역할은 꽤 파격적인 인물이다.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김희애 : 무엇때문에? 선재와의 사랑 때문에? 그런데 혜원이 처한 상황에서 아름다운 청년이자 천재적인 청년을 만나고 그 청년과 교감을 한다면 마음이 안 움직일까? 마음이 안 움직인다면 정신 테스트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극히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피아니스트 선생님들께도 여쭤보니 선생과 제자 중 남자와 여자사이에 이런 일들이 흔하다고 한다.

‘밀회’의 김희애, 기대되는 대목은 스무살 이선재와의 사랑 뿐 아니라 아티스트적 질투의 감정

Q. 오혜원에게서 발견해 볼 수 있는 감정은 선재에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질투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혹, 배우로서 후배 유아인을 질투해본 적이 있나. (김희애가 대답할 때, 유아인은 내내 고개를 푹 숙여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었다)
김희애 : 너무 예쁘게 생겼다. 골고루 다 가졌다. 연기도 잘 하고 무엇보다 배우같다. 내가 20대 때에는 정신없이 했는데, 요즘 젊은 배우들은 대단하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 그 자체로도. (유아인을) 자세히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인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것 같다. 고민도 많이 하고, 자아도 강한 사람같다. 20대 때 벌써 저러면 나중에는 얼마나 더 멋진 사람이 될까 싶다. 사실 갑자기 확 멋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쳐 그렇게 되지 않나. 그런 면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나는 20대 때 저렇게 못하고 바보 같았는데 싶기도 하고. 유아인은 한국인을 대표하는 오피니언 리더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본인이 많이 노력해야겠지만. 참, 자랑스럽고 든든하다. 그리고 샘이 나는 것은 비율? 아무렇게나 입어도 멋있다. 별로 좋은 옷이 아니더라도 입으면 비싸보인다. 그런 것이 부럽다.

Q. 최근 ‘꽃보다 누나’를 비롯해, ‘우아한 거짓말’의 흥행에 이어 ‘밀회’까지 성공시키고 있다. 이런 자신을 평가해본다면.
김희애 :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영화 ‘우아한 거짓말’ 촬영 말미에 여행 가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에 대한 좋은 느낌이 있어서 수락한 것 뿐이었다. 보이지 않는 좋은 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저 내 갈길을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영원한 것은 없다. 인기는 잠시 머무는 것 아닐까.(유아인 : 나이가 더 들면 한국의 메릴스트립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팬으로서 이런 열풍이 정말 기쁘고 앞으로도 김희애의 활동을 더 보고 싶다)

Q. 이 드라마의 결정적 한 수를 미리 공개한다면.
김희애 : 다들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 육체적인 것. 그런 것을 생각하시는데,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아시다시피, 음악하는 이들의 어두운 이면이 그려진다. 무엇보다도 클래식! 사실 잘 모르지만 그래도 클래식을 참 좋아했다. 93.1(KBS 클래식 음악 전문채널)을 듣는데, 제목도 모르면서 왠지 듣기가 좋더라. 이 드라마를 하면서 어제도 유아인 씨가 새로 칠 피아노 곡이 나와서 SNS에 올린 것을 들었는데 너무 듣기 좋더라.

Q. 혹 원하는 드라마의 결말이 있다면.
김희애 : 나 역시 무척 궁금하다. 그런데 (둘의 사랑이) 잘 될 수가 있을까? 육체적으로 결혼 이런 건 아닌 것 같다. 20대 남자가 겪어야 하는 성숙하는 과정과 40대 여자가 많은 걸 내려놔야 과정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인천=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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