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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 선배처럼 나이들고 싶어요. 꼭 배우로서만이 아닌, 인생 선배로서요.” SBS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지진희와 함께 연기한 박서준은 지진희를 ‘닮고 싶은 인생 롤 모델’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위해 들어서는 기자를 능숙하고 노련한 몸짓으로 맞는 그에게서는 늘 한결같을 것만 같은 여유로움이 읽힌다. 매 질문마다 거침없지만 뚜렷한 주관을 담은 답변을 들려주는 모습에서도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자신감을 지닌 사람만이 지닌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최근 종영한 SBS ‘따뜻한 말 한마디’의 재학 역은 그런 그의 모습이 많은 부분 투영된 캐릭터였다. “이제 인생의 전반전을 넘어선 것 같다”는 그에게서 연기와 사랑관, 삶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았다.

Q.’따뜻한 말 한마디’는 배우와 스태프들의 호흡이 유난히 좋았던 드라마로 호평받았다.
지진희: 마지막 회를 배우, 감독님과 함께 봤다. 같이 술 한잔 마시고 김지수 씨 집에 가서 같이 봤는데 키스신이 나와 좀 민망하더라(웃음). 촬영하면서 무척 즐거웠던 작품이라 마지막회도 유쾌하게 봤다. 사실 매 작품마다 사람들이나 대본 등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는데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이상하게도 모든 게 다 매끄럽게 진행됐다.

Q.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커플의 모습이 있나.
지진희: 재학과 미경 커플의 결말이 맘에 든다. 재학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그 전의 결혼생활에서 재학은 직장과 가정을 완벽히 꾸며야 하는 사람이고 미경은 그 속에서 최고의 파트너였다. 하지만 미경은 아픔이 많은 사람이었고, 그걸 극복하려는 사람이 바로 재학이었다. 그러다 서로 어느 정도 감춰놨던 감정이 드러나면서 결국 그게 불륜으로 나온 것 같다.

Q. 불륜에 대해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것 같다.
지진희: 일반적으로 ‘불륜’이라는 단어가 주는 분위기가 남녀간의 질펀한 느낌이라면 재학의 불륜은 그렇진 않았다. 서로 진정한 사랑이 뭘까를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말하자면 들키고 나서부터 시작하는 불륜 이야기였다.

지진희~3 복사
지진희~3 복사
Q. 어떤 점이 여타의 불륜을 다룬 드라마와 연기하면서 가장 달랐나.

지진희: 재학은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를 은진을 만나면서 깨달은 남자다. 일과 가정,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그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삶에 들어온 은진으로 인해 굉장한 혼돈과 아픔을 느낀다. 끊임없이 운동도 하면서 자신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들여다보는 과정을 가진다. 결국 미경이든 재학이든 사건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을 가진다. 그런 점이 다른 불륜드라마와 가장 차별화되는 포인트였던 것 같다.

Q. 결혼에 대해서도 많이 성찰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나보다.
지진희: 주인공들이 이전에는 결혼에 대해 유아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한 차례의 사건을 통해 이제는 성숙해진다. 그래서 결혼 전에 동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를 알아가고 성숙해갈 수 있는.

Q. 재학과 은진은 과연 불륜이었을까.
지진희: 등장인물들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그리기 위한 어떤 장치였던 것 같다.

Q. 어찌됐든 재학과 미경은 재결합 쪽으로 희망적인 결론을 택했지만 이후 그들이 과연 행복해질 수 있을까.
지진희: 원래 처음 결말은 둘이 헤어지는 거였는데 작가님이 둘이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결론을 맺을까 고민을 많이 하셨고 서로 다시 시작해보는 쪽으로 그려진 것 같다. 서로의 시작이 달라진 것 같다. 성숙한 자기를 발견하는. 상처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둘다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가는 치열한 과정이 있었고, 그 안에 강렬한 뭔가가 남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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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극중 재학이라는 캐릭터에 실제 지진희도 많이 이입된 것 같다.

지진희: 드라마 촬영 전 작가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작품 속에 나왔던 클라이밍과 레고는 내가 실제로 즐기는 취미이기도 하다. 결혼에 대한, 여자에 대한 얘기, 내가 재학이라면 어땠을까에 대해 수도 없이 얘기를 했다. 재학이 굉장히 이기적일 수 있지만 난 이기적인 게 사실 솔직한 것 같다. 남들을 배려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스스로도 잘 모르면서 남들을 배려한다고 할 때가 있다. 결국 자신을 사랑해야만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사랑이 우선인 것 같다. 누가 한다고 따라가는 것보다는 내가 누군지를 명확히 아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청년시절 지진희는 어떤 모습이었는지 드라마를 보며 갑자기 궁금해졌었다.
지진희: 스튜디오 보조로 사진을 찍으며 일하던 20대 초반 시절 정말 열심히 했었다. 한달에 40만원 받으며 차비 아끼려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하루에 만원씩 나오는 야근 수당을 챙겨 적금을 들었다. 여자도 안 만나려고 머리도 기르고 다녔다. 얼마 전에 그때 뵀던 사장님을 뵀는데 ‘난 네가 늘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잘 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 기분이 좋았다.

Q. 그렇게 열심히 살아오면서 간간히 재학처럼 외로울 때도 있었나.
지진희: 극중 ‘당신도 외로웠구나, 나처럼’이라는 대사가 있었다. 마음이 많이 와닿더라. 사람들은 결국 외로워서 술을 마시고 클럽을 찾고 드라마를 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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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우 지진희로서 40대 남자의 삶은 어떤가.

지진희: 어릴 적 내 고민은 ‘왜 살아야하는가’였다. 지금도 그 화두는 늘 붙잡고 살아간다. ‘과연 내가 살아있는 이유가 뭘까’하는. 그만큼 삶의 목표가 중요한 것 같다. 늘 내게 되물으면서 노력과 집중의 시간, 즐기는 시간을 채워나가는 게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자기 관리’라는 말을 요즘 많이 하는데 공감이 가는 지점이 많다. 비단 일 뿐 아니라 스스로를 관리한다는 수단과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Q. 앞으로 해외 활동도 예정돼 있다고 들었다.
지진희: 일단 2년 전에 촬영한 영화 두 편이 중국에서 곧 개봉한다. 아마 중국을 오가며 활동할 것 같다. 최근에는 ‘세계시장’이라는 말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올해 한두 작품 정도 더 하고 싶고.

Q. 최근 MBC ‘대장금2′ 제작 얘기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데.
지진희: 사실 그런 논의는 MBC ‘동이’ 촬영 전부터 들었는데 실제적으로 진전된 건 없다.(웃음) ‘대장금’ 이 외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외교활동할 때 ‘대장금’ 배우들을 데려가라는 얘기까지 나오기도 했었다. 당시는 한류 초기 단계라 활용을 잘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장금2′가 제작될지는 미지수지만 어찌됐던 미국, 영국 드라마에 뒤지지 않는 양질의 드라마가 나왔으면 한다. 미래를 안 보고 여전히 급조해서 드라마를 만드는 현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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