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수상만큼이나 시상식을 재미없는 만드는 게, ‘뻔’한 수상소감이다. “하나님 아버지 엄마 고모 삼촌 감독님 대표님 감사해요…” 함께 작업한 동료배우와 스태프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은 심정이야 알겠으나, 이는 개인적으로 해도 늦지 않다. 시청자들이 진정 듣고 싶은 건, 수상자의 인생관을 느낄 수 있는 촌철살인 같은 말 한마디니까. 그래서 모아봤다. 최근 10여 년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나온 주옥같은 멘트들을. 일명 ‘창의적인 말 한마디’. (아래, 수상 소감은 수상 년도 순이다.)

“우리는 전쟁을 반대합니다. 부시 대통령, 부끄러운 줄 아시오!”
▶(2003년, 이라크 전이 한창인 가운데 열린 제7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볼링 포 컬럼바인’으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는 반전 구호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 외침이 다음 날 언론매체들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당연지사.)

“쪼옥!” (인구에 회자된 키스 세리모니)
▶(‘피아니스트’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안 브로디는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단숨에 무대 위로 올라가 시상자 할 베리를 끌어안고 딥키스를 퍼부었다. 그리고 다음 해 시상자로 나와 구취 제거제까지 뿌리며 여우주연상을 호명했지만 수상자인 샤를리즈 테론이 키스를 거부, 포옹으로 만족해야 했다.)


“이렇게 젊었을 때 인정받는 것은 신나는 일이죠.”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으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이언 맥켈런. 자신이 맡았던 간달프 역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 그의 나이 65세였다.)

“‘미스틱 리버’에서 저는 폭력으로 가득 찬 가정의 희생자 역할을 했습니다. 혹시 여러분 중 이런 비극 겪으신 분들이나 희생자가 계시면 주저하지 마시고 도움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팀 로빈슨,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소피아 코폴라는 27일 만에 이 영화를 다 끝냈답니다. 프랜시스 코폴라는 말론 블란도를 깨우는 데만 27일이 걸렸는데 말이죠.”
▶(사회자 빌리 크리스탈,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로 유명한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저예산 영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각본상 수상을 축하하면서 재치를 발휘했다.)

“할머니께 감사드립니다. 할머니는 제 최초의 연기 스승이었습니다.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어요. ‘똑바로 좀 서있어’ ‘어깨 좀 제대로 해’ 할머니와 전 많은 곳을 같이 다녔습니다. 당시 상당히 불량했던 제게 할머니는 이르시곤 했죠. ‘그래도 잘 나가는 사람처럼 행동하거라’”
▶(제이미 폭스, 고(故) 레이 찰스의 일생을 그린 ‘레이’로 2005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너무 뛰어난 배우들이 함께 후보에 올라 지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혼자서 네 명의 아이를 키우신 어머니에게 감사드립니다. 저를 처음 연극에 데려가주신 것도 그분이었고 그 때문에 저는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지난 2월 2일 세상을 떠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2006년 ‘카포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 당시의 감동적인 수상소감.)

“전 10년 전 30대 여성으로부터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때를 기준으로 하면 공로상은 제가 너무 이르군요. 아직 4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말이죠.”
▶(5차례나 아카데미에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과는 인연이 없던 로버트 알트만은 2006년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그 해, 8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지구 온난화, 환경 문제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문제입니다.”
▶(앨 고어 전 미국 부대통령, ‘불편한 진실’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며.)

“아버지는 이오지마 전투의 참전자였습니다. 살아서 돌아온 우리 아버지를 비롯해, 어려운 시절 개인의 자유와 정치적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을 아끼지 않았고, 중요한 결정을 해 준 유니폼을 입은 용감하고 존경할 만한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로 음향편집상을 수상한 앨런 로버트 머레이.)

“(제니퍼 허드슨에게)나는 당신이 오늘 해낼 거라는 느낌이 있었어. 내가 시카고에서 처음 봤을 때 오스카라는 단어를 말한 것 같은데? 당신이 해낼 줄 알았어. 받을 만 하다고!”
▶(‘아메리칸 아이돌’의 독설가 사이먼 코웰. ‘드림걸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제니퍼 허드슨을 향해 독설 대신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미국 에이전시가 있는데 이 오스카 트로피와 꼭 닮았어요. 얼굴도 닮았고 특히 엉덩이도 닮은 것 같네요.”
▶(마이클 클라이튼’으로 2008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틸다 스윈튼, 오스카 트로피를 만지작거리며.)

“10만 달러를 가지고 3주 만에 찍은 이 작은 영화로 이 자리에서 상을 받을 줄을 꿈에도 몰랐습니다. 예술은 위대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우리가 오늘밤 여기에 설 수 있는 건, 그 어떤 어려운 꿈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꿈을 가진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원스’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수상한 글렌 한사드와 마케타 잉글로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수상의 기쁨을 나눴다.)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15번이라… 대기록이죠.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런 기록을 낸다면 스테로이드를 쓴 게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2009년 아카데시 사회자로 나선 휴 잭맨, 메릴 스트립의 아카데미 15회 노미네이트 기록을 당시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스테로이드 파동을 겪는 것에 빗대며)


“이런 빨갱이에 호모 좋아하는 사람들! 상 받을 줄 몰랐잖아요!(웃음)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이들이 반성해야 할 시간입니다. 후손들이 당신을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평등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밀크’에서 동성연애자 시의원 하비 밀크를 연기해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숀 펜의 화끈한 수상 소감.)

“여기 기절하신 분 없나요? 왜냐하면 제가 첫 번째 기절한 사람이 될 것 같거든요”
▶(‘빅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페넬로페 크루즈.)

“지금 오장육부가 배 속에서 온통 즐겁게 떠들고 있네요. 아마 제가 수상을 한 것이 기쁜가 봅니다. 이 수상대에서 내려가기 전에 다리마저 가만히 있지 못한다면 곤란한데 말이죠”
▶(콜린 퍼스, 말더듬이 국왕을 연기한 ‘킹스 스피치’로 2011년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지금 이 자리에 천재적인 재능의 배우들이 많은데, 그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뜻밖에 내가 수상을 하다니, 오 마이 갓! 나는 정말 멍청한데!”
▶(‘파이터’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크리스찬 베일.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아카데미 시상식 관계자 여러분, 일단 멋진 남자 분들을 제 옆에 앉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헬프’로 제84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옥타비아 스펜서.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수상소감.)

“나마스떼, 씨에씨에!”
▶(2013년 ‘라이프 오브 파이’로 두 번째 감독상을 수상한 이안 감독, 영화의 배경이 된 인도와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센스를 발휘했다.)


“(fuck you!)”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니퍼 로렌스. 수상을 위해 무대로 올라가든 중 계단에서 긴 드레스를 밟아 넘어지는 ‘꽈당 굴욕’을 당했다. 수상 후 트로피를 들고 기념 포즈를 취한 자리에서 일부 기자들이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놀리자 그들을 향해 과감하게 ‘가운뎃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이런 당찬 여배우를 봤나!)

글. 정시우 siwoorain@tenasai.co.kr
편집. 최예진 인턴기자 2of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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