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변수를 맞닥뜨리게 된다. 사람마다 개성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해도 풀어나가는 방법이 다르고 결과도 천차만별이다. 이 때문에 자신보다 어린 사람에게 직접적인 조언을 한다는 건 어려우면서도 위험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러나 나이를 들다보면 뜻하지 않게 자신의 경험에 기반을 둔 훈수를 두는 일이 생기게 된다. 이런 조언이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지만 가끔은 무책임한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기에 자신이 없으면 격려만 해주되 되도록 조언은 삼가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수많은 멘토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상과 너무나도 다른 정글 같은 현실 때문에 갈 길을 찾기 힘든 청춘들에게 힘이 돼줄 어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인생엔 정답이 없는 법. 멘토들도 자신이 체득한 경험대로 조언을 해주기에 유형이 나뉜다.
넘치는 애정으로 적극적으로 내면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고전적인 멘토부터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는 생존형 멘토, 지켜보면서 가능성을 최대화해주는 실리형 멘토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받아들일 마음만 있다면 도와줄 멘토들은 주위에 많다.
‘K팝스타3′ 심사위원, 유희열(왼쪽부터), 양현석, 박진영
최근 방송 중인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3’는 참가자보다 각기 개성이 다른 멘토들 덕분에 더욱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 가운데 SM의 보아가 빠지면서 이번 시즌에 새로 합류한 유희열이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근래 보기 힘든 따뜻한 멘토로 조명을 받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특히 지난 9일 방송된 12회에 홍정희의 탈락에 흘린 뜨거운 눈물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날 유희열은 ‘트로트 신동’으로 불렸지만 대중가수가 되고 싶은 홍정희에게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고전적인 멘토링 방법을 시도했다. 가수로서 정체성의 고민에 빠진 그에게 트로트풍의 ‘낭만에 대하여’를 트로트풍을 배제한 채 자신만의 색깔로 부르게 해 가수로서 성장을 이끌어내려 했다.
훌륭한 멘토링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좋은 결과는 낳지 못했다. ‘K팝스타3’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노래를 제일 잘하는 가수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3개 회사가 자신들 회사의 개성에 맞는 차세대 K팝 스타를 찾는 굉장히 상업적이고 실무적인 프로그램이다. 정공법으로 밀기보다 두 심사위원의 공감을 이끌어낼 ‘신의 한수’가 필요했다.
‘K팝스타3′ 방송캡쳐
곡의 선곡을 문제 삼자는 건 아니다. 좀더 현대적인 편곡이 필요했다. 또한 반도네온 연주자까지 부른 것도 지나친 배려였다. 반도네온의 아름다운 선율이 도드라져 홍정희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걸 방해했다. 홍정희는 기대대로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유희열이 초보 심사위원답게 너무 순진했던 것. 하지만 긴 인생을 살아가면서 의지할 만한 멘토를 만난 건 홍정희에게 크나큰 수확이 될 것이다.이런 가슴 아픈 결과에 또 다른 멘토가 큰 역할(?)을 했다. 안테나 뮤직의 대표 선수로 꼽혔던 홍정희가 왜 갑자기 멘붕 사태에 이르렀는지는 ‘K팝스타3’를 쭉 지켜본 시청자들은 짐작할 수 있다. YG 사옥에서 열린 사전 배틀에서 “술 취한 내 친구들보다 못했다”는 박진영의 독설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주요인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박진영을 욕할 순 없다. 그는 이 프로그램의 특성을 가장 잘 알고 자신이 맡은 6개팀을 서바이벌에서 살리려는 ‘생존형 멘토’일 따름이다. 악의는 없었을 것이다. 사전 미팅을 겸한 배틀에서 기선제압을 하고자 하는 의도였을 듯하다. 홍정희 개인을 공격하기보다 새로 들어온 유희열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이들은 독설 탓에 홍정희의 탈락 후 박진영이 보인 눈물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난 음악을 사랑하는 그의 진심을 의심치 않는다. 그는 자신의 제자가 아니어도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노래에는 아이처럼 열광한다. 홍정희가 그의 스타일에 안 맞았던 것일 뿐이다. 이제는 제발 독설도 나이에 맞게 상황에 맞게 품위를 지켰으면 좋겠다는 게 팬의 한사람으로서 간절한 바람이다.
아티스트로서 다른 성격과 만큼 개성이 다른 유희열과 박진영, 양현석. 과연 어떤 멘토가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일까? 사람마다 개성도 처해 있는 상황도 다르기 때문에 내놓는 답은 모두 다를 듯하다. 그러나 확실한 건 멘토는 멘토일 뿐이다. 인생은 본인이 사는 것이다. 멘토는 단지 방향을 제시하고 지혜를 조금 나눠주는 역할을 할 따름이다.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3H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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