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피베이직

10대의 학창시절, 인생에 가장 즐겁고 자유로웠던 순간 중 하나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10대는 한 학기에 두 번씩 있는 시험에 시달리다 친구들과 방과 후 떡볶이를 먹는 재미, 노래방에 가는 즐거움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걸그룹 지피베이직(GP Basic)은 이 모든 10대의 소소한 일상들을 포기한 채 아이돌 가수로서의 데뷔를 선언했다. 2010년 평균 연령 15세로 데뷔했던 이들은 당시 최연소 걸그룹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상파 음악 프로그램의 출연자 나이 제한과 함께 아동학대 논란까지 함께 일어나면서 지피베이직은 시련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겪은 안타까운 순간들, 본의 아닌 상처들로 자칫 포기의 순간도 있을 법도 한데 이들은 오히려 더욱 자신들을 갈고 닦았다. 명절에도 집에 가지 않을 정도로 누구보다 열심히 했던 이들은 어느덧 고등학생이 돼 돌아왔다. 지난 6일 신곡 ‘삐까번쩍’으로 돌아온 지피베이직은 그 어느 때보다 무대에 다시 선다는 짜릿함으로 설레 보였다. 다른 사람보다 이른 데뷔에 아쉬운 점은 없냐는 질문에 오히려 이들은 꿈이 있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려는 자체에 행복하다고 전한다. 마냥 어릴 줄만 알았는데 어른스럽다.

Q. 오랜만에 컴백이다. 소감이 어떤가?
에미트 : 부담감이 정말 많았다. 공백 기간이 길었고, 기다려준 팬이 있었기 때문에 기다려준 만큼 더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 있었다. 또 그동안 공연에 많이 섰는데 카메라에 비춰야 된다는 틀을 깨기가 힘들었다. 공연은 관객들이랑 손잡고 놀고 무대를 이탈해도 되는데 카메라 앞에서는 한정된 공간에서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트리니티 : 하지만 컴백 첫 주에 처음으로 지상파 음악방송에 모두 출연했다. 뿌듯했다.

Q. 이번에 남자 교복을 입었다. 보이시한 매력이 풍기는데 이러한 콘셉트의 이유가 있나?
에미트 : 지피베이직은 힙합을 기반으로 하는 그룹이고, 군무에 통일성을 주기 위해서 시도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Q. 모자에 긴 머리를 숨겨놨다가 2절부터 모자를 벗으며 긴 머리를 찰랑거리는 모습도 인상 깊더라.
제이니 : 멋있게 보이기 위해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모자를 던지면서 엉덩이를 맞추는 멤버도 있다.
자이온 : 날아가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까 맞으면 아프다. (웃음)

Q. 트리니티와 자이온은 머리를 아주 짧게 잘랐다.
트리니티 : 모두 긴 머리였는데 애매한 길이이기도 하고, 콘셉트가 확실해 보이기 위해 과감히 잘랐다.
자이온 : 난 두 번째로 짧게 자른 건데 처음에는 울었었다. 이번에는 자르니까 오히려 짧은 게 더 맞는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생각이 들었다. 헤어 디자이너 언니가 정말 쿨하게 “자~ 간다”라고 하시더니 바리깡으로 밀었다. 남자들이 군대 갈 때 이런 느낌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Q. 공백기 동안 무엇을 했나
제이니 : 2년 반 동안 나와 트리니티 언니는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에도 출연했었고, 나머지 언니들은 명절에 집도 가지 않고 연습만 했다.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무대에 올라갈 때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다. 게다가 이번 노래는 칼군무가 중요해서 안무를 끊임없이 맞췄다. 공백기가 긴만큼 실력도 많이 향상된 것 같다.
무이 : 힙합 공연도 많이 찾아보고, 콘셉트를 위해서 ‘엠팩쇼’라는 힙합 공연에도 서보고 많이 배웠다.

Q. 그동안 가장 실력이 향상된 멤버를 꼽자면?
제이니 : 자이온 언니를 어릴 때부터 본 사이인데 유난히 춤을 잘 추고 이런 정도는 아니었다. (웃음) 그런데 이제는 언니만의 스타일을 찾은 느낌이다. 머리를 민 효과가 드러난 건가? (웃음) 노래할 때의 달콤한 목소리도 그렇고 색깔을 찾았다. 칭찬은 자이온을 춤추게 한다. (웃음)
에미트 : 뭘 더 칭찬을 해야 하나… 자이온 양은 예전부터 느끼긴 했었는데 정신적으로 강한 친구여서 항상 기본은 하는 데다 기복이 없다. 항상 쭉 이어가는 편인데 그게 진짜 어렵다. 게다가 실력이 늘면서 그 기본적인 수준이 올라갔다.

Q. 자이온은 어떻게 생각하나?
자이온 : 나는 무이 양. 무이는 처음에 기존 멤버가 아니었는데 영입이 된 친구다. 그만큼 실력 면에서 준비가 됐던 친구고, 거기서 더 향상된 모습이 많이 보였다. 녹음할 때도 금방 캐치하는 모습이 부럽다.
트리니티 : 볼살도 많이 빠지면서 여성스러워졌다.
제이니 : 인터뷰할 때 보면 말을 굉장히 잘한다. 겉으로 보면 차가워 보이는 이미지인데 친근하고 엄마 같은 느낌도 있다.
자이온 : ‘삐까번쩍’ 무대에서도 가장 잘 논다. 팬의 마음을 이끌 수 있는, 팬조련을 담당한다.

Q. 이참에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제이니 : 에미트는 녹음실 울렁증이 있다. 언니를 처음 봤을 때 ‘긴장을 많이 했구나’라며 진심으로 걱정했었다. 요즘에는 진짜 많이 좋아졌다. 처음에는 요들송이었는데 지금은 목소리가 뚫렸다.
트리니티 : 여기 어디에 염소가 사나? (웃음)
자이온 : 또 심리 쪽으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도 좋고, 지피베이직의 정신적 지주. 심리치료사!
무이 : 하지만 자가치료는 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트리니티 : ‘삐까번쩍’에서 모자를 썼는데도 섹시하고 여성스러운 면이 있다. 표정 연기를 연습한 게 보이더라.

Q. 트리니티는 어떤가?
에미트 : 살이 많이 빠졌다. 누구보다 다이어트를 혹독하게 했다. 노래나 랩이나 어디 하나 빠짐없이 소화한다.
자이온 : 춤도 팀 내에서 가장 잘 춘다!

Q. 제이니는 어떤가?
자이온 : 막내라서 예쁨을 많이 받는다. 얼굴도 예쁘고, 끼도 많아서.
에미트 : 막내가 막내답지 않다. 왕언니 같다. 기가 세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아이인데 제이니가 혼자서 방송활동을 하면서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아프면서 성장했다. 생각했던 것도 깊어진 것 같다.

자이온, 무이, 제이니, 트리니티, 에미트(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Q. 힘든 시간 동안 가장 의지했던 것이나 도움이 됐던 것은 무엇인가?
트리니티 :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 예압
제이니 : 우리 멤버들과 함께 해서 더 힘이 났다. 우리는 팝송이나 가요 등 아무 음악이나 틀어놓고 즐기는 걸 자주 하고, 가끔 보면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잘 논다.
자이온 : 어울리지도 않는 걸그룹 춤도 많이 춘다.
제이니 : 또 스케줄 끝나면 문자가 많이 와있다. 그러면 힘이 많이 된다. 문자 하나, 응원 하나에 힘이 나더라.

Q. 최연소 그룹이었는데 이제 고등학생이 됐다.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인가?
자이온 : 성숙해졌다. 실력도 외모도 모두 성숙해졌다.
에미트 : 사실 이미지가 그때 그 최연소 이미지로 각인되니까 이만큼 자라도 아직 어린 대접을 받더라.
무이 : 막내가 이제 고등학생 1학년이 됐다! 우리도 정말 많이 컸다. (웃음)

Q. 성숙해졌으니 여성스러운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나?
제이니 : 나이가 아직 어린데 섹시라고 표현하기도 그런 나이고 추구하는 것도 힙합이고, 잘하는 것도 힙합이기 때문에 여성스러움에 대한 욕심은 없다.
자이온 : 우리는 여성스러움 말고도 여러 방면으로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이 많다.
무이 : 게다가 우리는 요정 같은 노래를 하게 되도 힘이 넘친다. 요정을 해도 전사가 되는 것이다. 팬들이 그런 모습을 더 좋아해주시더라.

Q. 그럼 힙합의 매력은 뭘까?
일동 : 자유로움!
에미트 : 공연이나 영상을 통해서 힙합을 많이 접하는데 나도 경험해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긴다.
트리니티 : 경험담을 듣기도 하고, 공연에도 직접 가면서 많이 배우게 된다.

Q.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이 있나?
제이니 : 돕후즈(Dope Hooz) 공연!
에미트 : ‘레츠 파티(Let’s Party)’라는 곡이 있는데 음원이 발표된 곡도 아니고 다들 그때 처음 듣는 노래였다. 그런데 다들 빠져서 놀더라. 장관이었다.
자이온 : 바스코 선배님도 좋다. 혼자 무대에 서는데도 무대를 꽉 채운다.
무이 : 또 공연을 하면 관객석에서 오는 에너지가 우리를 흥분시키게 한다. 에너지가 장난 아니다.
트리니티 : 마이크를 놓고 뛰어 나가고 싶다. 음악방송에서 보이는 지피베이직이 아닌 힙합 무대에서 보는 시선이니까 ‘같이 놀자’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더 편하게 노는 것 같다.
제이니 : 힙합 공연은 거의 다 즐겨보고 정말 다 즐겁다.

Q. 홍대에서 공연도 해보고 싶겠다.
트리니티 : 우리만의 믹스 테이프를 조금씩 준비 중이다. 라이브 무대를 보여드릴 것 같다. 당장 공연은 못하지만 준비한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무이 : 우리도 공연용 음악으로 그냥 공연을 한 적이 있다. 무대에서도 사람들이 뛰는 게 느껴질 정도로 무대가 흔들리더라. 즐거웠다.

지피베이직

Q. 지피베이직 래퍼들의 색깔을 어떤 색인가?
제이니 : 무이 언니 랩은 힘 있는 알맹이가 꽉 찬 중저음의 랩톤이다. 트리니티 언니는 스킬적인 부분이 뛰어나다.
무이 : 트리니티가 중심을 잡는 느낌이고, 안정감이 있다면 우리 막내 제이니는 저돌적이고 과격하고 파워풀하다.
트리니티 : 우리 노래를 들어보면 무이가 치고 나가고 내가 중심을 잡고 막내가 터트려주는 패턴이다.

Q. 이번 ‘삐까번쩍’에는 강원래가 안무연출가로 나섰다. 어땠나?
에미트 : 진짜 솔직하시다.
무이 :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셨다.
제니트 : 해주셨던 모든 말이 모두 좋다.

Q. 최연소 걸그룹이 아닌 새롭게 얻고 싶은 수식어가 있다면?
트리니티 : 힙합 최고 걸그룹!
자이온 : 힙최걸? (웃음)
무이 : 힙합하면 생각나는 그룹 중에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Q. 어린 나이부터 활동했다. 일찍 데뷔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자이온 : 개인적인 시간이 없는 것은 아쉽다.
제이니 : 친구들보면 학교 마치고 떡볶이 사먹는 그런 소소한 일상이 부럽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친구들은 우리가 꿈이 있고, 진로가 확실하니까 오히려 우리를 부러워한다.

Q. 아, 어떤 기사에 지피베이직이 안티 걸그룹 1위라고. 스스로 마인드 콘트롤을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트리니티 : 지나가다가 들리는 소리도 있다. 그런데 그 이야기는 거기서 끝인 것이다. 그거 때문에 내 일에도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바보 같은 짓이다. 어제 음악방송할 때 가운데에 서서 내 랩만 하고 뒤로 들어가는데 관객 가운데 앞에 계신 분과 눈이 딱 마주쳤다. 마침 가사도 ‘모두 시선이 멈춰’였는데 그분이 시선을 계속 피하시더라. 저 분을 언젠가 내 팬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Q. 자신에 대한 채찍질 한마디도 부탁한다.
무이 : 틀에 갇혀 있는 면이 있어서 다들 실력이 꾸준히 올라가지는 못한다. 한 단계 올라가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를 많이 깨부쉈으면 좋겠다. 그래서 ‘빠까번쩍’을 하면서 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미트 : 조금 더 내 자신을 믿었으면 좋겠다. 자신을 못 믿어서인지 자신감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 무대에서 조금 더 보여줄 수 있는데도 내가 보기에 또 ‘저만큼 밖에 안 했네’가 보여서 올해에 조금 더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트리니티 : 나 자신을 조금 더 가꾸고 챙기고 소홀히 하지말자
자이온 : 겉으로만 멋있는 척을 하는게 아니라 뼛속까지 멋있게 더 열심히 해야 겠다. 운동까지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제이니 : 나도 트리니티 언니랑 조금 비슷한데 제 자신을 조금 더 가꾸고 향상되게 노력도 많이 하고 항상 겸손하면서 예의바른 나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마인드 콘트롤을 하고 싶다.

Q. 2014년 목표는 무엇인가?
에미트 : 아쉽게도 ‘삐까번쩍’으로 쇼케이스를 하지 못했따. 만약 정규 앨범을 내게 되면 콘서트나 쇼케이스를 열고 싶다. 팬사인회도 정식으로 크게 열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룹으로서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 인지도가 많이 쌓이지는 않았지만 이번 활동으 자리를 잡고,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트리니티 : 연말 시상식에 가서 꼭 서고 싶다.
무이 : 시상식에는 스페셜 무대들이 많은데 우리도 하고 싶다. 우리의 다른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티모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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