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피끓는 청춘’의 중길은 이전에 연기한 캐릭터들과는 결이 많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촬영 초반 기대와 두려움이 섞였을 것 같은데, 어떤 감정이 연기에 더 큰 도움이 됐나.
이종석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혹은 선입견들. 어느 날 갑자기 발굴된 스타, 매니지먼트의 전략으로 승승장구한 배우, 흥행 드라마의 명성에 몸을 맡겨 유영하려는 청춘. 모두 틀렸다. 책 한 권을 족히 나올 우여곡절 끝에 배우의 길에 들어 선 이종석은 스스로의 힘으로 배역을 구하고 기회를 얻으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드라마 ‘학교 2013’과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인기를 얻은 후에는 안전이 보장된 길 대신 도전 쪽으로 과감하게 몸을 비틀었다. 이종석의 기존 이미지를 배반하고 위협하는 영화 ‘피끓는 청춘’이 그 단서다. ‘나, 찌질해요!’를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피끓는 청춘’의 중길을 보고 있자면, 우리가 아는 이종석이 맞나 싶어진다. 만약 당신이 ‘피끓는 청춘’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이종석이라는 배우는 다시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이 종석: 둘 다였던 것 같다. 일단은 겁이 많이 났다. 낯선 장르이고 안 해 봤던 캐릭터라 걱정이 컸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이질감이나 반감을 가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초반에는 매씬 긴장하면서 찍었다.
Q. 이질감과 반감이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종석은 어떻다고 생각하길래.
이종석: 아무래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다. 그 여운을 가지고 있는 분들 입장에서는 놀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회사도 그렇고 주위 반대가 많았다. 안전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모험을 하려고 하냐고. 심지어 데뷔 초부터 함께 했던 스타일리스트도 반대를 했었다.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게 느껴지는 사람이라 상담을 많이 하는데, 그 스타일리스트도 “(영화 출연) 정말 괜찮겠어?” 걱정했다.
Q.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감행한 이유는 뭔가.
이종석: 젊으니까.(웃음) 젊을 때 이것저것 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전과는 다른 걸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컸다. 그랬을 때 ‘피끓는 청춘’은 배경이 80년대고, 충청도 사투리가 있고, 거기에다가 시골로 더 들어가니까 확실하게 변화를 줄 수 있겠다 싶었다.
Q. 영화가 완성된 지금 스스로의 도전에 대해 자평한다면.
이종석: 기술시사회 때 완성본을 처음 봤다. 보통 기술시사회 때는 스태프들도 자기 파트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반응들이 너무 없으니까 ‘내가 뭘 잘못했지?’ 걱정이 됐다. 하물며 코미디 영화인데! 그런데 언론시사 때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무엇보다 기분 좋았던 것은 스타일리스트의 말이었다. 영화를 보고 그러더라. “아이고, 내 새끼 대견하네. 기특하네!” 그 한마디에 굉장히 신이 났다. 뿌듯했고.
Q. 영화 속에서 아낌없이 망가진다. 촬영하면서 예상했던 망가짐의 수위와 실제 결과물로 나온 것 사이에 차이가 큰가.
이종석: 작정하고 망가질 각오로 들어간 작품이다. 어떻게 하면 더 찌질해보일 수 있을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니까 ‘아, 저기에서는 더 갔어도 됐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사린 건가 싶기도 하다. 용기가 부족했던 거지.
Q. 태권도 유단자라 맞는 것 보다 폼나게 때리는 게 더 익숙할 텐데, 예상외로 찰지게 잘 맞더라.(웃음)
이종석: 일부러 몸을 더 쭈글쭈글하게, 더 과장되게 표현하려고 했다. 콧구멍도 더 크게! 입도 더 크게 벌리고! 내가 성격이 워낙 내성적인 편이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김)영광이 형이 잘 때려줘서 리액션이 잘 나온 것도 있다. 맞으면서 기분 나쁜 것은 전혀 없었다. 다만 형이 너무 미안해하고 스태프들이 ‘괜찮아?’ 하며 안쓰럽게 바라보니까, 그 눈빛들 때문에 비참했다. “제발, 나를 동정하지 말라고! 모르는 척 해줘!” 그랬던 기억이 난다.(웃음)
Q. 전작 ‘노브레싱’은 당신의 면모 중에서 달달한 부분만 크림처럼 꺼내서 보여준 캐릭터였다. 이종석의 10대 팬들은 좋아할지 모르겠지만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서는 사실 그렇게 재미있지 않았을 거다. 반대로 이번 영화는 ‘우리 오빠가 망가졌어요!’ 할 팬들은 있겠지만 당신 스스로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작업이었을 테고. 팬들이 원하는 나와 내가 원하는 나 사이의 유격을 살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종석: 맞다. 팬들 입장에서는 내가 찌질하게 망가지는 게 싫을 수도 있다. 어린 친구들은 특히나 마음이 금방금방 왔다 갔다 하니까. 하지만 내가 욕심과 용기를 내서 한 거니까 팬들도 좋아해 주지 않을까싶다. 아닌가?(웃음)
Q.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전의 이종석과 이후의 이종석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다. 그 시기에 연기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고 보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것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보다 먼저 촬영했던 ‘관상’의 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종석: 정확하게 봤다. 사실 ‘관상’은 고민을 많이 하고 들어간 작품이었다. 한재림 감독님이 ‘코리아’를 보시고 그런 느낌으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코리아’의 최경섭 같은 느낌을 원한다면 굳이 내가 해야 할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훌륭한 선배들과 함께 할 기회였고, 내 필모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을 결심했다. 확실히 기라성 같은 선배들과 살 부비면서 연기한 것이 내게 큰 도움이 됐고.
Q. 그런 점에서 개봉 시기는 아쉽지 않았을까 싶다. 촬영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보다 먼저였지만 개봉은 드라마 이후였다.
이종석: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박수하는 내가 겪지 못한, 알지 못하는 감정들을 표현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고등학생일 때와 기억을 잃었을 때, 기억을 찾은 후 성인이 됐을 때의 감정이 모두 달라야 했기에 소화하는데 벅찬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부족하면 부족하대로 수하를 통과하면서 연기적으로 많이 성숙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전 작품보다는 나아졌구나’ 느낄 때 쯤…
Q. ‘관상’이 개봉해 버렸지.
이종석: 하하. 정말 땀을 한바가지 흘리면서 봤다. ‘관상’때 선배들의 엄청난 아우라에 긴장과 압박을 느끼면서 촬영하기는 했다. 내가 이 작품에 누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악착같이 했는데, 와… 그 정도일 줄이야. 영화를 보는데 나만 등장하면 흐름이 툭툭 끊기는 느낌이 들었다. ‘젠장, 이걸 어떻게 하면 좋지? 잘 만든 영화에 내가 괜히 흠집을 낸 게 아닌가?’ 싶어 너무 부끄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관상’이 900만 까지 갔는데도 불구하고 나에 대한 얘기가 별로 없었다. 그건 까놓고 말해서 내 존재가 그만큼 미미했다는 의미다.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
Q. 다른 인터뷰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스스로의 연기를 상당히 냉철하게 파악하는 스타일 같다.
이종석: 200%! 200% 파악하고 있다. 좋은 얘기든 싫은 얘기든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때가 마침 ‘피끓는 청춘’ 촬영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관상’을 보면서 충격을 너무 받으니까 중길이라는 캐릭터가 다시 겁이 나기 시작했다. 트라우마로 인해 다시 감정몰입을 하기가 힘들었다.
Q. 지금은 벗어났나?
이종석: 촬영하면서 다행히.
Q. 많은 인터뷰에서 애정결핍이 있다고 말해왔는데, 애정결핍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
이종석: 글쎄 오랜 시간 혼자 살아서 그럴까. 나는 내가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굉장히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뭔가 생각하게 만들고, 감성적으로 만드는 외로움을 즐기기도 했다. 그래서 혼자 방 안에 틀어박혀서 그 감정을 일부러 불러들이기도 하고 그랬다.
Q. 타인의 눈에는 그게 애정결핍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종석: 그런 것 같다. 외로움이 내 몸의 일부인 것처럼 익숙해서 몰랐는데, 그 자체가 어떤 면에서는 애정결핍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 사람들이 나보고 애교가 많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떤 결핍에서 나오는 애교들이 아닌가 싶다.
Q. 중길은 눈빛 하나, 숨결 한 번에 여학생들을 쓰러트리는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다. 카사노바치고는 허당이긴 하지만.(웃음) 카사노바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종석: 자신감이 아닐까? 중길이도 그거잖아. 이 여자를 무조건 꼬실 수 있다는 정체불명의 자신감이 있는 거잖아.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 연장선이 아닐까 싶다. 안 그런가(안 그래요), 누나?
Q. (두리번두리번) 누구… 나? 하하. 이거구나. 당신의 애교라는 게. 누나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이종석: 하하. 그럼 뭐라고 부르나.
Q. 기자님? 동갑이면 누구누구 씨?
이종석: 나는 누구누구 씨라고 부르는 게 더 이상하고 힘들다.
Q. 보통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 누나라고 부르는 걸 더 힘들어 한다.
이종석: 아, 내가 이상한 거구나.(일동 웃음) 상대가 굉장히 동안이고 나보다 어려 보이는 것 같아도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는 누나라고 한다. 그게 더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Q. 호감 가는 여자에게도 누나라고 하나? 아니면 그런 사람에게는 호칭이 달라지나?
이종석: 음. 딱히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다.
Q. 뭐, 어쨌든 누나라고 들으니 기분 나쁘진 않다.(웃음) ‘피끓는 청춘’은 충청도 시골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와 달리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교육열이 높은 강남에서 고교시절을 보냈고. 부모님이 당시 아들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종석: 운 좋게도 우리 엄마의 교육관이 공부보다는 원하는 걸 해야 한다는 주의셨다. 그래서 내가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아빠 몰래 연기학원도 보내주고 그랬다. 아빠는 “저 놈이 공부하기 싫어서 저런다”고 반대를 하셨는데 지금은 그 누구보다 좋아하신다.
Q. ‘대세남’이라 불리는 아들이 자랑스러우실 게다.
이종석: 진짜 대세남은 김우빈이라고 생각한다!(웃음)음. 그런 것 같다. 대세라는 것은 결국 지나가는 거잖아. 단어 자체에서 오는 의미를 생각했을 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대세배우보다는 온전히 배우로 인정받고 싶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겠지만. 결국은 더 열심히 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본다.
Q. 배우로서 짧지 않은 무명의 기간이 있었다.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당신한테는 어느 날 갑자기 발굴된 스타라는 인상이 있다.
이종석: 맞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차곡차곡 쌓아서 올라왔는데, 이상하게 ‘자고 일어났더니 뜬 스타’ 같은 이미지가 있다.
Q. 억울하지 않나.
이종석: 억울하다기보다는… 그만큼 내가 매력이 없었다는 의미라고 본다. 단편영화도 했고, 단막극도 했고, 드라마도 했다. 정말 다양한 도전을 해 왔는데 갑자기 뜬 느낌이 든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의미일 거다.
Q. 스스로를 저평가 하는 버릇이 있다.
이종석: 사람들은 내가 내 단점을 얘기하면 “너는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니?” 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사실 자신감에서 얘기하는 거다. 단점을 고칠 자신이 있어서 말하는 거니까. 실제로 한 작품을 통과할 때마다 단점들을 하나씩 고쳐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상대가 먼저 “너는 그게 이상하고 그게 그래” 라고 하기 전에 선수를 쳐 버리겠다는 심사도 있다.
Q. 20대 중반인데 벌써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시점에서 호흡을 가다듬어 보자. 지금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뭐라고 생각하나.
이종석: 뭔가 잘되고 나서 들려오는 얘기들이 있는 것 같다. 변했다는 얘기도 있는 것 같고. 내가 정말로 변했을까? 사실 잘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인데 주변에서 그렇게 바라보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고, 변했는데 내가 못 느끼는 것일 수도 있고. 그런 건 있다. 예전에는 할 말 못할 말 구분 안하고 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해야 하는 스타일이었다. 상대가 기자든 누구든 상관없이. 그 부분에 있어서는 요즘 조심하는 중이다.
Q. 배우가 속에 있는 말을 그대로 하는 게 힘든 사회다. 인터뷰 하는 사람입장에서는 예쁜 말만 골라하는 배우가 아쉽기도 하고.
이종석: 그럴 거라 생각한다.
Q. 그런 면에서 당신이 조심은 하되 솔직한 면모는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잠시 과거로 가 보자. 서울패션위크 ‘최연소 모델’로 유명하다.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 화려한 무대를 섭렵했다. 런웨이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면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질 것도 같은데.
이종석: 포토월에서 사진이 찍히는 거랑 런웨이에서 셔터 맞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다. 어떤 모델은 런웨이에서 카메라 플래시를 받는 것을 총 맞는 것과 비교하는데 그 말이 딱 맞다. 정말로 짜릿하다. 모델 활동은 나름 즐겁게 했다. 사회생활을 일찍 해서 배운 것도 많은 것 같고. 처세술 같은 것들.(웃음) 애교도 어쩌면 그때의 버릇일지 모른다. 27-28세 모델 형들에 나는 완전히 아기잖아. 소속 집단의 막내로서 항상 귀여움을 받다보니 자연스럽게 애교가 생기지 않았나 싶다.
Q. 일찍 데뷔하면서 ‘앞날이 쉽게 풀리겠다’는 나름의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종석: 기대, 있었다. 정말로 잘 풀릴 줄 알았다. 사실 처음 회사에 들어갈 때는 모델이 아니라 배우를 시켜줄 줄 알았다. 내가 강동원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회사에서 “강동원을 봐라. 모델 출신 연기자로서 메리트가 많지 않냐”며 모델을 시켰다. 배우의 꿈을 품고 간 두 번째 회사는 가수를 시키려고 했다. 지금이 세 번째 회사인데 이곳에서도 초반 2-3년간 나를 방치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 상심을 많이 했다. 그만큼 성장도 빨리 했지만. 그때 억눌렸던 것들이 터진 게 작년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놀아야 했을 때가 생각이 나서 한 작품이 끝나면 쉬지 않고 바로 다음 촬영장으로 갔다. 깜냥도 안 되는데 작품을 두 개씩 쥐고 촬영했다.
Q. 아까 ‘관상’은 필모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으로 선택했다고 했다. 이번 ‘피끓는 청춘’도 필모에 꼭 필요한 작품이라는 생각으로 출연했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앞날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우는 면모도 보인다.
이종석: “이종석은 이런 역할 안 되지 않아?”라고 감독님들이 얘기할 때, “저 이런 것도 했었는데요!”라고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놓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연기에 대한 욕심이 엄청 나 보인다.
이종석: 엄청 많은데 사람들이 몰라준다.
Q. 언젠가 알지 않을까. 그나저나 실제 연애할 때는 어떤 스타일인가. 중길이처럼 갈대 같은 스타일? 아니면 진득한 해바라기?
이종석: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진짜 존재하는지. 하지만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다른 사람은 눈에 안 들어오지 않을까? 음. 자세히 얘기할 수는 없지만, 몇 년째 아픈 걸 보면 나는 나름 진득한 스타일 같다. 사랑이 두렵기도 하다. 가령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사랑을 하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그러다가 헤어지면 또 아플 거 아닌가. 다시 그 과정을 겪을 생각을 하면 겁이 난다.
Q. 진짜 사랑을 해 봤다고 생각하나?
이종석: 그래서 방금 그 얘기를 한 거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고. 너무 힘들었고 아직도 아픈 걸 보면… 그게 사랑인가 싶기도 하다.
Q. 그렇겠지. 아픈 것도 사랑이니까. 마지막 질문이다. 당신은 피 끓는 청춘인가?
이종석: 그럼.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것 차제가 피 끓는 청춘이라는 증거 아닐까.
Q. 앞으로의 피 끓는 계획은?
이종석: 고민이다.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맞는 건지, 그나마 잘 할 수 있는 걸 찾는 게 맞는 건지. 그걸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일단 ‘피끓는 청춘’ 반응을 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나 이야기를 깊이 들어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계속 고집을 피우는 것도 아닌 것 같으니까. 물론 주위 반응이 휘둘려서도 안 되지만 말이다.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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