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5에서 계속) 김목인의 따뜻한 노래는 그의 분신이다. 그는 주변사람들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해주고 무엇보다 확실하게 웃어주는 리액션으로 친근감을 주는 뮤지션이다. 실제로 만나본 김목인은 자신을 근사하게 포장하거나 꾸미려 하지 않았다. 그의 음악도 인간미 넘치는 그와 붕어빵이다. 누구나 공감하는 편안하고 재치 넘치는 가사, 감성을 파고드는 밝고 경쾌한 스윙풍의 선율, 다양한 악기들의 적절한 편곡과 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오직 그만이 구사하는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특별한 가락이다.
1집을 발표한 후 활발한 활동에다 2012년 결혼까지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 2집 준비에 들어갔다. 2집은 콘셉트를 정하지 않아 1집보다 자신감이 붙었지만 노래 제목을 정하고 앨범의 통일성을 찾는 과정이 힘들었다. 2013년 ‘한 다발의 시선’이란 타이틀로 각기 다른 시공간 속에서 바라 본 12가지 세상 이야기로 꾸민 2집을 발표했다. 네이버 ‘이주의 발견’에 선정되며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포크에서 집시 스윙, 보사노바, 클래시컬한 시도까지 다양한 장르음악은 이번에도 동료 음악가들의 참여로 근사하게 갈무리되었다. 예술가 지망생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누던 방 풍경과 느낌을 노래한 ‘지망생’부터 쓸쓸한 겨울 이미지를 담은 ‘흑백사진’까지 독백 같은 그의 노랫말은 더욱 쉽게 청자의 귀를 파고든다. 특히 전작에 비해 멜로디가 강화되었고 일상 속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하나의 통일된 앨범으로 만드는 그의 음악적 능력도 한결 진화했다.
2집도 스윙재즈 같은 빈티지 풍의 나른한 사운드가 여전하다. 음폭의 고저가 없는 담담한 김목인의 목소리는 마치 뮤지컬처럼 다채롭게 리듬을 타니 기분 좋은 중독성까지 발휘한다. “곡을 꾸준히 쓰고 싶지만 창작 작업은 현실적으로 힘든지라 앨범 발표 기간은 2년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아쉬움은 있지만 앨범 작업하면서 늘 공부가 됩니다. 2집에선 음악적으로 다른 걸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인위적으로 스타일을 바꾸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변한 관심대상에 집중했습니다. 솔직히 2집까지는 곡을 만들 때, 작곡 기법보다는 가사에 어울리는 편곡을 하는 정도였습니다.”(김목인)
빈티지 풍의 나른한 사운드에다 음폭의 고저가 없는 김목인의 목소리가 마치 뮤지컬을 구현하는 것 같은 2집은 중독성 가득한 음악선물을 ‘한 다발’ 받은 것 같다. 김목인의 음악은 치밀하게 곡의 흐름을 치밀하게 계산한 깔끔하고 세련된 웰메이드 음악과는 거리가 있다. 편안하고 꾸밈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음악적으로 평범하고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랑과 혼성듀엣으로 부른 ‘불편한 식탁’ 같은 근사한 노래가 있지만 솔직히 수록된 12곡 중에는 임팩트가 강한 특별히 튀는 곡은 없다. 문제는 모든 수록곡을 다시 듣고 싶어 안날이 날 정도로 뺄 곡도 없다는 점이다.
김목인은 2집을 만들면서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해 보였고 사람들의 말은 더욱 격해지는 것 같았다. 이런 시기는 분석하고 논쟁하기엔 좋지만 차분하게 노래를 만들기엔 적절치 않다. 그러니까 노래로 만들 수 있는 사건이나 떠오르는 말들은 많았지만 그는 노래를 쓰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음악은 뭔가 말하기 위한 좋은 수단으로서가 아닌 그 자체의 감동으로 제게 점점 다가옵니다. 앨범에 직접적으로 담겨있지는 않지만 방에서 피아노로 좋아하는 곡들을 연습하다 좋은 순간이 있으면 그 분위기를 작품에 옮겨보려 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2집은 음악이 지닌 그런 깊은 결에 좀 더 집중해보고 싶은 생각과 여전히 뭔가 기발한 걸 들려주고 싶은 생각 사이를 오가며 작업한 결과물입니다.”
지난 1월 19일 홍대 앞 라이브클럽 벨로주에서 열린 ‘새해의 포크 공연’에서 김목인은 콘트라베이스를 동원해 한층 깊이 있는 소리를 구현했다. 여성싱어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와 혼성듀엣으로 들려준 ‘사려 깊은 밤’도 참 좋았다. 이는 예전에 많이 듣지 않았던 클래식 음악을 요즘 즐겨 들으며 생긴 그의 음악적 변화다. “클래식은 작품을 해석하는 영역이 광범위한 것 같아요. 영역은 다르지만 저는 음악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음악은 이야기가 중심이기에 주변사람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지만 개인적으로 작곡자로서 새로운 것을 써보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클래식은 참 섬세한데 제 곡은 멜로디와 이야기가 나오면 땡인 것 같아요. 밴드시절에도 멤버들이 편곡을 할지 몰라 파트를 주먹구구로 적어주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면 어수선해 아쉬웠습니다. 여력이 되면 리듬이나 질감보다 화성 쪽으로 어떻게 다른 시도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습니다.”(김목인)
김목인은 평범한 삶의 시공간을 자신의 시각으로 스케치한 이야기로 대중과 소통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순박한 어쿠스틱 사운드에 일상의 언어로 채색한 그의 노래는 사실 평범하고 어눌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화려한 가창력이 없이도 청자를 몰입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놀라운 힘이 그에겐 있다. 편안하게 들려주는 그의 세상살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가는 마법 같은 경험은 이제 클래식으로 채색된 한 차원 다른 고급스런 멜로디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3집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글, 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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