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통령’ 걸스데이, 소진 민아 헤리 유라(왼쪽부터)

‘초통령’ ‘군통령’은 이제 그만! 전방위적인 인기상승 중인 ‘대세돌’ 등극

살다보면 유행가 가사를 삶에서 확인할 때가 있다. 25년 전에는 이승철이 목 놓아 외쳤고 몇 년 전에는 소녀시대가 전국민을 상대로 주창한 말이 있다. ‘어리다고 놀리지 말라’는 말이다. 나이가 일단 들면 사람은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어린 사람들의 행동과 말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꼼꼼히 어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되짚어보면 맞는 말일 경우가 많다.

대중가요에 있어서도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서 ‘의외의 발견’을 할 수도 있다. 아이들 음악이라고 눈길을 보내지 않다가 거리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귀에 갑자기 꽂히거나 무심히 TV를 켰다가 뮤직비디오를 보고 필이 꽂히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

초통령 B1A4, 신우 공찬 진영 산들 바로(왼쪽부터)

최근 내 눈과 귀의 레이다망에 걸린 가수들은 ‘초통령’으로 불리는 보이그룹 B1A4와 ‘군통령’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걸그룹 걸스데이다. 두 그룹은 가요계를 이끄는 소위 말하는 3대 기획사에 속해 있지도 않고 음악이 트렌드를 이끌지는 않지만 사람을 이끄는 매력이 있다.

사실 이들은 대규모 자본을 쏟아 부은 그룹들이 아니어서 데뷔 초반에는 눈길을 끌기 힘들었다. 가요관계자들과 대중들은 대부분 금방 사라질 걸로 예상했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람의 마음을 적시는 자신들만의 매력으로 대중들의 눈길을 받으며 정글 같은 가요계에서 살아남았다.

특히 최근 인기를 모으는 B1A4의 ‘Lonely’와 걸스데이의 ’Something’은 묘한 중독성으로 반복재생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이번 노래들은 두 그룹이 더 이상 아이들만이 좋아하는 그룹이 아닌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을 만한 능력이 충분하다는 걸 입증했다.

어느 새 이별의 아픔에 눈물짓는 다섯 청년들로 성장한 B1A4

‘Lonely’는 길에서 처음 들었을 때 B1A4의 노래일 거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잔잔하면서 귀에 착착 감기는 멜로디와 이별의 쓸쓸함이 담긴 시적인 가사가 메마른 가슴을 흔들었다. 누구의 노래인지 찾아보다 B1A4의 신곡임을 알고 많이 놀랐다. 귀엽고 유쾌했던 ‘이게 무슨 일이야’의 다섯 소년은 온데간데없고 어느새 이별의 아픔에 눈물짓는 다섯 청년들로 성장해 있었다.

B1A4의 행보에 더욱 기대가 가는 이유는 자신들의 곡을 직접 만들 줄 아는 리더 진영의 존재 때문이다. 작사와 작곡을 직접 한다는 사실이 많이 놀라웠다. ‘Lonely’에서 그의 음악적 성장을 확인할 수 있다. 빅뱅의 지드래곤처럼 귀가 확 트이는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곡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만의 감성을 곡에 담을 줄 아는 능력은 확실히 있다.

앞으로 소속사가 인내심을 갖고 그의 음악적 성장을 지원해준다면 눈여겨볼 만한 인재로 성장할 거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끼가 너무 많은 게 딜레마다. 영화 ’수상한 그녀‘를 보면 연기에도 재능이 있다. 얼굴도 꽃미남에서 머물지 않고 존재감이 느껴지는 게 ’배우감‘이다.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거 같다. 또 하나의 ’만능엔터테이너‘가 탄생할지 지켜보는 것은 대중에게 큰 즐거움이 될 전망이다.

걸스데이, 민아, 소진, 혜리, 유라(외쪽위부터 시계방향)

걸스데이의 ‘Sometning’은 또래의 다섯 친구들과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뮤직비디오가 나오면서 처음 접했다. 끈적끈적한 멜로디와 바닥을 깨끗이 청소하는 듯한 안무에 다섯 남자는 TV에 시선이 고정됐다. 입가에 자동으로 지어지는 미소를 감추려 노력하면서.

5년차 그룹의 내공이 느껴지는 노래와 퍼포먼스의 완벽한 조화에 대중들은 열광하고 있다. 도발적인 소녀의 느낌이 강했던 ’기대해‘ 때의 이미지에서 성장해 완연한 여인의 향내가 느껴졌다. 당당한 섹시함이 건강하게 다가왔다. 이 덕분에 데뷔 이후 처음으로 1위에 오르며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한 계단씩 올라와 드디어 정상의 걸그룹에 등극한 것이다.

걸스데이의 성공의 가장 큰 견인차는 소속사의 지구력이다. 멤버들의 끼와 매력도 뛰어났지만 여러 번의 실패에 굴하지 않은 소속사의 지원이 걸스데이의 오늘을 만들었다. 데뷔 이후 멤버들이 교체되고 의상부터 다양한 논란이 있었지만 팀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원한 소속사의 노력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귀여우면서도 소탈한 멤버들의 매력도 대중들에게 어필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유라다. 숨기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툭툭 튀어나오는 경상도 사투리는 수많은 남성팬들을 무장해제 시키곤 한다. 논란이 됐던 ‘아이돌 육상 대회’ 때 수지를 쳐다보는 눈빛 영상도 유라의 매력을 더한다. 모두 솔직해지자. 우리 누구나 자기보다 잘나가는 사람에게 그런 선망의 눈빛을 한 번씩은 보낸 적이 있다. 아직 어려 조절을 잘 못했을 뿐이다. 삼촌팬의 궁색한 변호는 절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가요계의 흐름은 급변한다. B1A4와 걸스데이의 인기가 계속 유지될지는 아직은 예측하기 힘들다. 새로운 팀들이 계속 나오고 대중들의 기호는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에 기대를 걸어도 좋을 듯싶다. 끼 많고 젊은이들의 앞날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보자.

글. 최재욱 대중문화평론가 fatdeer69@gmail.com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드림티엔터테인먼트, W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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