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틱89의 2014년 첫 뮤지션으로 싱글 ‘마녀마쉬’를 선보이는 퓨어킴은 이미 인디 신에서 꽤나 알려진 뮤지션이다. 재작년 7월 첫 EP ‘맘 앤 섹스(Mom &Sex)’로 데뷔한 퓨어킴은 이어 발매한 첫 정규앨범 ‘이응’을 통해 기존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들에게서 보기 힘들었던 매혹적인 음악을 들려줬다. 고양이가 ‘갸르릉’거리는 듯한 목소리, 몽환적인 멜로디, 기발한 화법, 야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룬 퓨어킴의 음악은 특별했다.

‘퓨어(Puer)’라는 이름은 고등학교 미국 교환학생 시절 영어이름을 지을 때 본명인 ‘별’과 비슷한 단어를 찾다가 지었다. 버클리음대 졸업 후 2009년 말쯤에 한국에 돌아왔다. ‘맘 앤 섹스’에 담긴 첫 곡 ‘이츠 하드 투 비어 도터 오브 어 우먼 러브드 바이 갓(It`s Hard To Be A Daughter Of A Woman Loved By God)’의 뮤직비디오를 2009년 3월 3일에 만 24세가 되는 생일을 기념으로 처음 공개했다. 첫 데뷔였던 셈이다. 친동생이 만들어준 이 뮤직비디오에서 퓨어킴은 가슴이 훤히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과일을 칼로 썬다. 퓨어킴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라면 글래머러스한 외모에 먼저 눈이 갈 것이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그녀의 음악, 그리고 가사다. 이 노래는 퓨어킴이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꿈을 꾸고 만들었다.



인디레이블 비트볼뮤직에서 나온 정규 1집 ‘이응’은 퓨어킴의 첫 한국어 앨범이기도 하다.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라는 제목으로 된 10곡이 담겼다. 모든 곡들은 제목 글자로 시작해 기기묘묘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처음 퓨어킴의 음악을 들으면 특유의 음습한 분위기에 먼저 젖어들 것이다. 허나 진짜 집중해볼 것은 가사다. 퓨어킴의 가사는 듣는 것을 넘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이응’을 주의 깊게 들어본다면 퓨어킴이 상당한 이야기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엄마 아빠가 짝짓기 하는 것을 봤어요’라고 노래하는 ‘어’, 소처럼 완전해지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는 신세타령을 담은 ‘여’,‘컴퓨터랑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면 혼자인 지금보다는 낫지 않겠어요’라는 ‘요’의 노랫말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재밌는 가사들이었다.

인디 신에 있을 당시 퓨어킴의 음악은 매혹적이고 농밀했다. 그러한 매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뮤직비디오들도 좋았다. 퓨어킴은 자신이 가진 탤런트인 섹시함을 서슴지 않고 드러내는 미덕을 보였다. 진한 키스신이 담긴 ‘퓨어 티’ 뮤직비디오는 친동생이 찍어줬고, 놀이동산 관람차에서 야한 눈빛을 날리는 ‘오’ 뮤직비디오는 2인조 록밴드 404의 멤버 정세현이 촬영해줬다.



퓨어킴은 솔직담백한 뮤지션이다.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통해 자기 자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고, SNS를 통해 본인의 생각을 서슴없이 말하기도 했다. 퓨어킴은 김예림, 박지윤, 장재인 미스틱89 소속 여성 뮤지션들과 같이 독특한 음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이 있다. 김예림의 경우 백지와 같은 부분이 있기 때문에 프로듀서 윤종신이 다양한 색을 덧대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퓨어킴은 자신의 색이 워낙에 강한 싱어송라이터다. 때문에 윤종신과의 협업이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마도 미스틱89에서의 첫 싱글이 ‘마녀마쉬’가 그 답을 줄 것이다.

사실 음악적 세계관이 어느 정도 완성된 상태인 퓨어킴이 윤종신 사단에 합류한 것은 꽤 놀랄만한 일이었다. 인디 신에서 좋은 음악을 들려줬던 퓨어킴이 미스틱89를 통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게 될까? 퓨어킴은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해주기 원해서였다고 한다. 이제 예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주시하게 될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미스틱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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