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가 아니라 그냥 한국 사람인데.(웃음)”

씨스타 효린이 16일 개봉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인 ‘렛 잇 고’(Let It Go)를 불렀다.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부른다는 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고 코웃음 칠 수도 있지만, 효린에게 있어 이번 기회는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이다. 효린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의 주제곡 ‘리플렉션’(Reflection)을 부른 박정현 이후 두 번째다. ‘뮬란’이 1998년 국내 개봉됐으니 벌써 16년 전 일이다. 그만큼 드문 일일 뿐만 아니라 박정현에 이어 디즈니가 선택한 한국 대표 디바가 바로 효린인 셈이다.

효린은 텐아시아와 가진 인터뷰에서 “솔로앨범 낼 때만큼이나 좋으면서도 걱정됐다”며 “한국 대표가 아니라 그냥 한국 사람인데, 여하튼 한국 대표란 수식어가 붙어서 더 잘 부르려고 노력했다”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원곡이 있는데 그걸 한글로 풀어냈을 때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을지 그리고 박정현 선배만큼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부담을 전했다.

‘섹시’를 주 무기로 했던 효린, 이번에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했다. 안데르센의 명작 동화 ‘눈의 여왕’을 원작으로 한 ‘겨울왕국’과 섹시, 좁혀지지 않는 거리다. 그리고 처음 참여해보는 애니메이션 OST. 효린에겐 ‘도전’의 연속이었다. ‘라이온킹’ 비디오테이프가 닳았을 정도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어려서부터 좋아했다곤 하지만, 보는 것과 직접 참여해서 노래를 부르는 건 엄연히 다른 세계다.

“기존에 해 왔던 노래의 분위기와 달라 솔직히 도전하는 의미로 노래를 불렀다. 판타지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효린이 이런 느낌도 소화를 해내는 구나’란 평을 받고 싶다.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들어야 느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공개된 ‘렛 잇 고’ 뮤직비디오를 보면, 효린의 말은 ‘엄살’처럼 들린다. 시원스러우면서도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귀를 사로잡는다. 원곡 못지않다는 국내 팬들의 반응을 쉽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디즈니 관계자도 흡족한 표정을 지었을 것 같다. 이 같은 사실을 정작 효린만 모르는 듯했다. 디즈니가 왜 선택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쉽게 답을 못한 효린은 “정말 내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나 장점을 잘 모르겠다”며 “쥐어짜내서 생각하는 것도 힘들다. 진짜 모르겠다”고 웃음이다.

무엇보다 뮤직비디오 속 효린은 씨스타나 솔로 활동 때 보여준 섹시함이 아닌 우아하고, 여성스러움이 물씬 묻어났다. 섹시는 대중과 언론이 만들어낸 효린에 대한 편견이었던 셈이다. 예능프로그램 ‘라디오스타’에서 여성스러운 분위기의 노래를 선곡했던 이유기도 하다.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다’는 걸 증명하듯.

“목소리도 허스키하고, 성격도 솔직해서 오해의 소지가 많은 스타일이긴 하더라. 그래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사람이 밉다. (웃음). 그리고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게 됐던 첫 번째가 ‘불후의 명곡’이었는데 거기에서도 항상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드렸다. 그렇게 이미지가 입혀진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여성스러운 노래도 불러보고 싶었다.”


“많이 힘들었고, 많이 느꼈다.”

최근 효린은 솔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씨스타 멤버가 아닌 효린이 보여주고자 하는 음악적 색깔을 보여주고자 했다. 짧은 시간 활동이었지만, 효린은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것을 느꼈다.

“처음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힘든 점이 너무 많았다. 씨스타하면서 들려드릴 수 없는 것을 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많이 잃어버렸더라. 그래서 좀 속상했다. R&B, 흑인음악을 너무 좋아하는데 그 느낌을 많이 사라졌다. 다음에는 지금보다는 좀 더 완벽하게 나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 아이돌 활동은 가수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예능은 기본이고, 연기, 뮤지컬 등 다양하게 펼쳐진다. 하지만 효린은 아직까지 노래뿐이다. 그녀는 “노래만으로도 아직 해야 될게 많고, 할 게 많다”며 “이것저것 벌려놓는 것보다 주로 활동하는 분야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난 다음에 욕심나는 분야를 경험삼아 해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자신의 뜻을 전했다.

2014년 계획도 가수 활동에 맞춰져 있다. 씨스타는 물론 솔로 활동까지. 효린은 “솔직히 두 번째 솔로 앨범을 가장 많이 생각하고 있다”며 “2013년 활동하면서 생각해 놨던 것을 많이 고치고, 성장하는 게 가장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또 “가장 가까운 활동 계획은 씨스타 앨범”이라며 “4명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예고했다.

혹시나 이번 OST 참여가 효린을 세계 무대로 이끄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효린은 “경험을 많이 쌓고, 조금 더 성장하고, 활동도 오래했을 때 세계 시장에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대한민국을 많이 알리고 싶은 가수가 되고 싶은 게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제공. 호호호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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