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가 아이돌 음악의 꽃이라면 그것을 비추는 카메라워크는 음악방송의 꽃이다. 아이돌이 컴백할 때마다 항상 포인트 안무를 강조하는 것처럼 아이돌에게 퍼포먼스는 이제 필수품이 됐다. 특이하거나 눈길을 끄는 안무는 노래보다 더 인기를 끌기도 한다. 때문에 이들의 퍼포먼스를 담아내는 카메라워크는 음악방송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음악방송은 가수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쉬운 창구이기에 그 카메라워크에 따라 가수들이 준비한 퍼포먼스의 효과가 배가 되기도 반감되기도 한다. 어느 음악방송이 아이돌 음악의 꽃을 가장 잘 피워냈을까? 텐카메라맨은 매주 한 팀을 선정해 그 팀의 포인트 안무를 알아보고 음악방송 카메라워크를 비교한다.
동방신기
동방신기가 정규 7집 ‘텐스(Tense)’로 컴백했다. 지난 1일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고, 이어 3일 KBS2 ‘뮤직뱅크’를 시작으로 타이틀곡 ‘썸씽(Something)’의 퍼포먼스를 선보인 동방신기는 6일 앨범의 음원을 공개했다. ‘선무대 후음원’ 전략을 펼친 것. 그만큼 동방신기는 퍼포먼스에 대한 자신들의 자부심을 담았고, 음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7집 앨범의 타이틀곡 ‘썸씽’은 동방신기가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스윙장르의 곡. 듣기 쉬워지고 흥겨워진 음악만큼 퍼모먼스도 경쾌하고 신나며 특히 라인 퍼포먼스가 어우러진 화려하고 다이나믹한 무대가 돋보인다. 특히 이번 ‘썸씽’ 무대의 상징은 줄을 이용한 라인퍼포먼스다. 동방신기는 줄을 튕기며 연주하는 시늉을 보이기도 하며, 권투장 링을 만들거나 줄에 묶인 마리오네트를 표현하는 등 완성도 높은 고난도 라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데뷔 11년차 다운 여유로운 표정도 덤이다. 자부심이 한가득 담긴 동방신기의 ‘썸씽’ 무대, 어느 음악방송이 가장 빛냈을까?# 총평) 음악중심 > 인기가요 > 뮤직뱅크
‘썸씽’은 각 음악방송 사전녹화의 예술이 드러난 무대였다. 음악방송마다 화려한 무대 세트와 더불어 사전녹화와 사후편집을 통해 불어넣은 효과가 빛을 발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MBC ‘쇼!음악중심’(이하 음악중심)의 카메라워크가 돋보였다. 음악중심은 ‘썸씽’ 전반부를 카메라 한 대로 롱테이크 형식으로 담아 마치 뮤지컬과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으며, ‘번 라이크 파이어(Burn like Fire)’라는 가사가 나올 때에는 동방신기의 손가락 끝에 불이 생기는 특수효과까지 넣었다. 최강창민이 손으로 카메라를 가리고, 이어 화면이 전환돼 유노윤호가 등장하는 효과도 좋았다. 두 번째는 SBS ‘인기가요’였다. ‘인기가요’는 셀 수 없는 많은 카메라가 동원됐음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뒷모습, 옆모습, 천장 등 아주 다양하고 역동적인 카메라 앵글을 선보였다. 뮤직비디오를 능가하는 화려한 무대 세트도 일품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카메라워크는 오히려 어지럽다는 독을 품었다. 마지막은 KBS2 ‘뮤직뱅크’였다. ‘뮤직뱅크’도 뮤직비디오를 재현한 무대 세트와 함께 흑백의 화면 전환 등 화려함을 담았다. 그러나 몇몇 카메라워크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특히 다리를 까딱까딱 움직이는 부분에서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똑같으면서도 섬세한 움직임을 잡아야 하지만 오로지 한 명만 오래 클로즈업하는 부분이 많았다.
# 포인트 1) 퍼포먼스를 시작해볼까? 라인 연주 : 인기가요 > 음악중심 > 뮤직뱅크
3사 음악방송은 ‘썸씽’의 시작을 알리는 퍼포먼스의 백미, 라인 연주 안무를 모두 잘 담아냈다. 최강창민과 유노윤호가 번갈아가며 줄을 연주하고, 이어 하이파이브를 하는 순간을 모두 적절한 클로즈업과 풀샷으로 드러냈다. 그러나 라인 퍼포먼스 안에는 유노윤호가 ‘쉿’하는 포즈, 최강창민이 줄 연주하기 전 ‘와치 아웃(Watch Out)’이라며 손가락을 비비는 준비 동작, ‘예’라고 추임새를 넣는 유노윤호 표정 등 숨은 깨알 같은 순간이 있다. ‘인기가요’는 이 모든 순간을 잡아내 역시 섬세한 카메라워크를 선보였다. ‘음악중심’은 원테이크 방식의 독특하면서도 생동감을 살려 돋보였지만, 대신 유노윤호의 ‘쉿’과 ‘예’를 캐치하지 못했다. ‘뮤직뱅크’는 무난했다.
# 포인트 2) 일사불란 권투장 링 만들기 : 음악중심 > 인기가요 > 뮤직뱅크
라인을 이용해 권투장 링을 만드는 퍼포먼스도 ‘썸씽’의 백미. 동방신기의 퍼포먼스가 더 대단한 이유는 자칫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거대한 움직임을 세련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특히 권투장 링을 만드는 모습에서 대단함은 더 도드라진다. 댄서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되 춤선을 살리며 줄을 이용한다. 여기에 최강창민의 노래와 더불어 코치로 변한 유노윤호의 모습과 여성 댄서와 남성 댄서가 선보이는 콩트 같은 퍼포먼스도 눈길을 끈다. 때문에 이때는 권투장 링의 형태를 드러내야 할뿐만 아니라 댄서들의 움직임도 포착해야 한다. 모든 순간을 완벽하게 캐치한 방송사는 없었다. 그나마 ‘음악중심’이 권투장 링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코치 유노윤호, 복서 동작의 댄서, 주먹을 날리는 댄서를 화면 속에 조금씩이라도 담아냈다. ‘인기가요’는 신선한 카메라앵글과 주먹을 맞고 쓰러지는 댄서들을 클로즈업하는 등 섬세한 모습을 보였지만 코치 유노윤호의 모습이 가려져 영화를 완성하는 데 실패했고, ‘뮤직뱅크’는 댄서들의 권투장면을 아예 담지 못했다.
# 포인트 3) 유노윤호 같은 인형 어디 없나요? 마리오네트 안무 : 음악중심 > 인기가요 > 뮤직뱅크
댄서들이 유노윤호의 몸을 감아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조종하는 듯한 안무도 명장면 중 하나다. ‘빰 빰’ 박자에 맞춰 변하는 유노의 동작과 댄서들의 호흡이 일품이다. ‘음악중심’과 ‘인기가요’ 모두 이 안무를 잘 담아냈지만 상대적으로 고정된 앵글을 유지한 ‘음악중심’이 박자에 맞춰 변화하는 마리오네트 안무의 역동성을 더 잘 담아냈다고 판단했다. 이에 반해 화려하고 다양한 앵글을 사용한 ‘인기가요’는 박자가 변할 때마다 앵글을 전환시키고, 조종하는 팔까지 클로즈업해 역동성을 높였으나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뮤직뱅크’는 유노윤호의 다리가 섹시한가?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KBS2,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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