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왕가네 식구들’ 37회, 38회 2014년 1월 4일, 5일 오후 7시 55분

다섯 줄 요약
수박(오현경)과 민중(조성하)은 법원에 이혼 서류를 낸다. 봉(장용)과 앙금(김해숙)은 이혼의 이유를 궁금해하지만, 민중은 끝내 이야기하지 않는다. 민중의 이혼을 알게 된 순정(김희정)은 감기 몸살에 걸린 민중을 간호한다. 돈(최대철)과 영달(강예빈)은 살라(이보희)의 허락을 받아 결혼을 한다. 대세(이병준)는 사사건건 광박(이윤지)을 못마땅해하고, 광박을 변호하던 상남(한주완)은 오히려 광박을 곤란하게 만든다.

리뷰
사람 일은 한 치 앞을 모른다. 부부의 연을 약속했던 이들이 이혼의 수순을 밟기도 하고, 어렵사리 결혼해 행복할 일만 남은 것 같았던 이들은 엉뚱한 일로 서로에 대한 감정이 조금씩 쌓이기도한다. 만나면 늘 으르렁대던 이들끼리 혼인 신고를 함으로써 정식 부부가 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이렇듯 관계가 변하면서 입장도 바뀐다는 것이다.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입장까지도. ‘왕가네 식구들’은 관계가 역전되는 이러한 순간을 포착해 그 이야기를 풀어 놓음으로써 벽에 걸려있던 가훈을 눈으로 보게 해 주었다.

임신을 한 호박(이태란)이 세달(오만석)과 결혼하려 하자 아들 가진 입장에서 큰 소리 떵떵 치던 살라는, 자신의 딸 영달이 임신을 해 돈과 결혼할 처지에 놓이자 앙금으로부터 된통 당하게 된다. 화가 나지만 자신이 예전에 했던 말과 행동이라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다. 진작에 입장 바꿔 생각하고 조심했으면 좋았을 터이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앙금도 마찬가지다.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알고 남의 자식에게 함부로 대하면서 처월드를 경험하게 했던 그는 광박이대세에게 구박 당하고 쩔쩔 매는 모습을 보게 된다. 남의 자식도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었다는 것을 입장 바꿔 보니 이제야 알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이 사실을 가장 뼈저리게 느낄 사람은 아마도 수박일 것이다. 돈 못 번다고 민중을 무시했던 그는 믿었던 옛 애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집문서 날리는 어마어마한 일을 겪어봐야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입장 바꿔 생각하자’라는 가훈을 크게 걸고 아침저녁마다 보는 왕가네 식구들도 이렇게 지키지 못하는 것을 보니 남의 입장이 되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은 일인 듯 하다.

수다 포인트
- 너무나 아들을 닮았던 세달의 아버지, 돈의 아버지. 살라와 계심(나문희)은 사진 보며 감정 잡는데 한참 걸렸을 듯.
- 단순한 돈과 해맑은 영달. 천생 연분이네요.
- 볼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중지의 연기력, 시선 처리. 정말 신통합니다.

글. 김진희(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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