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정도전’ 포스터
KBS가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내놓은 KBS1 새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베일을 벗었다.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시티에서 열린 ‘정도전’ 제작발표회에서는 정통역사드라마를 내놓은 KBS의 강한 의지가 읽혔다. ‘픽션·퓨전 사극’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요즘 세태에 제대로 된 역사적 지식을 전하고 민족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겠다는 것, 바로 ‘정도전’이 목적으로 하는 바다.‘정도전’은 고려에서 조선으로 교체되는 시기에 새 왕조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의 삶을 다룬 이야기로, 정도전(조재현)을 중심으로 주위를 에워싼 이성계 역의 유동근, 최영 장군 역의 서인석, 이인임 역의 박영규, 정몽주 역의 임호, 이방원 역의 안재모, 공민왕 역의 최명수 등 연기파 배우가 총출동해 기획 단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캐스팅과 완성도 있는 구성이 ‘정도전’의 전부는 아니었다.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KBS 장성환 TV본부장은 ‘정도전’의 드라마적 가치를 힘주어 말했다.
“KBS에서 오랜 준비 끝에 지난 5년간의 공백을 딛고 새 대하드라마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는 말로 운을 뗀 장성환 TV본부장은 “최근 국사가 선택과목으로 전락하고 허구가 사실을 넘어서는 픽션 사극이 유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책임을 통감한다. 역사드라마는 민족의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도전’을 통해 정통역사드라마의 가치를 전할 수 있는 신호탄을 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 공개된 ‘정도전’ 하이라이트 영상에서도 제작진의 이런 의도는 분명히 읽혔다. 본 영상에 앞서 인트로로 삽입된 영상에는 “당신은 정도전을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받은 대다수 일반 시민이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최근 픽션·퓨전 사극이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함으로써 ‘정도전’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했다.
하지만 최근 MBC ‘기황후’가 역사 왜곡 논란에도 20%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제작진은 “장르의 차이가 있다”며 “무엇을 지향하는가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간결하게 답했다.
KBS1 ‘정도전’을 연출한 강병택 PD
‘정도전’의 연출을 맡은 강병택 PD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이상에야 어느 정도 픽션이 가미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중요한 것은 어디에 목표를 둘 것인가 하는 거다. 역사를 이용해 상업적 성공을 이루기보다는 재현까지는 아니더라도 충실한 고증을 통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주제의식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정현민 작가는 “작품을 집필하며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한다고 해도 창작자의 개입이 필수적인 대목이 많다”며 “역사적 사실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역사적 가치와 작품의 가치를 살려내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 또한, 한 작품의 작가로서 ‘역사’를 중심에 놓고도 충분히 재밌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정통역사드라마를 표방하는 ‘정도전’은 ‘역사’의 가치를 전하며 시청률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배우들과 제작진의 열정이 가득 담긴 ‘정도전’은 오는 4일 오후 9시 40분 첫 방송 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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