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에서 이어짐) 민채의 본명은 김민채다. 서울 면목동에서 노래를 좋아한 부모님의 1남 1녀 막내로 1981년 8월 31일에 태어난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활발하고 사교적인 아이였다. “집보다는 밖에서 소꿉놀이나 고무줄놀이는 기본이고 동네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뛰어노는 걸 참 좋아했습니다. 성격이 밝은지라 놀다가 넘어 지는 일이 다반사였던 개구쟁이였습니다.”(민채) 그녀는 취학 전인 5-6살 때부터 가족과 함께 시골로 가는 열차 안에서 주현미의 ‘비 내리는 영동교’를 듣고 곧바로 따라 부를 정도로 노래에 재능을 보였다. “아빠 회사 야유회에서 주현미 노래를 불러 상도 탔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혀가 짧은 편이라 묘한 발음으로 노래를 부르면 다들 귀여워해주셨습니다.(웃음)”(민채)
그녀는 초등학교 때 TV드라마 ‘아들과 딸’을 보다가 우연하게 들은 수잔 잭슨의 ‘에버그린(EVERGREEN)’이 전해준 기분 좋은 기억이 선명하다. 음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동네 피아노 학원에 다녔던 이웃집 친구 때문.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피아노를 치고 싶어 부모님을 졸랐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어릴 때 예식장을 갔는데 엄마가 ‘신부 참 예쁘지’하시는데 ‘피아노 치는 사람이 더 예쁘다’고 말했을 정도였어요. 그땐 피아노가 너무 치고 싶은 마음에 소풍가는 날도 피아노학원에 갔었고 친구가 ‘피아노치고 놀자’하면 무조건 갔었습니다.”(민채) 음악재능이 뛰어났던 그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서울 강남 리베라호텔에서 열렸던 ‘국제 평화음악 콩쿨대회’에 나가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통틀어 1등을 차지했을 정도. 어린 시절부터 활달하고 감수성이 풍부했던 민채는 피아노를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대중가요와 팝송을 직접 연주하며 부르기를 좋아했다.
민채 국제 평화음악 페스티발 콩클대회 연주모습
그녀의 삶에서 처음 맛본 상실감은 중학교 진학 때다. “다들 선화예중에 가라고 했는데 집안 형편 때문에 포기해 우울했습니다. 그래서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민채) 사교적인 민채는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전교 1등하는 공부 잘 하는 친구와 정반대인 노는 친구들하고도 친하게 지냈다. 사춘기가 오면서 반항적인 불량학생과도 어울린 그녀는 점점 공부와 멀어져 갔다. 그녀가 다시 피아노를 치게 된 것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엄마 친구에게 피아노를 선물로 받으면서부터. 어릴 때 피아노 신동 소리를 들었지만 너무 오랫동안 멀리한지라 코드는 물론이고 음악에 대한 개념조차 없는 백지 상태가 된 그녀는 대중가요 반주법 교본을 구입해 피아노를 치며 놀았다.고2때 진로를 결정할 때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음악학원에 진학상담을 하러 갔다가 “클래식 쪽은 너무 늦었으니 실용음악과를 선택하라”는 말을 듣고 자존심이 상했다. 당시 그녀는 클래식을 전공하는 음대만이 최고라 생각했었기 때문. “고3 수험생이 되면서 대학 실용음악과 진학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통해 대중음악을 하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민채) 고3이 끝날 무렵에야 실용음악을 알게 된 민채는 강남 신사동 앙드레김 작업실 옆에 있던 실용음악학원에서 재즈피아노로 블루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너무 늦게 입시준비를 한지라 졸업하는 해에는 대학입시를 보지 않았다. 1년 후, 뉴에이지 곡을 카피해 동덕여대, 서울예대 실용음악과 입시를 치렀지만 다 떨어졌다. “당시 곡이 너무 좋아 선택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입시용로 연주할 곡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뒤늦게 즉흥연주를 해 서울 서초동에 설립된 서울종합예술학교 재즈과(현 실용음악과)에 들어갔다.
본격적으로 재즈피아노를 공부하기 시작하는 민채는 대학에 들어가자 창작곡을 쓰기 시작하는 습작기를 맞이했다. “저는 재즈피아니스트가 될 생각은 못했습니다. 막연하게 나중에 작곡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름방학 때 1-2곡을 만들어보았는데 너무 별로였습니다.”(민채) 수업 때문에 앙상블 밴드를 구성해 보컬을 맡으면서 혼자 피아노를 치며 재즈 스탠더드 곡을 연습해 발표회에서 부르자 교수들의 반응이 좋았다. “어릴 때부터 노래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긴 했지만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는데 교수님들로부터 ‘잘 부르니 한번 해보라’눈 좋은 반응을 받으니 일단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까지 저는 프로보컬리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재즈보컬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습니다.”(민채) (part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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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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