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시선을 지닌 자는 가장 매혹적인 걸음으로 자신의 생을 거닌다.’ - 레이첼 카슨

좋은 리더란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 내릴 순 없다. 다만 한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자신이 바로 서고자 노력하는 이라면 반드시 언젠가는 좋은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990년생 아이돌 그룹의 리더 중 앞서 말한 가치를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여기에 더해 성취에 자만하지 않는 마음가짐,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 뚜렷한 목표 의식과 비전으로 팀을 앞으로 나아가게까지 한다. ‘최고의, 절대적인, 완벽한’이란 의미를 지닌 그룹 B.A.P의 방용국과 ‘최고의 목소리, 비주얼, 가치를 지닌’이란 뜻을 담은 그룹 빅스의 엔. 이들이 바로, 그 리더다.

# 때론 엄격하게, 때론 관대하게, B.A.P 방용국

‘One Shot’ 뮤직비디오 속 방용국

1. 막내 리더
@ 예의
가수의 꿈을 갖게 한 누나와 쌍둥이 형 그리고 방용국, 그는 3형제 중 막내다. 하지만 막내하면 흔히 떠올리게 되는 어리광이나 철부지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던 덕분에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과 예의범절을 자연스레 익힐 수 있었다. 팀의 절대적인 규칙을 예의라고 생각하며 언제 어디서든 예의는 사람 사이의 기본이며 제일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상형조차 공중도덕을 잘 지키는 사람일 정도다. 쓰레기를 잘 줍고, 할머니가 무거운 짐을 들고 가면 그 짐을 들어주는 마음씨를 지닌 사람이 좋아 보인다고 하니, 무대 위에서 세상을 향해 도전하는 에너지를 강하게 내뿜는 모습에서는 쉬이 상상할 수 없는 의외의 면이다.

@ 화술
달변가가 아니다. 말도 느릿느릿, 서두르는 법이 없다. 하지만 한 마디 한 마디 신중히 내뱉기에 묘한 설득력과 힘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작년에 방송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B.A.P 킬링캠프’에서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청문회에서 동갑내기 친구 힘찬이 서운함을 표현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사람과 사람이 만났는데 어떻게 불만이 없겠습니까. 저는 그런 모습조차 굉장히 좋아 보였습니다”라고 말해 넓은 포용력과 리더다움을 엿볼 수 있게 했다. 2012년 ‘MAMA’에서의 특별상 수상 때에는 “베이비들(베이비는 B.A.P의 공식 팬클럽명), 이건 우리 상이 아니고 너희들꺼야. 고마워”라며 길지 않은 소감임에도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에는 확실하게 해 임팩트 있는 말을 날렸다.

@ 목표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이가 되는 것, 방용국 개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꿈이다. 세상을 넓게 보며 인간적으로 성숙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단순히 누군가에게 존경받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에게 당당해져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이것은 B.A.P의 목표와도 직결된다. 그 주제가 범죄든 부조리든 사랑이든, 어떠한 것이든 관계없이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한다. B.A.P의 음악이 많은 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그 음악으로 서로 공감하기를 희망한다. 또한 B.A.P만의 음악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것, 이것이 이들의 최종 목표다.

2. 그의 진가
무대 밖에서는 ‘방보살’(평소에 화를 내는 법이 없다 하여 붙여진 별명)로 불리며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 촬영을 하지 않을 땐 수줍은 많은 소년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2014 SEASONS GREETINGS’ 촬영 당시 상체 탈의를 했던 그가 쑥스럽다며 이불을 목까지 끌어 올리며 숨어 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그가 이와는 반대로 카리스마 넘치는 남성미를 선보이는 곳은 역시 무대다. 팀의 리더이기 이전에 실력 있는 래퍼이자 퍼포머인 그가 일본에서 발표한 2번째 싱글 ‘One Shot’ 뮤직비디오에서(‘One Shot’은 어떤 무대를 봐도 훌륭하다. 선택에 어려움이 있어 뮤직비디오로 대신한다)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냈다. 노래의 시작을 알리는 무게감 있는 랩과 야생의 기운이 느껴지는 힘 있는 춤 동작, 어떠한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이는 눈빛은 B.A.P의 방용국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3. 동갑 친구
홀로 완벽해지려 하지 않는다. 스스로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을 아는 방용국은 본인을 무뚝뚝한 편이라고 표현하며 동갑 멤버인 힘찬과 함께 팀의 균형을 맞춰간다. 방용국이 팀에서 규율을 잡고 멤버들을 묵묵히 받쳐준다면, 힘찬은 멤버들을 살뜰히 챙기며 팬들에게 애정 표현 또한 스스럼없이 한다. 콘서트 때마다 공연장을 찾은 팬들의 사진을 찍어 공식 팬카페에 올리는 것도 힘찬이다. 지난 10월, 텐아시아와의 인터뷰 당시 방용국은 힘찬의 다양한 지식에 감탄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다가도 “그런데 그 지식이 ‘얕다’”라고 말해 모두의 웃음을 자아냈다. 힘찬과 관련된 주제에는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낸 오래된 친구처럼 어김없이 이야기에 끼어 개구쟁이같이 신 난 모습을 보였다. 90년생 동갑내기의 우정이 만들어내는 시너지가 B.A.P의 긍정적인 기운을 형성하는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4. 2014년
한국에서 제대로 ‘One Shot’(한방)을 날릴 때가 됐다. 2013년, 미국 4개 도시와 아시아 5개국을 횡단하는 퍼시픽 투어는 물론, 일본 데뷔와 동시에 아레나 투어를 개최한 B.A.P는 최근 독일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해 유럽에서의 인기 또한 대단함을 증명했다. 해외 활동을 통해 명실공히 공연형 아이돌 그룹으로 거듭난 그들의 저력을 발휘할 때가 된 것. 2014년 상반기 컴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방용국이 어떤 메시지를 담은 자작곡을 들고 나올지도 기대하게 한다.

[신년 주의사항] 밥은 먹어가면서 작업하세요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 그의 SNS를 통해 올라오는 곡 작업 소식에 몸은 제대로 챙기며 하고 있는지 걱정하는 팬들이 많은 바, 매운 라면 좋아한다고 그것만 먹지 말고 밥 제대로 챙겨 먹으면서 하기를. 이거 원, 허리가 한 줌이잖아!

# 때론 형처럼, 때론 동생처럼, 빅스 엔

‘쇼! 챔피언’ 컴백 무대에서 ‘저주인형’을 선보이는 엔

1. 막내 리더
@ 예의
2남 2녀 중 막내. 큰 형과는 14살 차이가 나는 집안의 늦둥이다. 자신의 입으로 엄하다고 표현한 12살 터울의 큰 누나로부터 예절 교육을 제대로 받았다고 알려졌다.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했을 당시 디제이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창날천’(엔의 고향 창원+날개 없는 천사)이라고 자주 표현했을 정도로 배려와 예의가 몸에 밴 스타일이다. ‘슈퍼주니어의 키스 더 라디오’에 함께 출연 중인 옥상달빛의 한 멤버가 어딜 가도 예쁨 받을 거라는 얘기를 지나가듯 말하기도 해 그의 됨됨이가 어떠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외국으로 쇼케이스를 다녀올 때면 선배들의 선물을 손수 챙기는 것도 잊지 않을 만큼 예의범절과 섬세함을 동시에 지니기도 했다.

@ 화술
‘빅스티비’를 통해 그동안 행동보다 말이 앞섰던 자신을 깨달았다고 고백하기도 한 만큼 최근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원래는 ‘엔줌마’(엔+아줌마)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말하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단순히 ‘수다’스러운 것이 아닌 솔직함을 기반으로 한 언어 구사력이 타인에 비해 조금 더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유쾌한 성향을 지닌 것은 맞지만 그 말에 담긴 신중함은 리더라는 이름의 무게만큼이나 진중하다. 팀의 분위기를 업(Up)시키기 위해 내뱉는 말들과 멤버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늘어놓는 칭찬, 심지어 자신의 자랑 또한 꾸밈없이 자연스러우며 어색하지 않은 건 그가 그동안 성장하며 받은 가족의 사랑과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빛나는 자신감과 당당함이 말에 묻어난다. 같은 소속사의 선배가 타 아이돌을 언급하며 비교되지 않느냐는 질문했을 때에도 당황하는 법이 없다. 멤버들이 잘한다고 느끼며 열심히 한다고 생각되기에 그렇지 않다고 명확히 의견을 밝히면서도 타 그룹을 치켜세우는 겸손함도 잊지 않는다.

@ 목표
엔은 항상 빅스를 말한다. 하고 싶은 것 또한 빅스의 소망으로 대신한다. 그가 이루고 싶은 최종 목표는 줄곧 이야기했듯 빅스가 트렌드가 되는 것. 마이너한 부분마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좋은 노래와 무대로 설득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자 몫이라고 이야기한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도 있어야 했던 지난 시절을 딛고 이제는 그 근거를 하나씩 만들어 나가고 있는 빅스의 리더 엔. 지난 7월, 1년 뒤에는 트렌드가 되는 목표를 많이 달성한 그룹이 되어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던 만큼 노래, 춤, 의상 등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이 남들보다 반 발자국 앞선 빅스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2. 그의 진가
엔은 5년가량의 긴 연습생 기간을 거친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 여기서 흥미로운 건 데뷔 초기의 한 인터뷰에서 제시카의 ‘Goodbye’를 듣고 가수의 꿈을 키워 섬세한 감수성을 갖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고백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이번 ‘VOODOO’ 앨범에서는 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느낌이다. 다양한 수록곡에 담긴 엔의 목소리에서는 장르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조곤조곤 건네는 이야기가 들리는 듯 하며 겨울날 하얀 눈 위에 내리쬐는 햇살의 포근함과 따뜻함이 감돈다. 엔의 장기인 춤을 말하기 이전에 목소리부터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앞으로 자신감 있는 발성과 호흡 부분만 신경을 쓴다면 더없이 훌륭한 가수로 거듭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다칠 준비가 돼 있어’ ‘hyde’ ‘저주인형’에 이르기까지 그는 무대 위에서 절제된 섹시미를 선보였는데, 특히 ‘쇼! 챔피언’에서의 ‘저주인형’ 컴백 무대는 해골마이크로 찌르는 안무가 수정되기 전 버전이니 꼭 한 번 보는 것이 좋다. ‘다칠 준비가 돼 있어’의 ‘차여지’ 뒤를 잇는 ‘차질끈’(엔의 파트인 ‘아픈 눈을 질끈 감고’에서 비롯)의 탄생을 알렸던 영상으로 4초밖에 안 되는 순간임에도 사람의 시선을 끄는 엔의 매력을 접할 수 있다.

3. 동갑 친구
엔과 동갑인 멤버 레오.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극과 극이다. 처음 이들을 접하는 사람이라면 한 명은 지극히 외향적이고 한 명은 너무나 내향적으로 보이는 까닭에 둘이 과연 잘 어우러질 수 있을까 싶을 것이다. 말수가 적은 레오가 엔이 잠잘 때도 자신을 귀찮게 한다고 하며 가장 막내 같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면 엔이 얼마나 자주 레오를 비롯해 멤버들에게 애정 표현을 하는지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엔이 레오에 대해 ‘평생지기’라고 표현할 정도로 둘은 서로에게 의지가 되는 멤버이자 친구다. ‘저주인형’으로 1위를 차지한 후 무대 아래로 내려왔을 때 엔이 눈물을 흘리던 레오의 등을 토닥여주던 모습에서는 엔이 한 말의 의미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인생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살아가는 가치관을 엔과 레오 모두 ‘행복’이라고 답한 만큼 성향은 분명 다르지만 그들이 꾸는 꿈과 목표의식은 비슷할 것으로 보이니 빅스라는 한 팀을 이끌어 가는 데에 있어 90년생 동갑 친구의 역할은 친구 이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4. 2014년
엔의 2014년은 일단 빅스의 2014년으로 얘기해도 무방할 것 같다. 현재까지 알려진 빅스의 공식 일정은 2월에 프랑스에서 열리는 MIDEM 참여와 독일과 프랑스에서의 앙코르 쇼케이스다. 내년이면 햇수로 데뷔 3년 차가 되는 만큼 지금의 콘셉트에서 조금 더 발전되고 변화된 모습을 보여 그가 항상 목표로 이야기하는 빅스가 트렌드가 되는 것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2014년에는 엔이 구체적으로 말한 바는 없지만 단발성으로라도 라디오 DJ를 한 번쯤 해보기를 추천하는 바다. 요즘 말수가 부쩍 줄어들었지만 엔의 말하기 듣기 능력은 몇 번의 훈련을 거친다면 지금 활동하고 있는 현직 DJ 못지않을 것으로 여겨지니 관계자들은 엔을 꼭 주의 깊게 봐주기를.

[신년 주의사항] 리더의 이름으로 핫스팟 활성화를!
리더를 제외하고는 다들 휴대폰이 없어서 불편하겠다 싶었는데 라디오에 출연해 몇몇 멤버들이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아직은 안될 듯. 그냥 엔의 휴대폰 요금제를 최고 한도로 올려서 멤버들에게 와이파이를 아낌없이 나눠주도록 하자. 그 다음엔 능력껏들 알아서 잘 하시길. 만약 지금 상태에서 휴대폰을 돌려받는다면, 엔이 몇 배로 더 힘들어질 게 뻔해.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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