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대상 유력후보 여배우들, 공효진 이보영 김혜수 하지원 황정음 그리고 한지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지상파 시상식과 함께 하는 제야의 종소리, 익숙한 우리의 연말풍경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의 마감은 방송국들과 함께 한다는 시청자들을 위해 미리보기에 나섰다.

올해 지상파 연기대상은 꽃밭이 따로없다. MBC(30일)도, SBS(31일)도 그리고 KBS(31일)도 모두모두 여배우들이 유력한 대상후보이기 때문! 텐아시아에서는 유력한 대상후보들을 되짚어보며 진정한 여왕 중의 여왕이 누가 될지 예상해보았다.

MBC, 유력한 하지원, 가능성 있는 한지혜 그리고 반전의 조재현

MBC 연기대상은 현재 방송 중인 월화드라마 ‘기황후’ 기승냥 역의 하지원이 가장 유력하다. 18%대의 시청률을 기록, 20% 돌파를 앞두고 있는 현재 하지원이 대상을 수상해주면 MBC로서도 드라마 홍보가 되니 일석이조다. 작년에도 MBC는 당시 방영 중이던 MBC 사극 ‘마의’의 조승우에게 대상을 안긴 바 있어 하지원의 수상을 유력하게 보는 것이 방송가의 지배적 시각. 무엇보다 하지원은 사극 여주인공의 전형성을 띤 ‘기황후’ 속 기승냥의 인간승리 드라마를 그 특유의 ‘깡’이 느껴지는 캐릭터로 안정적으로 그려나가는 동시에 이 드라마가 가진 중요한 미덕인 두 남자 왕유(주진모)와 타환(지창욱) 사이에서의 애절한 멜로 연기를 그리고 있다. 그렇다. 하지원하면 역시 ‘안정성’이다.

하지원이 수상을 하게 되면 2년 연속 드라마 홍보효과를 꾀하려는 MBC의 노림수가 들통은 날테지만, 하지원의 연기가 ‘대상감’이 아니라고 지탄할 이도 별로 없다. 안정적인 배우 하지원은 수상자로도 참 안정적이다.

‘금나와라 뚝딱’의 한지혜도 가능성이 엿보인다. 22.3%의 높은 시청률로 침체된 MBC 주말극에 활기를 불러일으킨데다 1인2역에 도전했다. 스스로 토크 프로그램에서 연기대상 욕심을 냈던 캐릭터라 밝힌 바 있듯, 배우에게 도전적인 캐릭터인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MBC는 한지혜를 ‘연기대상’ MC로도 발탁해, 시상과 수상을 동시에 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꼭 그 풍경이 대상수상의 순간에 연출될 것인가는 의문이 생긴다. 최우수상에 그칠 수도 있다.

현재 예상해볼 수 있는 반전은 역시 ‘스캔들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의 조재현. MBC 여풍을 꺾을 유일한 남자다. 시청률도 17%대로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 무엇보다 아이를 납치해 길렀지만, 그 아이에 다시 부정을 느끼고마는 캐릭터의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해내 연기적으로 찬사를 얻었다. 그가 수상을 한다면, 시청자들은 충분히 납득할 것이다. 하지만 MBC가 반전의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30일 공개된다.

SBS ‘그 겨울’ 송혜교 VS ‘너목들’ 이보영 VS ‘주군의 태양’ 공효진

SBS도 여배우 잔치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송혜교,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보영, 그리고 ‘주군의 태양’ 공효진이 대상감으로 점쳐진다.

시청률 면에서 우위는 23%대의 이보영. 송혜교는 20%의 진입장벽은 넘지 못했고, 공효진은 21%대로 턱걸이로 넘었다.

배우의 도전을 보았을 때, 시각장애인 영 역의 송혜교가 앞선다. 그러나 서사의 묵직함은 이보영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무게감이 느껴지는 서사 속에서 배우 자신이 아닌 캐릭터로 선보였던 것에는 이보영의 점수가 앞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송혜교, 이보영, 공효진 모두 매력적인 캐릭터로 안방을 사로잡은 것은 확실하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세 배우 모두 서로 다른 분위기의 배우인만큼, 서로 다른 이들의 경쟁은 바라보는 이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접전이다.

물론 반전은 또 있다. ‘야왕’의 수애도 만만치않은 적수다. 지난 4월 종영한 이 드라마는 상반기에 방송돼 이미 시청자의 기억 속에 흐릿해졌다는 약점 외에는 송혜교, 이보영, 공효진과 겨루었을 때 결코 쉬운 상대는 아니다. 시청률도 무려 25.8%다. 올해 지상파 시상식 중 가장 흥미로운 대결이 예상된다.

KBS, ‘직신’ 김혜수 VS ‘비밀’ 황정음 … 혹은 ‘굿닥터’ 주원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직장의 신’ 속 미스김 역의 김혜수가 가장 유력한 대상감. 캐릭터 자체의 독특하면서 중독적인 매력에 더해 김혜수라는 배우의 파격적인 변신은 큰 환영을 받았다. 무엇보다 시의성있는 소재의 드라마가 시청자를 위로한 가운데, 일본 드라마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미스김 캐릭터의 이질감은 대중에 친숙한 김혜수라는 배우의 존재감 속에 희석됐다는 점에서 이 배우의 대상 수상은 높게 점쳐진다.

하지만 ‘비밀’의 황정음도 심심치않게 거론된다. 시청률 면에서도 앞서지만, 무엇보다 아무도 기대를 걸지 않았던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황정음은 불과 몇년 전만해도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2013년 대상 수상자로 거론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황정음이라는 배우의 가능성이 새삼 증명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반전은 ‘굿닥터’ 주원이다. 시청률로만 본다면 최강이다. 20%대 최고 가까운 19.2%를 찍었다. 주원은 서번트 증후군의 의사 시온 역을 연기했는데,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절제의 미학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들은만큼 그가 대상을 수상한다고 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한 해라는 시간의 끄트머리, 우리는 보통 자극적인 논란을 더욱 또렷하게 기억하곤 하지만, 돌이켜보면 올 한해를 더욱 성장시킨 훌륭한 드라마들과 그 드라마를 빛낸 배우들도 참 많았다. 가장 빛났던 스타 중의 스타, 배우 중의 배우들의 마지막 잔치, 연말 시상식은 또 어떤 이색적인 풍경으로 우리를 놀래킬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SBS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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