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수만 있고 받을 수는 없는 것은? 정답은 애석하게도 ‘짝사랑’이 아니라, 바로 ‘시티폰(CT-2)’이다. 지난 1997년에 최초로 출시돼 이목을 끌었으며, 최근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에 등장해 신촌 하숙에 파란을 예고한 이 물건은 전화를 걸 수만 있고 받을 수는 없다는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문명의 이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지난 13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4’의 16회에서는 지인으로부터 고급 투자 정보를 받았다는 성동일(성동일)이 시티폰 주식에 5,000만 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담겼다. 믿을 수 있는 정보라며 아내 이일화(이일화)에게 큰소리를 친 성동일. 그런데 이 투자 정말 안전한 걸까.

1997년 한국통신프리텔이 출시한 시티폰은 일반 가정의 무선 전화(CT-1)에서 발전된 디지털 방식의 ‘발신전용 휴대전화’다. 지금 생각해보면 받을 수도 없는 전화기가 왜 필요했나 싶겠지만, 90년대의 속사정 알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80년대 출시된 삐삐(무선호출기)는 여전히 모든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제1의 연락수단’이었고, 집이 아닌 이상에야 삐삐의 음성메시지를 확인하고 누군가에게 연락할 방법은 ‘공중전화’뿐이었다. 인파가 붐비는 번화가나 캠퍼스에서는 연락을 위해 줄을 서는 일도 부지기수였다고. 그때 출시된 시티폰은 구매자에게 줄을 서지 않을 수 있는 자유를 선사했고, 얼리어답터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남다른 무언가를 추구하던 이들에게는 1997년의 부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못 믿겠다고?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증언을 들어보자.

“1997년에 시티폰이 나왔을 때만 해도 반응은 꽤 뜨거웠지. 음성메시지 확인하려고 공중전화 박스에 줄을 서서 보면, 시티폰으로 여유롭게 통화하는 사람이 그렇게 부럽더라고. 그땐 시티폰이 누구나 한번 쯤은 갖고 싶어 하는 물건 중 하나였어.” - 30대 후반 남

“삐삐 확인하려 공중전화에 줄을 서지 않아도 되니까 다들 사고 싶어 했어. 또 집에서는 전화하면 사생활이 보장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 괜히 전화 오래 하면 눈치도 보게 되고. 그런 측면에서 시티폰은 편리하고 사생활 보호의 효과까지 있었지. 당시 나름 얼리어답터라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씩 들고 다녔지.” - 40대 초반 여



하지만 시티폰에는 결정적인 결함이 있었다. ‘수신’이 불가하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그 활용성이 그다지 높지 않았던 것. 시티폰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무선중계기의 반경 200m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약점이 있었다. 시티폰을 사용하기 위해 공중전화기 근처까지 가야 한다는 점은 ‘응답하라 1994’ 14회 방송 속 광고에서 김국진이 공중전화기 근처에서 줄을 선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우월하지도, 편리하지도 않았다. ‘수신불가’에 ‘발신불편’까지 시티폰의 한계는 명확했다. 여기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증언은 이어진다.

“가지고 다니면 있어 보이고, 멋지고 다 좋은 데 중요한 건 그렇게 유용하지는 않았다는 거야. 지방이라도 내려갈 일이 생기면 문제는 더 심각해졌지. 그 ‘무선중계기’라는 것이 지방에는 수가 더 적었거든. 그래서 결국, 시티폰은 PCS폰의 등장과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거지.” - 30대 후반 남

“시티폰은 기지국 근처에서만 터지고 다른 데서는 먹통이 되기 일쑤였어. 그래서 시티폰 화면에 ‘기지국 표시’가 나오는지를 계속 확인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전파를 잡으려 몇 발자국씩 움직여보는 건 흔한 일이었어.” - 40대 초반 여

시티폰의 태생적 한계는 종말로 이어졌다. 같은 해 등장한 PCS폰은 정부의 ‘통신시장 전면 경쟁체제 구축’이라는 구조개편과 맞물려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고, 선택지가 늘어난 소비자는 시티폰을 쉬이 잊었다. 시티폰 주식?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지난 14일 방송된 ‘응답하라 1994’의 17회의 말미에는 시티폰 주식이 휴짓조각이 돼 공황상태에 빠진 성동일과 이일화의 모습이 담겼다. 그렇다면 신촌 하숙은 어떻게 되는 걸까. 사랑의 역경과 경제적 궁핍마저 극복해야 하는 ‘응답하라 1994’의 이야기는 20일 오후 8시 40분에 공개된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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