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전야’ 택연, ‘변호인’ 임시완’, ‘세이빙 산타’ 정은지, 수호, ‘저스틴’ 박형식(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아이돌의 활약이 극장가에서도 돋보인다. 예전부터 꾸준히 이어진 애니메이션 더빙은 물론 점차 연기로 두각을 드러내는 아이돌 멤버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드라마, 예능 등 안방 무대와 달리 스크린에서의 활약은 다소 미비했지만 최근엔 이 문턱도 넘어섰다. 스크린 캐스팅 소식도 쉼 없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올 연말 극장가만 들여다봐도 아이돌의 활약상을 접할 수 있다. 이래저래 아이돌 팬들은 신났다.

현재 겨울 찬바람을 타고 입소문을 얻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결혼전야’에는 2PM 멤버 택연의 활약을 볼 수 있다.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로 연기를 시작, 올해 tvN ‘후아유’ 주연을 맡을 만큼 배우로서 제법 길을 걸어 왔다. 연기력도 안정적이다. 오히려 이번 첫 스크린 도전이 다소 늦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큰 욕심내지 않고, 드라마를 시작했던 것처럼 작은 역할로 ‘워밍업’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성향과 잘 맞아떨어지는 역할로. 극 중 다른 인물들에 비해 정적인 캐릭터지만 그 안에서 나름대로의 존재감을 충분히 드러냈다. 스크린에서 이어질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중요한 것 하나, 앞으로는 남성적인 거친 매력도 보여준다고 하니, 무대 위가 아닌 스크린에서 선보일 ‘짐승돌’의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극장가에 눈에 띄는 아이돌은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 어린 허염, ‘미생 프리퀄’ 장그래 등으로 연기의 맛을 본 그는 ‘변호인’에서 국밥집 아들 진우를 소화했다. 출연 분량이 그리 많진 않지만 영화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심인물이다. 극 중 송우석(송강호)의 변화를 이끄는 단초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영화 속 그의 모습이다. 조작된 사건에 휘말려 처참하게 고문당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멋진 복근이나 가슴이 아니라 피멍으로 물든, 고문의 흔적을 담은 몸을 보여준다. 고문을 당했으니 얼굴도 핼쑥하다. 팬들이 보면, 참 가슴 찢어질 일이다. 또 80년대를 그린 만큼 덥수룩한 단발머리도 은근 잘 어울린다. 18일 극장에서 확인하면 된다. 참고로, 곽도원이 임시완을 고문했다고 미워하지 마시길, 현실이 아니라 영화니까. 그리고 임시완은 내년 4월 개봉 예정인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리오2’ 목소리 연기에 도전하고, 영화 ‘야간자습’도 긍정 검토 중이다. 당분간 극장에서 임시완 볼 일이 자주 있을 것 같다.

제국의아이들 임시완이 연기로 다가선다면, 같은 팀 멤버 박형식은 목소리로 대중을 만난다. 12월의 마지막이자 2013년의 마지막 날인 31일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저스틴’에서 주인공 저스틴 역으로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다. 변호사가 되라는 아버지의 뜻과 달리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기사를 꿈꾸는 인물이다. ‘진짜 사나이’의 아기병사의 모습과 어딘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 ‘꽃보다 할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 등과의 목소리 호흡도 기대된다. 일단 각종 예고 영상을 통해 들리는 박형식의 목소리는 합격이다.

최근 아이돌 중의 아이돌로 군림하고 있는 엑소의 리더 수호도 애니메이션 더빙에 도전했다. 19일 개봉되는 ‘세이빙 산타’다. 차세대 발명가를 꿈꾸는 요정 버나드가 악당에 의해 납치된 산타클로스와 점령된 북극마을을 구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떠나는 모험을 그린 3D 애니메이션. 산타를 찾으러 떠나는 요정 버나드가 수호의 목소리다. 무대 위 목소리가 아닌 스크린에서 들리는 수호의 목소리, 평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만큼 열정적으로 임했다고 하니 귀를 쫑긋 세워야 할 것 같다. 에이핑크 정은지도 함께 한다. 북극마을을 지키는 용감한 요정 샤이니 역이 정은지의 목소리를 탈 예정이다. 무대인사 시사회도 있다 하니 잘 챙기길 바란다. 두 사람은 ‘세이빙 산타’ OST까지 함께 불렀다고 하니 기대가 더해진다. 또 엑소는 12월 겨울 분위기를 물씬 담은, 신곡 5곡이 수록된 앨범도 발표한다. 팬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다. 최근엔 엑소의 디오도 영화 ‘카트’에 캐스팅 소식을 전했다. 엑소의 스크린 활동이 점차 거세질 전망이다.

아이돌 파격 연기의 최고는 ‘배우는 배우다’ 주연을 맡은 엠블랙의 이준이다. 일단 등급이 청소년관람불가. 거친 베드신도 소화했다. 과연 아이돌인가 싶을 정도다. 파격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이준은 영화, 연기에 대한 열망이 많은 만큼 스크린 활동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빅뱅 최승현, 소녀시대 유리 등도 각각 ‘동창생’과 ‘노브레싱’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내년 1월에 개봉될 ‘수상한 그녀’에서는 B1A4 멤버 진영을 볼 수 있고, 탄탄한 연기력을 쌓은 JYJ 박유천도 내년 ‘해무’를 통해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 애니메이션 더빙은 물론 연기까지, 스크린에서 아이돌 활약은 더욱더 확대될 전망이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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