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1박 2일 시즌3′ 방송화면 캡처
데프콘의 시대가 왔다. 최근 지상파와 케이블채널을 통틀어 그가 출연하고 있는 프로그램 개수만 해도 무려 4개.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뛰어든 짧은 시간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최근 다수 예능 프로그램에 혜성처럼 나타난 그가 신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방송’이 아닌 ‘음악’으로 대중을 만난 데프콘의 경력은 결코 짧지 않다. 지난 1998년 나우누리 흑인 음악 소모임에 자신의 첫 곡 ‘심판’을 발표하며 데뷔한 그는 2001년 7월 첫 정규 앨범 ‘Straight from tha Streetz’를 통해 정식으로 래퍼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그가 발표한 ‘나랑 사귀자’, ‘힘내세요 뚱!’, ‘시티 라이프’, ‘힙합 유치원’, ‘래퍼들이 헤어지는 방법’ 등의 곡은 상당한 인기를 거두며 ‘데프콘’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래퍼로 각인시켰다.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 방송화면 캡처
그런 데프콘이 본격적으로 방송에 뛰어든 것은 지난 2011년. 다섯 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둔 그가 출연한 MBC ‘무한도전’은 그의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무더운 여름날 과하다 싶을 정도로 푸른 빛깔의 정장을 입고 “무슨 일이든 시키면 다 하겠다”고 말했던 데프콘은 ‘무한도전’ 일부 멤버들의 부상으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며 그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화법과 개그 코드로 단숨에 ‘예능계 블루칩’으로 부상하기에 이른다. 이후 데프콘은 ‘무한도전’의 인연으로 정형돈과 함께 케이블채널 MBC 에브리원 ‘주간 아이돌’에 투입되며 낯선 방송 환경에서 살아남는 법을 몸으로 부딪쳐 배우게 된다.힙합 듀오 ‘형돈이와 대준이’
2012년에는 ‘주간 아이돌’로 끈끈한 우애를 얻은 정형돈과 ‘형돈이와 대준이’라는 힙합 듀오를 결성했고, 장기간 음악 활동을 통해 공인된 데프콘의 음악적 재능과 본래 음악에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던 정형돈은 독특한 안무와 가사가 결합된 ‘올림픽대로’, ‘안 좋을 때 들으면 더 안 좋은 노래’ 등의 곡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다. 예능과 음악이라는 이종결합은 그 중점에 선 데프콘만이 시도할 수 있었던 도전이었다.하지만 이런 성과는 데프콘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형돈이와 대준이’의 성공으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와 같은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단골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데프콘은 특유의 구성진 입담과 빠른 눈치를 통해 방송가 사람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게 된다. 그리고 그해 말, 당당히 할리우드 여배우 다코타 패닝을 닮은 눈동자로 당당히 ‘무한도전’ 못친소 페스티벌의 문턱을 밟은 그는 김범수, 고창석, 신치림, 김제동, 김C, 김영철, 권오중, 이적 등 만만찮은 적수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오롯이 드러내며 이후 달력 배송까지 함께하며 ‘대포폰’이란 수식을 얻었고, ‘무한도전’ 객원 멤버로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알렸다. 그의 잠재적 가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의 일이다.
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그리고 2013년, 데프콘은 MBC 새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합류하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헬로 키티 침구’가 없으면 잠을 잘 수가 없고, 애니메이션과 피규어를 좋아하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만 있다면 하루 7끼를 먹기도 마다치 않는 데프콘의 캐릭터는 설정도 아니었으며, 설정이라고 해도 쉬이 따라 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다수 프로그램을 통해 안정적인 예능감을 인정받은 데프콘은 결국 올해 말에 이르러 3개의 프로그램에 동시 캐스팅되는 영예를 누리게 된다. 케이블채널 tvN ‘팔도방랑밴드’,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시즌3’, 파일럿 프로그램 ‘근무 중 이상 무’가 바로 그것. ‘팔도방랑밴드’ 새 멤버로 합류하기 위해 래퍼의 이미지를 내려놓고 트로트를 부른 그의 열정은 심사위원 윤종신의 마음에까지 가닿았고 결국 그는 밴드의 일원으로 전국 팔도를 방랑할 기회를 얻게 됐다. ‘근무 중 이상 무’의 캐스팅 또한 심상치 않다. 이훈, 기태영, 오종혁, 황광희과 호흡을 맞추게 된 데프콘은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경찰관 교육을 받은 뒤 서울의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며, 체험형 예능에까지 도전장을 던지게 됐다.
KBS2 ’1박 2일 시즌3′ 방송화면 캡처
‘1박 2일’의 합류는 더욱 의미가 크다. MBC를 넘어 KBS까지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항상 출연진에게 국민적인 인지도를 쌓도록 한 ‘1박 2일’이기에 그의 방송인 이미지는 앞으로 한층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데프콘은 지난 1일 방송된 ‘1박 2일 시즌3’ 첫 회에서 “예전에 KBS 별관 앞에서 오프닝 장면을 촬영하던 ‘1박 2일’ 멤버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는 저 자리에 서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6년 만에 오랜 시간 꿈꿔왔던 자신의 ‘소망’을 이룬 데프콘은 앞으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지. 그가 내딛는 한 걸음 한걸음에 관심이 집중돼는 이유다.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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