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황후‘ 10회 2013년 11월 26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황제임에도 자기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타환(지창욱)은 무기력함을 느끼고 승냥에게서 위안을 얻으려 한다. 하지만 대전에서 차 시중을 들게 된 승냥(하지원)은 다시 후궁전으로 보내달라 청할 뿐이다. 타나실리(백진희)는 회임을 한 박씨를 제거하기 위해 고려인 무수리를 은밀히 선발하는데 승냥이만이 타나실리의 시험을 통과한다. 한편 왕유(주진모)는 돌궐과의 전쟁에서 첫 승전을 올리고, 내시 방신우(이문식)와 점박이(윤용현)를 적진에 잠입 시킨다.
리뷰
때를 기다리며 기회를 만드는 사람. 갑보다 을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말을 원나라의 황제가 듣는다. 드라마 속 타환의 입장이 꼭 ‘을’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내부의 실세는 가끔 따로 있기 마련이다. 황제이지만 국새는 대승상 연철의 지시에 따라서만 찍을 수 있고, 여인과의 잠자리 역시 자기 의지가 아닌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타환은 왕자였을 때보다 더욱 무기력감에 빠진다. 나는 누구고, 뭘 하는 사람이며, 대체 왜 살아가는 걸까? 이런 물음에 황태후는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며, 기회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기회를 만들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고도 한다. 아직은 자신의 뜻을 펼칠 때가 오지 않은 것이다.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조직 안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면 불만이 많은 사람으로 취급을 받게 되고, 조직에 분란을 만드는 사람으로 찍히게 된다. 이제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으로 삭히고 표현하지 않는데 익숙하다. 하지만 ‘사는 게 다 이런 거지’하고 달관을 하면 그 순간 끝이다. 기회는 포기한 사람에겐 찾아오지 않는 법이니까. 황태후의 말처럼 때를 기다리며 깨어있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물론 기회를 인지하는 능력과 기회를 이용할 능력을 길러둬야 할 것이다.
드라마 속 타환과 승냥은 기다리는 사람이다. 타환은 황제로써 위엄을 갖게 될 날을. 승냥은 자신이 원하는 복수를 하게 될 날을. 오직 왕유만이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있다. 전쟁 통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고려의 왕으로 고려의 이권을 위해서 큰 그림을 그리며 사투를 벌인다. 고려 충혜왕이 정말 이런 사람이었다면 고려의 상황은 공민왕 이전에 조금 더 빨리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충혜왕은 원나라에 있을 때부터 무뢰배나 건달을 뜻하는 ‘발피’로 불렸으며, 왕위에 올라서도 술과 여자를 탐해 원나라에 압송이 된 적도 여러 번이다. 이런 충혜왕이 왕유란 이름으로 드라마에선 명민한 왕으로 나온다. 이처럼 ‘기황후’는 타환과 왕유를 통해 역사에서 느끼는 교훈을 주기도 한다. 역사를 드라마로 배우는 요즘 ‘기황후’로 시청자들은 기황후와 충혜왕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수다포인트
- 양기가 입에 집중된 내관 방신우의 말발 신공 기대해도 될까요?
- 바토로의 딸로 첫 등장한 유인영, 남장 무사 연기, 살아있네!
글. 박혜영(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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