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5,6회 2013년 11월 23일, 24일 토~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채린(손여은)을 만난 은수(이지아)는 슬기(김지영)를 데려갈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태원(송창의)의 가족들에게도 의사를 전한다. 은수는 슬기와의 관계를 풀기 위해 시부모에게 슬기와 2박 3일 여행을 허락 받지만, 그 과정에서 준구(하석진)가 약속한 분가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고 상처 받는다. 한편 다미(장희진)는 준구를 포기할 수 없다고 하고, 그럼에도 준구의 태도는 단호하다. 여행을 떠나서도 자신에게는 서먹하고, 아빠 태원만 찾는 슬기의 모습에 서운한 은수. 은수가 없는 사이 준구의 가족들은 분가에 대해 단호한 태도를 보인다.
리뷰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인물들 간의 미세한 균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재혼으로 행복한 삶을 꾸리고 있는 듯 보였던 은수는 딸 슬기의 변화된 반응과 준구가 약속했던 분가가 좌절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또 다시 자신의 인생에 균열이 가고 있음을 느낀다. 은수를 선택했던 준구 역시 다미가 자신을 집요하게 붙잡고 놓지 않자, 이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며 은수 사이에서의 불화를 예고했다.
현재 시점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면서 그 동안 감춰져 있던 태원과 은수의 결혼 생활 등이 조금씩 드러나고, 이를 통해 현재 인물들의 감정적 균열 또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완벽해 보이는 삶 속에 숨어 있는 인물들의 꼿꼿한 자존심이 드러나며, 서서히 갈등을 시작한 것이다. 은수는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로 행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던 삶이 자신의 뜻과 엇나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완벽해 보이는 남자처럼 느껴지는 준구 역시도 숨겨뒀던 다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부각시키며 갈등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의 조짐 앞에서 인물들이 보일 반응과 앞으로의 진행이 그 동안의 김수현 세계답지 않게 너무 안일하고 쉬운 방향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감정의 변화나 균열, 그리고 그에 따르는 폭발 까지도 완벽하게 계산된 듯 보이는 ‘김수현 세계’ 속 인물들은 여전히 자신의 그 꼿꼿한 자존심이 곧 그 본인이며, 자아를 가르는 핵심이다. 때문에 이들의 갈등은 부각되자마자 너무나도 쉽게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 예측이 가능하다. 심지어 아이인 슬기 조차도 감정의 변화가 자로 잰 듯 정확하고, 이를 드러내는 시점까지 계산된 듯 칼 같다. 연출 역시도 이를 뒤따르며 피로할 정도로 자로 잰 흐름을 보여주고 있는데, 가령 채린이 ‘나쁜 남자’를 언급한 뒤 바로 준구의 장면으로 이어진다거나 은수의 부모가 ‘도대체 은수 어디가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라며 태원의 부모에게 의문을 제기하자 바로 태원의 엄마가 은수에 대한 불만들을 털어놓는 장면이 이어지는 것들이 그렇다.
이처럼 자로 잰 듯한 인물들의 감정 변화 순서와 이에 뒤따르는 연출, 그리고 100퍼센트에 가깝게 예측 가능한 결말은 극의 흥미를 상당부분 상쇄시킨다.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거나, 혹은 알아도 강력한 몰입력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것이 ‘드라마의 재미’라면,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아직까지는 이것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슬기로 촉발된 갈등과 준구의 외도를 은수는 당연히 견딜 수 없을 것이고, 여전히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자 둘’로 은수와 딸 슬기를 꼽는 태원은 다시금 은수와의 연결 고리를 이어갈 것이다. ‘세 번의 결혼’에서 ‘세 번째’가 너무나도 쉽게 태원과의 재결합임을 예측할 수 있는 이러한 흐름은 극을 이끌어 가야 할 주된 갈등임에도 불구하고 맥이 빠지게 만드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완벽하게 계산된 김수현의 세계에서 그녀의 인물들은 실이 달린 마리오네뜨처럼 움직인다. 적어도 지금까지, 그러한 그녀의 전략은 통했다. 적어도 인물들은 흥미로웠고, ‘계산된 구성’은 안정감을 줬다. 하지만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의 계산된 균열과 구성은 안정감 보다는 예측 가능한 전개로 무료함을 안겨주는 것도 사실이다. 한 거장의 다소 안일해 보이는 이 움직임은 과연 반전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안일함조차도 완벽하게 포장되어 있었던 김수현 세계의 균열은 과연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시작이 될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건재한 노장의 노련함을 보여줄 것인지 이제 곧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수다 포인트
- 자고로 나쁜 남자는 매력 포텐이 터져야 하는 법인데, 도대체 준구와 광모의 매력은 어디…?
- 찌질미 넘치는 광모와 집착미 넘치는 주하, 그야말로 천생연분이란 이런 거죠.
글. 민경진(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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