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극 중 소미는 7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자연스럽게 결혼을 결심하는 인물이다. 그렇다면 소미를 연기한 이연희는 평소 어떤 결혼(또는 결혼생활)을 그려왔는지 궁금하다.
7년 동안 연애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레 결혼으로 향했다. 그런데 결혼 1주일을 앞두고, 낯선 남자를 만났다. 그리고 마음이 흔들렸다. ‘이 결혼, 정말 해야 할까?’ 영화 ‘결혼전야’에서 이연희가 연기한 소미의 상황이다. 오래된 연인의 감정과 낯선 이와의 운명적 감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소미의 내면이 스크린에 녹아났다. 여기에 빼어난 미모는 빛을 더했다. 5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이연희, 분명 그녀는 한층 성숙해졌다.
실제 이연희는 7년간의 연애 경험도 없고, 낯선 이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리고 결혼을 생각하기에도 이른 나이다. 소미의 감정을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다했다. 과거보다 여유가 생겼고, 도전이 더해졌다. 7년 연애 중인 사이를 표현하기 위해 옥택연을 처음 보자마자 말을 놓기도 했다. 옥택연도 그런 이연희의 모습에 놀랐다고 할 정도다. 그러면서 “액션이나 스릴러 장르를 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많은 감독님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이연희를 직접 만나 연애와 결혼 그리고 욕심을 들어봤다.
이연희 : 음. 알콩달콩. (웃음). 그저 그런 걸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모습 등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을 꿈꿨던 것 같다. 현실에 있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거다. 그런 것들을 잘 헤쳐가야 하지 않을까. 난 포기 못 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보다 의견을 묻고, 고민해보고, 타협점을 찾아갈 것 같다.
Q. 영화 속에선 결혼을 앞두고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되는데 만약 실제로 영화 속 상황에 놓인다면 어떻게 할 것 같은가.
이연희 : 지금 결혼하게 되면 가정에 충실해지고 싶긴 하다. 아이도 가지고 싶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여유가 생길 즈음에 다시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만약 남편이 나의 직업을 아예 그만두라고 얘기한다면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
Q. 아이를 꽤 좋아하나 보다. 아이 이야기할 때 유독 표정이 밝다.
이연희 : 아이들을 좋아한다. 둘로도 만족할 수 있는데 둘보다는 넷이 좋을 것 같은. (웃음).
Q. 결혼을 생각하긴 좀 이른 나이긴 하지만 이번 영화를 하고 나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나 관심이 달라졌을 것 같다.
이연희 : 미래에 대해서 좀 더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할까. 그리고 정말 언젠가는 결혼을 할 거니까. 배우로서 목표 지점을 어느 정도 이뤄놓고, 이맘때쯤 결혼을 해야 할지 진지하게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생각은 많아졌다.
Q. 결혼이란 게 무엇인 것 같나. 영화에서도 여러 커플이 나와서 티격태격하면서 결혼에 골인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다투면서 맞춰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연희 : 그러므로 내 단점도 잘 알고, 알아서 나를 잘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은 나의 부족함이라든지, 실수를 이해한다기보다 그것마저도 받아줄 수 있는 사람들의 만남이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 책임감도 당연히 따르고. 상대와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그래서 내가 여유가 없으면 결혼은 어려울 것 같다.
Q. 극 중 여러 커플이 나오는데 그중 가장 공감 갔던 부분은 어떤 부분인가.
이연희 : 대사들이 공감됐다. 특히 대복과 이라 커플의 대사들인데 ‘앞으로 알아 가면 되죠’란 희준 오빠의 대사가 있다. 여자는 불안하고, 이게 맞는 건지, 미래를 심각하게 생각하는데 남자는 닥치면 ‘그냥 알아 가면 되죠’라고 한다. 남자와 여자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태규, 주영 커플도 굉장히 사랑스러웠던 것 같다.
Q. 이번 영화의 경험이 훗날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슬기롭게 대처할 만한 팁을 만들어 준 것 같다.
이연희 : 만약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면,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크게 부풀리고 싶진 않다. 얼마든지 서로 양보할 수 있을 것 같다.
Q. 극 중 운명적인 사랑을 하는데 그런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편인가. 혹시 지금까지 그런 사랑을 경험한 바 있나.
이연희 : 없지는 않을 것 같다. 처음 보자마자 끌리고, 보면 볼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뭔가 급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알아가는 걸 더 원하는 편이다. 급하게 한순간에 빠져드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섣불리 그러진 않을 것 같다.
Q. 실제 이연희는 7년간 연애를 해본 적도 없고, 운명적인 만남에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소미의 감정을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이연희 : 시나리오를 볼 때쯤 비슷하다고 느꼈던 영화가 있다. ‘우리도 사랑일까’란 영화다. 주인공 여자의 시선이 재밌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영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시기에 소미 역할이 보였다. 그래서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나 다를까. 감독님도 그 영화를 추천해 주셨다.
Q. 소미가 아닌 다른 역할에 욕심나진 않았나.
이연희 : 그렇진 않았다. 일반적인 사랑 이야기보다는 낯설고 운명적인 사람이 끼어들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갈등하는 그런 감정적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Q. 옥택연은 7년째 연애 중인 상대고, 주지훈은 운명적인 만남의 상대다. 영화에서도 두 사람을 대하는 소미의 자세가 다르다. 실제로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이연희 : 두 사람에 캐릭터가 확연히 다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대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원철은 소미랑 7년 연인관계지만 무뚝뚝하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소미는 더 관심받길 원하고, 사랑받고 싶어 할 것 같았다. 또 고민하고, 생각하는 모습을 내비치면 단번에 알아채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부분을 감추고, 더 사랑스럽고 애교 있게 대했다. 반면 경수는 낯선 사람인데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대하고, 소미는 그걸 어이없어한다. 그건 느끼는 대로 자연스럽게 된 것 같다.
Q. 두 배우와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이연희 : 택연은 가수 출신이다 보니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긴 한다. 선입견이 아니라 아무래도 배우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진 않을 테니까. 그리고 영화 속에서 7년 연인 관계니까 친숙함은 꼭 필요했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건네는 그런 관계는 아니란 생각에 보자마자 당돌하게 먼저 ‘안녕’이라고 얘기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이런 식으로라도 익숙함이 필요할 것 같았다. 다행히 택연이 받아들였고, 또래라서 그런지 재밌었다. 사실 촬영 들어가기까지 많이 대화를 나누지 못했고, 대신 문자를 많이 주고받았다. 지훈 오빠는 감독님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서인지 노련함이 있었다. 감독님과 소통도 잘 되고, 원하는 걸 빨리 캐치하기도 하고. 크레딧을 보면 ‘그리고 주지훈’이다. 친분 때문에 하게 됐는데 참 가족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이 부러웠다.
Q. 말이 나온 김에, 옥택연은 연기를 꾸준히 해왔지만,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다. 같이 연기를 해보니 어떻던가.
이연희 : 장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두려움이 없다. 계산하지 않고, 앞만 바라보고 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있는 모습 그대로만 보여줘도 된다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좋았다. 걱정스러웠던 건 너무 바쁘다. 해외에서 활동하고, 오자마자 촬영하고, 그러면서 또 다른 것도 하고 있고. 이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겠냐 싶었는데 현장에 오면 현장 느낌대로 연기는 하는 거다. 항상 ‘힘들지 않느냐’, ‘콘디션 어떠냐’고 물어보는데 나보다도 에너지가 넘친다. 감독님도 그런 부분에 칭찬 많이 하셨다.
Q. 그나저나 개인적으로 주지훈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 이연희 때문에 옥택연이 가장 불쌍해 보였다. (웃음).
이연희 : 우리 커플만 결말이 다르다. 그래서 관객이 봤을 때 뻔한 결말이 아니라서 재밌는 요소인 것 같다. (웃음).
Q. 홍지영 감독이 이연희에게 요구한 바는 무엇인가.
이연희 : 다른 커플들은 지지고 볶고 역동적이다. 반면 우리는 멜로 라인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한숨 돌리고 볼 수 있는 커플인데, 그렇다고 해서 마냥 템포가 느리면 안 된다고 해주셨다. 그리고 두 관계 속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내비치려고 했는데 감독님께서 아니라고 하는 거다. 역시나 감독님이 맞으셨다. 배우가 원하는 거 한 컷, 감독님 원하는 거 한 컷 촬영했는데 좋았던 건 역시 감독님이었다. (웃음).
Q. 캐릭터를 잡아가면서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했겠다.
이연희 : 사실 감독님과 이야기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혼자 고민하는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했어요’라고 하면, 그때야 이야기하는 정도였다. 현장이 바쁘게 움직이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대화하는 부분에 있어 나는 마냥 어렸던 것 같다. 감독님은 연륜이 있고, 바라보는 시각이 넓고, 나를 잘 보살펴 주신 것 같다. (마냥 어렸던 것 같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대화 방식에 있어 내가 원하는 부분을 잘 정리해서 이야기해야 하는데 직접 했으니까. 그럼에도 그걸 감독님은 다 이해를 했던 거고. 나중에는 나 스스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여자는 여자가 더 잘 안다고 하질 않나. 남자 감독님과 작업할 때와 많이 달랐다.
Q. 많은 배우가 나온다. 소위 멀티캐스팅인데 현장에서도 상당했겠다.
이연희 : 다른 커플들도 나오니까 신경을 안 쓸 순 없다. 궁금하기도 하고. 드러내진 않지만, 경쟁 아닌 경쟁이 있다. 감독님이 ‘어제 누구 촬영했는데 굉장히 잘하더라’는 식으로 그런 경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좋은 효과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
Q. 간혹 연기력에 대한 쓴소리가 가해지기도 하고, 때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왜 그런 거 같나. 일단 개인적으로 ‘결혼전야’의 경우에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이연희 : 연기하는 데 있어 소극적으로 대했을 때 그런 평을 듣는 것 같다. 맞게 하는 건가란 궁금증을 가지고 연기를 하다 보면 몸을 실어 연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자꾸 이성이 가로막는다. 내가 봐도 눈에 보이긴 했다. 그리고 일단 영화와 드라마는 시스템이 좀 다르다. 역할 하나를 준비하는 데 있어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인물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부분도 많아서 조금 마음이 편하다.
Q.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조금은 주눅이 들고, 자신감을 잃게 되고. 그런 지점은 없는 건가.
이연희 : 조금씩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러면서 당연히 자신감이 생기니까 뭔가를 더 만들 수도 있고, 내 생각을 담아서 연기하는 것도 있고. 그렇다고 여유를 다 찾진 못했다. 한 해 한 해 바뀔 때마다 조금씩 생기는 거다. 작품을 하게 됐을 때부터는 고민도, 생각도 많아진다. 연기 레슨도 하고, 연습도 많이 한다. 그리고 나이가 점점 들면 들수록 비슷한 또래가 많아지다 보니 같이 작업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러다 보니까 생기는 것 같다.
Q. 앞으로 어떤 걸 하고 싶나.
이연희 : 워낙 운동을 좋아한다. 액션 장르도 굉장히 좋아하고, 누아르도 좋아하고.
Q. 어! 굉장히 의아하다. 이연희가 액션, 누아르라니. 그런 모습과 잘 매칭이 안 된다.
이연희 : 정말 하고 싶다. 범죄 스릴러 등 스릴러 장르가 여자 배우한텐 많이 없기도 하다. 나이가 좀 더 있어야 표현을 잘할 것 같기도 하지만.
Q. 지금까지 그런 장르의 시나리오가 가긴 갔을 것 같은데. 자신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를 일일이 챙겨보나.
이연희 : (그런 시라니오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웃음). 전과 달리 지금은 제의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많은 작품을 보고 싶다. 어떤 작품들이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Q. 혹시 회사에서 안 주는 것 아니냐.
이연희 : (웃음). 회사 분들과 내 생각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잘 알고 주시는 것 같다.
Q. 영화 쪽에 욕심이 많은 것 같다. 하긴 이번에도 5년 만에 스크린에서 볼 수 있는 거다.
이연희 : 맞다. 영화는 감독님과 친분이 중요한 것 같다. (웃음). 그래야 시나리오 읽고, ‘나도 생각해 주세요’라고 편하게 말할 수도 있고. 잘 알지 못하는 배우가 그러면 이상하니까. 지금까지는 많은 감독님과 친분을 쌓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성격 자체도 쉽게 다가가는 성격도 아니고. 그래서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Q. 뭔가 도전 정신이 솟구치나 보다.
이연희 : 잘할 수 있는 것만 들어오진 않는다. 그리고 어떤 작품에 꽂히면,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도전하고 싶은 거다. 그러다 보니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다.
Q. 오랜만에 영화 개봉인데 어떤 결과를 바라나. 사실 지금까지 했던 영화들이 흥행 성적만 놓고 보면 그다지 만족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연희 : 사실 내 주위의 환경만 아는 건데 영화를 보는 사람이 없다. 친구들도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만 기다렸다 보는 듯하고. 그래서 빨리 더 추워졌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계절감이 있으니까. 물론 나는 촬영하기 힘들겠지만. (이연희는 12월 방영될 드라마 ‘미스코리아’에 출연한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걸 기대하지 않는다. 예전 영화 할 때는 스스로 (흥행을) 너무 자신했다. 그런데 결과는. (웃음). 진짜 흥행은 모르는 거다. 언제, 어디에 사람들이 꽂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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