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이정재가 1부를 열고, 이병헌이 2부의 시작을 책임졌다. 22일 저녁 8시 55분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 34회 청룡영화상’는 그야말로 별들의 잔치였다. 객석 곳곳이 빈자리로 남아있던 예전과 달리, 후보에 오른 배우들 대부분이 참석해 축제를 함께 했다. 이적, 미쓰에이, 인순이, 피아니스트 랑랑 등의 축하무대도 배우들이 격의 없이 즐기는 모습이었다. 이 날 영화상은 다양한 작품을 껴안으려 노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배우 김혜수와 유준상의 사회로 진행된 ‘제 34회 청룡영화제’ 최고의 상인 ‘최우수 작품상’은 이준익 감독의 ‘소원’에게 돌아갔다. ‘베를린’ ‘신세계’ ‘설국열차’ ‘관상’ 등 쟁쟁한 작품들을 제친 결과로 당초 ‘설국열차’와 ‘관상’이 경합할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이준익 감독님, 은퇴 안하셔서 다행이다”는 엄지원의 농담에 이준익 감독은 “은퇴 얘기로 그만 놀려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열심히 축하하고 박수치기 위해 왔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도 잊지 않았다. 이날 청정원 인기 스타상도 수상을 설경구는 “감사하다”는 짧은 말로 기쁜 마음을 표했다.
감독상은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 차지였다. 이날 수상은 봉준호 감독이 아르헨티나 영화제에 심사위원으로 가 있는 관계로 ‘설국열차’의 제작자인 박찬욱 감독이 대리 수상했다. 박찬욱 감독은 “내가 ‘설국열차’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송강호가 벽인 줄 알고 있지만 문이다,라고 말하는 대목”이라며 “여러분들도 벽인 줄 알았던 문을 꼭 찾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장 큰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남우주연상의 주인공은 ‘신세계’의 황정민이었다. 대종상영화제에서 송강호-류승룡의 공동수상을 지켜봐야 했던 황정민은 8년 만에 청룡의 트로피를 안았다 “2005년에 ‘너는 내 운명’으로 상을 받고 밥상 소감을 했다. 그 이후로 무슨 소감을 해야 하나 걱정했다”는 말로 입을 연 황정민은 “영화를 계속 하다 보니까 고마운 사람들이 가면 갈수록 늘어난다. 그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영화 속 대사인 “어이 브라더 사랑해!”라는 말로 기쁨을 한껏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제의 꽃이라 불리는 여우주연상은 ‘감시자들’의 한효주에게 돌아갔다. 수상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란 표정으로 트로피를 안은 한효주는 “선배님들과 후보에 올라서 그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아서 무섭고 무겁다”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대신했다. “이 자리에 서있는 것은 내가 가진 능력보다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이라는 말로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신인감독상은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에게 돌아갔고, 남녀조연상은 ‘관상’의 이정재와 ‘소원’의 라미란에게, 남녀신인상은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의 여진구와 ‘마이 라띠마’의 박지수에게 주어졌다.
한편 스태프부문 시상자로 나선 이병헌은 “영화 시상식에서 후반부 주연상, 대상 등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데 사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하이라이트는 영화 찍을 때 뒤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스태프들이 주인공이 아닌가 싶다. 그런 노고와 희생이 없다면 저희가 이 자리에 있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신들이 함께 해주기에 단언컨대 한국영화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로 눈길을 끌었다.
다음은 제34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이다.
▲최우수작품상: ‘소원’
▲감독상: 봉준호(‘설국열차’)
▲남우주연상- 황정민(‘신세계’)
▲여우주연상- 한효주(‘감시자들’)
▲남우조연상- 이정재(‘관상’)
▲여우조연상- 라미란(‘소원’)
▲신인남우상- 여진구(‘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신인여우상- 박지수(‘마이라띠마’)
▲신인감독상- 김병우(‘더 테러 라이브’)
▲촬영상- 최영환(‘베를린’)
▲조명상- 김성관‘(베를린’)
▲음악상=모그(‘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미술상=앙드레 넥바실(‘설국열차’)
▲기술상=정성진(‘미스터고’)
▲각본상=조중훈 김지혜(‘소원’)
▲최다관객상=‘7번방의 선물’
▲단편영화상=‘미자’
▲청정원인기스타상=이병헌 설경구 공효진 김민희
글.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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