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9시 서교동 KT&G상상마당에서 열린 공연 ‘앙상블, 선우정아’는 매주 수요일 열리는 기획공연 ‘웬즈데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날 공연은 총 5회 중 세 번째 무대. 선우정아는 두 대의 베이스와 노래, 아코디언, 오르간과 노래, 색소폰, 트롬본과 노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와 노래, 퍼커션, 피아노와 노래의 편성으로 무대를 준비했다. 소규모 편성에 기대 맨얼굴과 같은 모습으로 노래하는 것이다.
올해 정규 2집 ‘이츠 오케이, 디어(It’s Okay, Dear)’로 주목받은 선우정아는 평소 공연에서 기발한 연출을 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거울을 보고 노래하거나, 자신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실험적인 악기 편성을 ‘작정하고’ 시도하는 것은 처음. 선우정아는 “합주는 ‘멘붕’으로 이어졌고, 과연 공연이 가능할까 하는 우려에서 마침내 감동으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연주자 본인들이 느꼈을 감동은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도 충분히 전해졌다.
보컬과 두 대의 관악기로만 이루어진 편성은 쉽게 보기 힘든 편성이다. 화성악기, 리듬악기가 없고 보컬과 단선율 악기만 덩그러니 무대에 있는 셈이다. 간혹 재즈 앨범에서 시도되기도 하고, 수잔 베가는 무반주로 ‘Tom’s Dinner’를 레코딩하기도 했지만, 선우정아의 이러한 편성은 그와는 다른 이색적인 음악으로 귀결됐다. 세 명은 무척 긴밀한 앙상블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재즈의 협연 방식이었다. 단순히 노래와 반주의 개념이 아닌, 마치 세 대의 악기가 임프로비제이션(즉흥연주)과 화음을 자유롭게 오가며 다양한 장면을 만들어냈다. ‘팝’으로 만들어진 선우정아의 ‘퍼플 대디(Purple Daddy)’, ‘비온다’, ‘뱁새’와 같은 노래들은 전위적인 색체의 음악으로 다시 태어났다. 심연의 이야기를 음악을 통해 표현하는 모습은 독백과 같은 ‘모놀로그’를 보는 듯했다.
선우정의 목소리는 때로는 콘트라베이스처럼 워킹을 했고, 드럼과 같이 리듬을 연주하기도 했다. 주현우의 색소폰과 박경건의 트롬본은 선우정아의 노래를 보좌하는 한편 화음을 이루기도 하고, 자유롭게 즉흥연주를 펼치며 다양한 그림을 그려갔다. 둘의 즉흥연주가 끝나면 선우정아는 스캣으로 응수했다. 원곡의 매력을 십분 살리면서 변주해가는 절묘함. 선우정아는 “이번 공연을 통해 실력이 느는 것 같아 뿌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뷰욕의 발가락 근처까지는 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편성은 그 분도 안 해봤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아이돌그룹의 작곡가부터 재즈 보컬, 싱어송라이터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선우정아의 음악이 비로소 완성되는 곳은 무대였다. 그녀의 노래 가사처럼 ‘인맥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말보로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순수했던 소녀’가 비로소 ‘인어공주’가 되는 순간이었다고 할까? ‘웬즈데이 프로젝트’는 12월 4일까지 계속된다.
리허설 현장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사진제공. KT&G상상마당,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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