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여러분 건강하셨죠? 정말 오랜만이네요. 15년? 20년? 여러분은 그대로네요. 저는 어때요? 그대로죠? 젊게 보이죠?”

조용필이 7일 일본 도쿄 국제 포럼홀에서 콘서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헬로 투어 인 도쿄 - 원나잇 스페셜’을 성황리에 마쳤다. 1998년 도쿄, 오사카 등 일본 11개 도시를 도는 투어 이후 15년 만에 열린 이번 공연에는 조용필을 추억하는 일본인, 제일교포를 포함한 한국인 관객 약 4,000여 명이 몰렸다.

올해 19집 ‘헬로’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조용필은 일본 콘서트에서도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콘서트가 시작되자 공연장 여기저기서 서라운드 음향으로 ‘헬로’를 외치는 조용필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첫 곡은 ‘헬로’의 일본어 버전. 일본 관객들은 처음 보는 ‘헬로’의 라이브를 보고 함성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로커 조용필을 낯설어하기는커녕 더욱 반가운 표정을 맞았다. ‘미지의 세계’, ‘단발머리’ 등 신나는 곡이 이어지자 얌전하기로 소문난 일본관객들이 어깨를 들썩였다. 15년 만에 일본 팬들과 만난 조용필은 익숙한 일본말로 “그동안 한국에서 TV 출연은 거의 하지 않고 콘서트로만 활동을 했는데 올해 한국에서 10년 만에 ‘헬로’라는 새 앨범을 내고 투어 중이다. 앨범은 히트를 했다(웃음)”라며 “일본에서도 앨범이 나왔으니 많이 사서 들어 달라”고 말했다. 객석에는 ‘오빠 보고 싶었어요’라고 적힌 피켓을 든 팬들이 연신 “오빠”를 외쳐댔다.



이날 조용필은 일본 팬들을 위해 신곡 ‘헬로’와 ‘바운스’를 비롯해 과거에 큰 사랑을 받았던 ‘추억의 미아1’, ‘돌아와요 부산항에’, ‘창밖에 여자’를 일본어로 노래해줬다. ‘추억의 미아1’는 과거 일본에서 싱글로 발매돼 약 10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한 히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노래할 때 관객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특히 이 곡을 할 때에는 관객들이 정박에 박수로 장단을 맞춰 마치 한국 공연장에 온 것 같았다.

‘나는 너 좋아’가 흐른 뒤 조용필은 건반 스트링을 뒤에 깔고 무게감 있는 기타 솔로를 직접 연주하며 기타리스트로서의 면모도 보였다. 위대한 탄생의 솔로 연주에서는 멤버 개개인의 개성이 충분히 드러났다. 이종욱(건반)이 파이프오르간 소리로 장중한 음악을 펼치자 이어 김선중(드러머)은 그루브가 넘치는 드럼 연주를 들려줬고 최태완(건반)은 마치 재즈 피아노 연주를 선보여 마치 재즈클럽과 같은 분위기를 선사했다. 최희선(기타)과 이태윤(베이스)은 초절기교의 연주를 주고받으며 공연장의 열기를 더욱 끓어오르게 했다.

이날 공연장에는 조용필의 오랜 음악적 지우인 일본의 유명가수 다니무라 신지가 자리했다. 조용필이 “오늘 다니무라 신지 씨가 공연을 보러 왔다. 타니무라 신지 씨와는 1982년 일본에 처음 왔을 때 아시아 포럼에서 함께 ‘친구여’를 불렀었다.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용필이 ‘친구여’를 노래하자 객석에서는 커다란 함성이 들려왔다. 조용필은 신곡 ‘바운스’부터 과거 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펼쳐 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23곡을 가까이 노래하는 가운데 조용필의 노래에서는 일말의 흔들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풍부한 레퍼토리와 밴드의 완벽한 사운드,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무대 스케일이 혼연일체를 이룬 공연이었다.

이 공연에는 일본 스태프 140명과 한국 스태프 40명 등의 인력이 투입됐다. 평소 도쿄 국제 포럼홀에서 진행되는 공연에 약 70여명의 스태프가 동원되는데 반해 이번 공연에는 2배가 넘는 인원이 투입된 것. 국제 포럼홀에서 리허설이 불가능한 탓에 조용필과 스태프들은 치바에 위치한 체육관 마쿠하리 멧세를 대관해 연습을 하는 등 공연 준비에 완벽을 기했다.

특히 이날 공연에는 특수효과 도트 이미지(Dot Image)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조용필과 오랜 인연을 지켜온 일본 공연 연출계의 거장 야마토 팀이 제작한 도트 이미지는 하늘에서 발광하는 공들이 내려와 불빛으로 3D 효과를 내는 특수효과. 날개 짓을 하는 새의 움직임 등 매 곡마다 다양한 형상을 구현하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멀리 교토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동경을 방문한 마츠모토(여, 42)씨는 “도쿄에서의 1회 공연이 아쉽기만 하다. 좀 더 자주 일본을 방문해 일본 팬들과의 만남을 가졌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도쿄=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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