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곡의 후보 중에 ‘젠틀맨’을 선택한 이유는…사실 한국가수가 노래 한 곡 발표하는데 외신에 보도되는 일이 없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음악, 춤에 힘을 주게 되고, 멋진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고…기대를 많이 하셔서 ‘마더 파더 젠틀맨이’ 맞나, ‘알랑가몰라’ 싼 티 나는 것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그럴 때 일수록 저다운 것을 찾으려 했습니다. 사실 두 곡 중에 한 곡은 세계의 기대에 부응하는 고급스런 곡이었어요. 그래서 그것으로 갈까….”(4월 13일 상암 월드컵경기장 기자회견 中)

‘강남스타일’을 잇는 ‘젠틀맨’은 싸이의 말마따나 싼 티가 좔좔 흐르는 곡이다. 비트는 ‘강남스타일’보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절은 많아졌다. 얄궂게 말하자면 기승전결을 가진 하나의 완성된 곡이라기보다 ‘강남스타일’의 히트공식을 부풀린 ‘그냥 클럽음악’으로 들린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5초 만에 피식 웃게 된다. ‘신사’를 비꼬는 싸이의 장난스런 행동들이 매순간 폭소를 자아낸다. 급기야 콤플렉스였던 ‘겨 땀’까지 나온다. 야하고, 웃기고, 눈물겹다. 물론 이러한 결과물에는 ‘강남스타일’의 초국적인 인기를 이어가려는 싸이와 YG엔터테인먼트의 주도면밀한 분석이 내재돼 있다. 그리고 ‘젠틀맨’ 뮤직비디오는 이달 17일 공개 나흘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 건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고, 이틀간의 음원스트리밍, 방송횟수, 유튜브 조회 수 등의 수치를 통해 빌보드 싱글차트 12위로 직행하는 기염을 토했다. ‘결과론적으로 말해서’ 세계적인 반응은 굉장히 뜨겁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만약 싸이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고급스러운 ‘제2의 곡’을 신곡으로 내놨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젠틀맨’은 비영어권 노래가 세계적으로 히트할 수 있는 공식들을 집결시킨 하나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싸이가 직접 밝혔듯이 제목이 ‘젠틀맨’인 이유는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이고, 가사는 외국인이 발음하기 쉬운 가사를 어렵사리 찾았다. 양현석 YG 대표는 ‘더 웃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뮤직비디오 편집에 임했다. 완성도보다는 웃기고, 어렵지 않게 따라 부를 수 있고, 쉽게 춤출 수 있는 것을 택했다. ‘강남스타일’의 가사 ‘오빤 강남스타일’, ‘사나이’ 등을 자기들 식으로 따라했던 외국인들은 ‘알랑가몰라’, ‘말이야’, ‘마다 파더 젠틀맨’을 즐겁게 흥얼거릴 수 있을 게다.



싸이는 자기다운 것, 초심을 찾자는 마음으로 곡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대중가수이자 대중상품이고, 대중이 이름을 붙여주는 대중의 물건”이기에 “대중이 원하는 노래”(정확히는 해외 대중)를 만들었다. 분명히 싸이는 이제껏 대중적인 노래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 안에 나름의 색이 존재했다. 싸이는 데뷔 때부터 ‘엽기코드’를 내세웠지만, 그저 웃기기만 한 가수는 절대로 아니었다. 엽기 속에 스타일이 있었고, 외국 곡을 차용한 ‘새’, ‘챔피언’은 원곡과 다른 펀치가 있었다. 그는 “대마 1년, 자숙 1년, 대체복무 3년, 재판 1년, 현역 2년, 합이 8년, 데뷔 10년에 활동 2년”(5집 < PSYFIVE >에 실린 ‘싸군’)이라고 자신의 굴곡을 빗대 멋진 라임을 쓸 줄 아는 래퍼다. “싸군이 싸군다워야 싸군이지”라고 랩을 한 싸이에게 있어서 사실 ‘젠틀맨’은 그의 모든 것을 보여 준 노래라 보기 어렵다.



YG를 등에 업은 싸이가 신곡을 멋지고 고급스럽게 만들려고 했으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와중에 5월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세계적인 기대를 모으고 있는(어쩌면 싸이와 빌보드차트에서 만날지도 모를)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lectronic Dance Music)의 귀재 다프트 펑크는 의외의 조합인 디스코의 전설 나일 로저스와 함께 한 티저 영상을 공개했다. 한국으로 치면 에프엑스가 사랑과 평화와 협연한 격. ‘젠틀맨’에서 싸이는 이런 폼 나는 음악작업보다는 최근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오른 ‘할렘 쉐이크’의 방식을 택했다. 하긴, ‘마카레나’를 빅히트시켰던 스페인의 ‘남철 남성남’ 로스 델 리오가 갑자기 심각한 노래를 들고 나왔다면 이상한 모양새로 비쳐졌을 것이다. 하지만 싸이는 로스 델 리오와 달리 색깔 있는 창작자가 아니던가? 이제 슬슬 그의 아스티스트적인 면모를 ‘젠틀맨’의 차기작에서 보여주면 어떨까? 새삼 그가 고급스럽다고 말한 제2의 곡이 궁금해진다.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이진혁 eleve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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