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유산>, 둘만 흔들리지 않으면 이기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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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주말특별기획 <백년의 유산>33회 4월 27일 밤 9시 50분

다섯 줄 요약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채원(유진)과 세윤(이정진). 하지만 효동(정보석)은 채원이 불행해질까 걱정되어 둘의 교제를 반대한다. 마음이 확고한 세윤은 효동의 마음에 들기 위해 노력하고, 이 모습에 효동은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채원은 팽달(신구)이 췌장암 말기라는 사실을 알고 국수 공장의 일을 돕기로 결심한다. 아버지의 생일에 채원을 데려간 세윤은 주리(윤아정)와 방회장(박원숙)을 마주친다.

리뷰

채원(유진)과 세윤(이정진) 두 사람의 관계가 확실해 지면서 한동안 꽉 막혀있던 스토리도 조금씩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마치 두 사람이 모든 이야기의 흐름을 막고 있었던 것처럼, 흐름 자체가 한결 시원해졌다. 채원은 팽달(신구)이 가진 병을 알아냈고, 본격적으로 국수 공장 일에 뛰어들기로 결심하면서 드라마의 원래 의도대로 채원은 의지가 확고한 인물로 바뀌었다. 이와 더불어 세윤과 채원의 관계가 본격화되면서 춘희(전인화)와 설주(차화연) 사이에 숨겨진 사연들도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 캐릭터가 생기를 찾은 것과는 별개로 이야기의 주축은 이미 그들 부모의 악연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비밀을 갖고 있는 설주(차화연)와 춘희(전인화) 사이의 사연이 전반적으로 도드라지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늘어졌던 극의 갈등이 조금씩 팽팽해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방회장(박원숙)이 극악스러운 타입의 악녀였다면, 설주(차화연)는 히스테릭한 악녀를 보여주며 갈등의 매개체가 됐다. 마지막 패를 깔 수 없는 시점에서 더디게 흘러가던 이야기들은 본격적으로 클라이맥스로의 시작을 알렸다. 하지만 지지부진하던 흐름이 갑자기 마지막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다 보니 극 전체가 균일하지 않게 틀어져버린 것이 눈에 거슬린다. 세윤은 진중하고 답답하던 모습에서 갑자기 응석받이에 유쾌한 캐릭터가 되었고, 채원 역시 난데없이 사랑에 확신을 갖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 보니 톤의 변화로 인해 오는 고르지 못한 이야기의 흐름과 갑자기 겉절이로 전락해버린 주리의 캐릭터, 그리고 나름이 역사를 쌓아갔던 인물인 철규와 홍주도 도돌이표처럼 제자리 걸음만 하며 급격히 뒤쳐진 모습을 드러내 극의 집중력을 떨어진다.

<백년의 유산>이 막장인가 아닌가의 논란은 뒤로 접어두고, 무엇보다 각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괜찮은 순간’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처럼 균일하지 못한 톤과 캐릭터 별로 변덕스럽게 이어지는 스토리들은 더욱 아쉽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러한 균열이 쌓이고 쌓여 결국 막바지에는 드라마 자체가 갖고 있는 힘에도 균열이 가진 않을까 우려된다. 이제 마지막을 향해 전력 질주해야 할 <백년의 유산>이 유념해야 할 지점이다.

수다 포인트

- 술만 먹으면 옷을 버…버…벗는다는 기옥씨를 보고도 시험을 무사히 통과하신 걸 축하합니다 – 떨어지는 세윤을 받아 안은 효동. 여기가 바로 마성의 알렉스가 등장할 타이밍이죠! – 설주의 피해망상이 심해지는 걸 보니, 이러다 막판에 정신 병원 한 번 더 나오게 생겼네요.

글.민경진(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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