展 중 ‘안녕하세요 고갱씨’"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Gauguin : Voyage into the Myth)>展 중 ‘안녕하세요 고갱씨’
1888년, 파리의 겨울에 지친 고흐는 프랑스 남부를 갈망했다. 그해 2월 20일, 아를에 도착했다. 그의 나이는 35세였고, 다음해 3월 3일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이 기간에, 고흐 하면 바로 떠오르는 그림 <노란 집>, <밤의 카페 테라스>, <별이 빛나는 밤> 등이 탄생했다. 1년 동안 그는 평생 그린 그림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분량을 쏟아냈다. 훗날 아를에서 그린 그림의 대다수는 걸작으로 평가받았다. 1888년 무렵에 고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하다면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에 가 볼 필요가 있다. 그의 놀라운 그림이 직접 모든 것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시 고흐는 고갱이 아를로 와서 함께 지내기를 원했고, 이에 부응한 고갱은 10월 23일 고흐의 노란 집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12월 23일 밤, 고흐는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자른 뒤 손수건에 싸서 한 창녀에게 건네줬다. 고흐의 돌출 행동에 불안을 느낀 고갱은 아를을 급히 떠났다. 하지만 이 9주간의 짧은 동거는 미술사의 전무후무한 사건이 되었다. 展 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위) ‘설교 후의 환상’(아래 왼쪽) ‘타히티의 여인들’"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Gauguin : Voyage into the Myth)> 展 중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위) ‘설교 후의 환상’(아래 왼쪽) ‘타히티의 여인들’
고흐에 이어 고갱이 찾아온다. 일찍이 고흐는 고갱을 “멀리서 온 사람이고, 또 멀리 갈 사람”이라고 칭했다. 1888년 아를에서의 동거를 상상하기 위해서는 고갱의 그림과도 소통해야 한다. 그것이 고흐의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는 온전히 고갱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다. 고갱의 3대 걸작 ‘설교 후의 환상(천사와 씨름하는 야곱)’, ‘황색 그리스도’,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최고의 블록버스터 전시로 군림할 확률이 높다. 인상주의(브르타뉴) 시기와 폴리네시아(타히티) 시기의 발자취를 더듬고 있지만, 작품 수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30여 미술관에서 60여 점의 작품을 모은 전시라는 게 중요하다. 고흐와 달리 고갱의 작품들은 전 세계 다양한 갤러리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타히티의 작품들도 좋지만 ‘안녕하세요, 고갱씨’에 주목해 주길 바란다. 1888년 12월 중순, 고갱은 고흐와 함께 파브르 미술관에 방문했다. 여기서 쿠르베의 유명한 그림 ‘만남(안녕하세요, 쿠르베씨)’를 본다. 이에 영향을 받은 고갱은 몇 달 후 ‘안녕하세요, 고갱씨’를 그렸다. 그림 속 브르타뉴의 고갱은 어두운 옷을 입은 여인과 만난다. 그녀는 인간의 고독을 상징한다. 표지"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 표지
프라이탁 기업의 성공 사례를 담은 책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를 통해 리디자인에 대해 생각해 보자. 리디자인(Redesign)은 전문 디자이너들이 버려진 소재에 유니크한 다지인을 더해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렇게 리디자인한 기능적 제품들이 핫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 출신의 마커스, 다니엘 프라이탁 형제는 1993년부터 트럭 방수포를 활용해 가방을 제작했다. 취리히의 화물용 도로 옆에 살던 그들은 트럭들의 방수포를 재활용해 수제 메신저백을 만들면 멋지겠다는 생각을 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취리히에는 비에도 젖지 않는 가방이 필요했던 것이다. 자전거를 즐겨 타던 프라이탁 형제가 자전거족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내놓은 아이디어였다. 그들은 방수성이 탁월한 타폴린 소재의 트럭용 방수포를 활용해 유일무이한 아이템을 창조했다. 그래서 프라이탁 하면 바로 트럭 방수포를 떠올리게 된다. 그것이 프라이탁 형제의 아우라를 만들었고, 프라이탁 기업을 생기 있게 해주는 핵심 문화로 자리 잡았다. 2012년 취리히디자인박물관은 프라이탁 헌정 전시 <프라이탁-가방을 넘어서>를 마련했고, 이 책이 출간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도 2011년부터 프라이탁 브랜드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격동의 프랑스 혁명이 뮤지컬 <레미제라블>만을 잉태한 것은 아니다. 작년에 공연된 최고의 뮤지컬 중에 하나인 <두 도시 이야기>가 다시 돌아왔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찰스 디킨스의 동명소설(1859년)을 뮤지컬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18세기 후반, 런던과 파리가 무대다.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파리 하층민들의 삶과 귀족의 폭압 정치, 군중의 폭력이나 복수의 광기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이야기다. 냉소적이고 염세적인 남자 시드니가 사랑스러운 여인 루시를 만나 가슴이 따뜻한 인간으로 변모하면서 결국 그녀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기꺼이 던진다. 시드니의 희생이 이 뮤지컬의 하이라이트다. 사형대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 그의 고백(유언)이 감동의 눈물을 이끌어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자신의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가 바로 <두 도시 이야기>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후세에 많은 영감을 준 이야기다. 풍운아 시드니 역할은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이 맡았다. 샤롯데씨어터에서 8월 11일까지 숭고한 사랑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혹시 소설이나 뮤지컬의 타이틀곡을 모른다고 해서 염려할 필요는 없다. 감동을 원하는 뮤지컬 초심자들이 선택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글. 전종혁 대중문화평론가 hubul2@naver.com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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