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수는 국내 유일의 아트 포크 록 뮤지션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기존의 국내 대중음악 시스템과는 널찍한 간극을 유지하며 마치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가수로 여겨진다. 1986년 메이저 음반사를 통해 데뷔해 인디뮤지션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그는 흔히 말하는 인기가수도 일반대중이 기억할 변변한 히트곡조차 없다. 당장 새로운 음원을 발표해도 그 흔한 음원차트를 올킬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희박한 가수다. 김두수는 애쉬드 포크, 아트 포크 락이란 생소한 음악을 구사하지만 어려워 할 것 없다. 그의 노래는 아름답고 영혼의 씻김굿이 가능한 고품격의 대중음악이기 때문이다.뮤지션과 팬덤은 어느 정도 닮아가게 마련이다. 다양한 세대에 걸쳐 형성되어 있는 김두수의 팬덤은 세를 과시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유명 가수들의 그것과 차별적이다. 조용하게 음악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음반을 구매하는 것이 전부다. 그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다섯 장의 비범한 창작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그 중 1986년 발표된 1집은 그의 앨범 중 가장 희귀한 음반이고 2002년 발표한 4집 자유혼은 네티즌들에 의해 ‘올해의 국내 대중음악 최고음반’과 2007년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으로 선정되었다. 충성도 높은 팬덤 덕에 그의 모든 음반들은 수 십 만원을 호가하기에 LP와 CD로 재발매를 거듭하고 있다.
서울 홍대 앞 한 커피숍에서 그를 만났다. 사실 봄기운이 대지를 촉촉하게 녹였던 지난 3월, 경기도 양평에 있는 김두수의 전원주택에서 그를 만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라북도 군산 시민이 되어있다. “늘 소도시를 끼고 바다가 가까운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군산 도심에서 10km정도 떨어진 시골에 있는 낡은 파란색 양철지붕 집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자급자족할 텃밭도 있고 좋아하는 바다와 3km정도 인접해 있어 마음에 듭니다.” 김두수는 점잖고 조용한 분위기이지만 실제로는 유머를 즐기는 유쾌한 성품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산 속에서 살았다는 전력도 그렇고 음악들도 몽환적이라 ‘약물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저런 음악은 나올 수 없다’고 오해한다. “음악만 듣고 다들 그렇게 오해하더군요. 어떤 사람들은 저를 두고 마약을 한다, 안하다 내기까지 했다고 들었습니다(웃음). 저는 한 번도 마약을 해 본적이 없습니다. 옛날에 술안주 삼아 담배를 피운 적은 있지만 저에겐 담배도 별로입니다.”
가수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이 천직이다. 김두수는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일을 가장 힘들어하고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 언제나 모자를 쓰고 다니는 묘한 뮤지션이다. 그래서 말쑥하고 핸섬한 외모지만 대머리일 것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삶은 하나의 농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 모이는 곳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가수가 돼서도 고쳐지지 않네요. 수줍은 성격은 아닌데 나서는 걸 싫어합니다. 그러니까 음악은 적성에 맞는데 사람들 앞에 서야 되는 가수란 직업은 적성에 맞지는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웃음).”
더욱 흥미로운 점은 김두수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내 뮤지션 중 모든 정규앨범을 아날로그 LP음반으로 발표한 유일한 아티스트란 사실이다. 그만큼 그의 가락은 따뜻한 아날로그 사운드에 어울리는 자연친화적인 향내가 진동한다. “한 번도 MP3음원으로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저는 LP시대에 음악을 시작한 사람이라 아날로그 사운드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어요. 그렇다고 LP제작에 집착하거나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녹음과정에서 내 음악은 LP로 듣기를 원하는 청자들이 많다고 해 자연스럽게 LP제작 이야기가 나왔을 뿐입니다. 그런데 청자들에게 가격문제로 폐를 끼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네요.”
2009년 6집으로 오해된 베스트 앨범 ‘저녁강’을 발표하긴 했지만 2007년 정규 5집 ‘열흘나비’ 이후 6년이 지나도록 그의 신보를 내지 않고 있다. 현재 그는 흥미로운 음악 프로젝트 음반을 진행하고 있고 정규 6집의 구체적 청사진을 마친 상태다. 금년에 유럽에서 발매될 프로젝트 음반 소식도 흥미로웠지만 내년에 발표할 정규 6집은 한국 100대 명반에 선정된 4집에 이은 또 하나의 걸작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준다.
그의 음악은 오히려 일본이나 유럽 쪽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그는 5집을 제작한 일본레이블의 유통망을 통해 2012년 4월부터 100일 동안 영국 런던, 스코틀랜드, 프랑스 파리를 도는 투어 개념의 ‘Counterflows 뮤직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스코틀랜드공연 때 현지에서 유명한 대중음악 에이전트이자 현대시를 쓰는 시인인 알라스데어(alasdair)라는 사람이 흥미로운 제안을 했다. 그가 시를 쓰고 한국 뮤지션 김두수가 곡 작업을 하는 프로젝트 음반을 제안했던 것. 김두수와의 시 노래 프로젝트로 스코틀랜드 정부기금을 받아낸 알라스데어는 프랑스 화가 폴 세잔에 대한 시를 포함해 11편의 자작 영시를 이메일로 보내는 열의를 보였다. 완성된 시가 올 때 마다 곡 작업을 해 온 김두수는 곧 스코틀랜드 현지에서 녹음을 진행할 예정이다. “녹음을 함께 할 현지의 3인조 밴드 LAU는 아코디언, 기타, 바이올린 연주가로 구성된 전형적인 스코틀랜드 스타일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입니다. 현지는 물론이고 체코에서도 함께 공연을 열 계획입니다.”
김두수는 인디레이블 리버맨을 통해 발표한 4집 이후 몇 장의 음반을 외국에서 발매했다. 정규 6집의 발매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5집 열흘나비를 발표한 지 벌써 6년이 지났네요. 한국가수가 외국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표해 비싼 수입음반을 사시게 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서 5집은 국내 라이센스 계약을 해 디자인만 좀 다르게 다시 나올 예정이고 6집은 국내 레이블을 통해 발표하려 합니다.” 특별한 음악적 콘셉트나 시도가 있는지 궁금했다. “유럽에서 공연을 하면서 시도해 보고 싶은 음악적 실험이 하나 생겼습니다. 이제는 거의 멸종 직전인 유럽 집시들의 음악을 제 음악에 접목하는 작업입니다. 제가 유럽의 집시음악에 도전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 창작곡에 집시음악 특유의 보헤미안적 색깔과 분위기를 덧칠해 보려는 거죠.”
문제는 몇 달 간 유럽에 체류하며 음악작업을 진행할 5,000만 원 정도의 제작경비다. “다행히 최근 국내 인디레이블 리듬온과 계약을 했습니다. 규모는 작은 레이블이지만 아날로그 LP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일단 제작비의 절반 정도는 해결할 길이 생겼으니 스코틀랜드 시인과의 프로젝트 음반작업을 끝내고 내년 3월 정도에 체코로 건너갈 생각입니다. 프라하 인근에 집을 구해 여름이 끝날 때까지 앨범작업을 마칠 계획입니다. 프라하의 여름은 그리 덥지 않아 작업하기에 좋을 것 같습니다. 걱정거리는 옛날에는 물가가 쌌던 프라하인데 요즘은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점입니다.”
현지에서 집시 음악가들을 어떻게 섭외하고 녹음작업을 진행할지 궁금했다. “때론 루마니아, 헝가리로 건너가 그곳 집시 음악가들을 찾아볼 생각이고 체코 프라하 현지 보헤미안 밴드들과 협업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지의 지명도 있는 집시 음악가를 섭외하는 것 보다 연주력이 부족할지라도 제 신곡들과 분위기가 맞는다면 거리에서 바이올린이나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무명 집시 음악가들도 집으로 초대해 밴드 형식으로 녹음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밴드 형식이 어려우면 솔리스트라도 초대할 생각인데 홈 레코딩이 힘들 땐 현지 스튜디오 녹음도 시도할 생각입니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김두수가 차지하는 존재가치는 무엇일까? 김두수는 1975년 대마초파동이후 단절된 한국 정통 포크의 완성을 꿈꾸게 하는 희망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의 존재가치는 상품 같은 노래와 가수들이 넘쳐나는 디지털시대에 개체수가 희박한 진정한 가인(歌人)이란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자연에 대한 찬미와 인간의 이상향을 느릿느릿 관조하는 그의 노래는 그다지 흥도 나지 않는다. 하지만 철학적이고 시적으로 조탁된 노랫말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름답지만 한번 듣고 나면 헤어나기 힘든 중독성 강한 마술을 발휘한다. 이건 해독제도 없는 치명적인 음악이다. (part2로 계속)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권석정 moribe@tenasia.co.kr
김두수 프로필
1959년 8월 4일 대구광역시 출생 고려대 농경제학과 졸업
2002년 4집 자유혼 네티즌 선정 최고의 한국가요 앨범
2003년 서울YWCA 부활 청개구리공연 창단 멤버
2007년 4집 자유혼 한국대중음악 100대 명반 선정
2009년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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