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다. 헤비한 음악을 원하는 거 아냐? 바로 헤비한 음악을 박아주마!” 제임스 햇필드의 전언에 이어 메탈리카가 ‘Sad But True’를 연주하자 잠실이 진동했다. 메탈리카의 매 곡마다 그랬다. 약 4만 여명의 관객이 무시무시한 슬램과 떼창을 이어갔다. 다른 것이 없었다. 노래부터 기타솔로까지 무조건 떼창으로 따라 불렀다.

18일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시티브레이크’(이하 시티브레이크)가 열린 잠실종합운동장은 광란의 도가니였다. 바로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메탈리카의 공연 때문이었다. 17일부터 수십 개의 밴드가 공연한 ‘시티브레이크’는 행사 첫날부터 메탈리카에 대한 기대감이 대단했다. 뮤즈와 림프 비즈킷은 공연 중간에 메탈리카의 ‘Enter Sandman’, ‘Master Puppets’ 등을 연주하기도 했고, 재팬드로이즈는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메탈리카를 본다니 좋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밴드들의 밴드’인 셈이었다.

메탈리카를 원하는 팬들의 열망은 대단했다. 상당한 팬들이 메탈리카의 공연을 맨 앞에서 보기 위해 하루 종일 펜스 앞을 지켰다. 이윽고 공연이 10분 앞으로 다가오자 관객들은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외치듯이 ‘메탈리카’를 외쳐댔다. 하지만 예정된 공연 시작 시간을 10분 넘긴 저녁 9시 10분이 지나셔야 공연 스태프가 무대 위에 셋리스트(곡 순서 헷갈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붙임)를 무대에 붙였다. 선곡이 공연 시간 10분 전에 확정돼 주최 측의 속을 태웠다는 후문이다.


9시 30분께 영화 ‘석양의 무법자’ 영상이 흐르고 첫 곡 ‘Hit The Lights’가 터져 나왔다. 관객들은 메탈리카가 눈 앞에 나타나자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무시무시한 에너지들이 맞붙이면서 잠실이 달아올랐다. 두 번째 곡으로 ‘Master of Puppets’가 나오자 분위기는 단박에 절정으로 치달았다. 기타 간주 중간에 사운드가 꺼지는 음향사고가 났지만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관객들의 열기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순간 움찔하던 메탈리카도 그대로 곡을 이어나갔다. 그 열기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오직 메탈리카의 음악이 필요한 순간이었으니 말이다.

메탈리카의 노래 뿐만 아니라 기타 솔로까지 떼창으로 따라하는 장관이 이어졌다. 이는 과거 메탈리카 내한공연 때마다 있어왔던 풍경으로 메탈리카이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제임스 햇필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너희들 연습 많이 했구나! 노래하라 서울!”이라고 외쳐댔다.

떼창의 절정은 의외로 ‘The Memory Remains’에서 터져나왔다. 이 곡은 메탈리카 디스코그래피에서 그런지 록 스타일을 차용한 ‘흑역사’로 분류되는 앨범 ‘Reload’의 타이틀곡. 하지만 관객들은 곡에서 마리안느 페이스풀이 노래한 허밍 부분을 무반주 상태에서 약 3분여간 합창했다. 말리지 않으면 집에 안 가고 계속 노래할 기세였다. 결국 햇필드가 카운트를 센 후 다음 곡 ‘Cyanide’로 넘어갔다.

제임스 햇필드, 라스 울리히, 커크 해밋이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명불허전이었다. 간혹 몇몇 곡에서 햇필드가 힘이 달려보이기도 했지만, 그도 이제 50대가 아닌가? 로버트 트루히요의 베이스 솔로가 이어지는 사이 잠시 휴식을 취한 메탈리카가 다시 무대로 나와 “뭘 원하느냐?”라고 물었다. 객석에서는 ‘One’, ‘Enter Sandman’ 등의 대답들이 이어졌다. 이후 ‘Sad But True’의 기타 전주가 나오자 관객들은 다시 분기탱천하기 시작했다.



폭우도 예상됐지만 메탈리카의 공연 중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10시 40분쯤 빗줄기가 조금씩 내리고 말고를 반복할 무렵 헬기소리와 함께 ‘One’의 기타 전주가 흘러나왔다. 이어 ‘For Whom The Bell Tolls’, ‘Blackened’, ‘Nothing Else Matters’가 차례로 나오며 공연은 막바지로 흘렀다. ‘Nothing Else Matters’가 연주된 후 카메라가 햇필드의 피크를 쥔 손을 잡았다. Metallica가 새겨진 피크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더니 곧바로 ‘Enter Sandman’를 연주했다. 햇필드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느냐?”라고 묻자 엄청난 함성이 이어졌다. 슬슬 지하철 끊길 시간이 됐지만 누가 집에 갔겠는가? 그 순간에 말이다.

앵콜 첫 곡으로 ‘Creeping Death’가 시작되자 공연은 이제 막 시작한 것 같았다. 이후 ‘Fight Fire With Fire’, ‘Seek & Destroy’와 같이 메탈리카 초기의 근성이 느껴지는 곡들이 록페스티벌의 대미를 장식했다. 제임스 햇필드가 메탈리카 공연에 처음 온 사람, 왔던 사람의 손을 들게 하자 반반 정도로 나뉘는 것 같았다. 햇필드는 “우리는 메탈리카 패밀리다. 다음 번 공연에 와주겠는가?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라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티브레이크’에는 신중현 그룹, 김창완 밴드 등 한국 록의 거장들을 비롯해 라이즈 어게인스트, 애시, 재팬드로이즈 등 해외 밴드들이 슈퍼 스테이지, 컬쳐 스테이지, 뮤직 스테이지에서 공연을 펼쳤다. 페스티벌 첫날인 17일에는 이기 앤드 더 스투지스, 뮤즈, 림프 비즈킷 등이 무대에 올랐다. 주최 측에 따르면 17일(3만5,000명), 18일(4만명) 이틀간 총 7만5,000명(연인원)의 관객이 ‘시티브레이크’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현대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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