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과 시장..'숨바꼭질'은 계속된다 당국의 개입매수세가 폭주하며 지난 주말 환율이 급등했다. 달러/원 환율은 지난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3.80원 급등한 987원대로 상승했고 뉴욕 역외선물환 시장에서도 985원대를 유지했다. 연일 소극적 대응에 그쳤던 당국은 이날 모처럼 강력한 개입으로 의미있는 환율 반등을 이끌어 냈고 시장은 금주에도 당국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목할 태세다. 지난 주 후반 미국의 11월 무역적자가 예상치를 밑돌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향후 금리인상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주면서 글로벌 달러가 반등했다. 반면 주말 발표된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판매 지수는 모두 예상보다 부진해 연준리의 금리인상 기조에 대한 의구심을 확산시켰다. 지난주 강한 개입으로 일단 970-975원대에 단기 바닥 인식을 심어준 당국의 후속 의지 표명이 이번주 장세를 주도할 변수로 지목됐다. 하락 속도에 대한 우려는 컸으나 하락 추세는 인정하지 않겠냐는 지적 속에 글로벌 달러의 동향이 당국의 개입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하락속도 지나치다" 지난주 한덕수 경제부총리나 박승 한국은행 총재 등 최근 당국자들의 발언은 추세하락은 인정하되 속도가 빠르고 폭도 과도하다는데 대한 우려가 드러난다. 한 부총리는 13일 "환율 움직임이 정도가 지나치다"면서 정부와 한은은 외환시장이 안정될 때 까지 지속적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박승 한은 총재도 "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강세가 조정을 받는데다 한국경제의 체질이 강화돼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그러나 그 점을 감안해도 현재의 환율 하락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고 일시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수급이나 펀더멘털을 볼 때 올 환율의 균형수준은 지난해 평균환율인 1024원보다 낮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지난 10일에는 권태신 재정경제부 차관이 나섰다. 권 차관은 "최근 환율 하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하락의 폭과 속도가 지나치다"며 "필요시 수급조절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락추세는 인정하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점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원화, "앞서가면 안된다" 최근 달러/엔을 비롯해 달러/아시아 통화의 반등 분위기가 감지되면 당국의 개입 강도 또한 강해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 다른 통화 움직과 비교할 때 원화의 독자적 절상 폭이 깊어지느냐에 당국이 민감하게 신경쓰고 있다는 것이다. 13일 권태균 재경부 국제금융국장은 "지나친 불안심리로 원화가 과도하게 고평가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 통화와 비교해 원화가치가 균형에서 벗어나 있다"고 밝힌 점은 당국의 이같은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과거 2년간 타 아시아 통화에 비해 원화의 절상 폭이 가장 두드러졌고 올들어서도 원화 강세가 유독 강하게 이어지고 있어 당국의 이런 시름은 깊어가는 형국이다. 13일 강력한 개입도 글로벌 달러의 반등 기류에 편승해 엔/원 등 크로스 환율 낙폭이 깊어질 여지가 컸다는 점에서 그 당위성을 찾을 수 있다. ▲ 1000원은 여전히 높아 글로벌 환시에서 연초의 투기적인 달러매도 공세는 주춤하는 양상이나 반등 여력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연준리의 금리인상 기조가 막바지라는 인식 속에 달러를 적극적으로 매수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원 환율도 급락세는 진정됐으나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 모멘텀은 부족하다는 인식이 우세하다. 이진우 농협선물 금융공학실장은 "국제 환시는 미국의 지표를 지켜보면서 달러를 버려야 할지 좀 더 끌어안아야 할지를 고심하는 상황"이라며 "서울 외환시장도 같은 점을 고민하는 가운데 기술적인 반등 시점으로는 인식하고 있으나 지난 연말 1030원이 무너지면서부터 형성된 하락 추세가 너무나 강해 섣부른 반등 기대를 갖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분산출회될 것이라는 당국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2월 런던과 서울에 동시 상장될 롯데쇼핑의 주식공모자금(해외 조달 최대 30억달러) 등 대기매물 부담이 장을 누르고 있다. 당국이 굳이 강도높은 개입으로 레벨을 추가로 끌어올리겠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글로벌 추세를 거스르는 개입이 공급매물을 더 자극할 뿐이란 것이다. 단기적으로 개입경계감 속에 975원 수준이 지지되고 매물부담으로 995원 이상도 버거운 박스권 기대가 조심스럽게 부상하고 있다. 결국 시장도 당국도 주중 미국발 지표인 소비자물가지수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 등에 의한 국제 환시 동향을 주목하면서 환율은 개입과 매물사이에서 '숨바꼭질'을 이어갈 전망이다. ** 본 한경브리핑 서비스는 거래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보의 오류 및 내용에 대해 당사는 어떠한 책임도 없으며,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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