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달러 넘보는 유가, 아시아 견뎌낼 수 있을까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초 중국과 인도 등의 석유 수요가 급증하면서 유가가 배럴당 105달러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아 세상을 놀라게 했다. 지난 3월 하순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이 이 보고서를 작성할 당시 미국의 원유 선물은 배럴당 50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었다. 이달 들어 원유가는 67달러를 넘어섰고, 올해에만 60% 가량 상승해 2년 전 가격의 두 배 이상이 됐다. 유가가 급등하자 각국 정부들은 예산을 보호하기 위해 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해야 했고,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은 늘어났다. 또 '아시아는 유가가 70달러로 상승해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달갑지 않은 문제도 제기됐다. 연료 비용이 상승하고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선진국 소비자들보다 소득이 훨씬 적은 아시아 소비자들이 자동차나 에어컨, 세탁기와 같은 상품들을 살 여유가 있을 것인가? 전 아시아개발은행(AD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컬럼비아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아빈드 파나가리야는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자동차나 에어컨 등의 수요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파나가리야 교수는 소득 증가가 이를 어느 정도 상쇄할 것이나, 단기간 내에 에너지 비용 보조를 지속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재정 적자 확대를 겪게 되거나, 또는 소비자들이 더 높은 에너지 가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아시아 각국 정치인들이 이미 고유가의 영향에서 예산을 보호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조짐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는 연료 가격을 높여 전반적인 수요와 성장을 저해한다. 중국은 소비를 제한하기 위해 에너지 배급과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고, 태국 정부는 디젤 보조금을 폐지해 7월 중 수요가 전년보다 16% 감소했다. 주초 인도네시아의 국영 석유업체 페르타미나는 9월 중 반년 만에 네번째로 일부 산업에 공급하는 디젤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석유에 대한 갈증 고유가에 아시아 국가들이 취약한 것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미국이 세계 하루 석유 소비량 8100만배럴 가운데 4분의 1을 소비하면서 현재 세계 최대의 석유 소비국 자리를 지키고 있기는 하지만, 아시아의 수요도 지난 10년간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큰폭인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 아시아는 세계 석유의 30%를 소비하지만, 생산은 연료의 10분의 1에 그쳐 필요량의 3분의 2를 정치적으로 불안전한 중동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 2, 3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이 현재의 유가 급등을 지난 1970년대의 석유파동때보다 더 잘 견디고 있는데, 이는 부분적으로 유가 급등이 공급 차질이 아닌 수요 증가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아시아 국가들은 같은 양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더 적은 석유를 사용하는 등 예전보다 효율성을 높였다. 또 낮은 금리가 고유가에 대한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UBS는 골드만삭스의 유가 전망과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UBS는 석유 공급과 수요 속에 잠재된 것은 유가가 40-45달러 레인지 내에 있어야 함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UBS의 이코노미스트 조나단 앤더슨은 "유가가 지속적으로 70달러 부근에 머문다면 이는 아시아 지역의 생산자 및 소비자물가의 상당한 상승을 수반하는데, 이는 수요 반응에도 분명 영향이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가가 2006년 말까지 70달러에 머문다면 아시아의 성장률은 1.2%p 낮아진다는 것이 우리의 전망"이라며 "즉 고통은 커지겠지만 재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도이치뱅크의 외환 전략가 미르자 베이그와 제임스 말콤은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로 평균 25% 상승하는 것이 올해 아시아 지역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을 추산했다. 브렌트유는 올들어 현재까지 평균 52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연구에서 브렌트유가 평균 50달러로 상승하면 태국의 경제 성장은 2.1% , 한국과 필리핀의 성장은 1.5%, 인도네시아와 대만, 인도의 성장은 1%가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아시아 지역의 유일한 석유 수출국인 말레이시아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일본이 가장 적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 본 한경브리핑 서비스는 거래목적으로 사용될 수 없습니다. 또한, 정보의 오류 및 내용에 대해 당사는 어떠한 책임도 없으며, 단순 참고자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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