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미우새'와 차별점 없는 '돌싱포맨'
같은 캐릭터+콘셉트의 반복, 피로감 높아져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2021 연예대상'도 단체 대상으로 쉽게 가던 SBS의 기획력이 '신발벗고 돌싱포맨'(이하 '돌싱포맨')에서도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 스핀오프라는 이름 아래 똑같은 출연자와 똑같은 콘셉트로 반복되는 방송을 선보이며 참신함을 잃어버린 것. 우연히 TV를 틀다 보면 '미우새'를 보고 있는 건지, '돌싱포맨'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돌싱포맨'은 무언가 결핍되고, 어딘가 삐딱한, 그리고 행복에 목마른 돌싱 네 남자가 자신의 집으로 게스트를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관찰 토크쇼. '미우새'에 출연 중인 이상민과 임원희, 그들의 게스트로 반고정처럼 출연했던 김준호, 탁재훈이 '이혼'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뭉친 예능이다.


그래서일까. '돌싱포맨'은 '미우새'의 일부분을 떼어놓은 듯 너무나 비슷한 느낌이 자아낸다. 궁핍한 이상민, 짠내나는 임원희, 거침없는 입담의 탁재훈, 홀아비 냄새 짙은 김준호 등 멤버들 모두 '미우새'에서 잡힌 캐릭터 그대로를 가져왔기 때문.

여기에 게스트를 초대한다는 '토크쇼' 형식만 추가한 '돌싱포맨'은 첫 회에 20대 미혼 남자인 피오와 송민호를 초대해 결혼에 대한 환상을 깨부수고, 2회서는 서장훈이 출연해 돌싱남들의 공감 요소를 자극하며 시청률도 4회 만에 8%를 돌파, 고정 예능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이혼남들의 토크쇼'라는 단순한 기획의 흥미는 오래가지 못했다. 매번 게스트는 바뀌지만 돌싱포맨의 역할은 늘 똑같기 때문. 이제는 게스트가 주가 되고, 돌싱포맨은 호응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미우새' 속 캐릭터와 겹치면서 피로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행복을 배우겠다"는 멤버들의 포부는 '돌싱포맨'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시청률 현재 4%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SBS는 지난해 연예대상에서 무분별한 상 퍼주기와 납득하기 어려운 수상 기준으로 뭇매를 맞은 바 있다. 대상으로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 후보는 방송인 지석진, 가수 이상민, 탁재훈. 그러나 탁재훈은 '마상(마음의 상처상)', 지석진은 '명예사원상'이라는 존재하지도 않던 상을 받았고, 대상은 이상민, 탁재훈이 포함된 '미우새' 팀 전체가 공동으로 수상했다. 이에 신동엽은 논란이 야기될 것을 예상하며 "TV를 보면서 '대상 누가 탈까' 끝까지 봐주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며 "'그냥 한 새끼만 주지'란 생각을 하고 계실 텐데 제작진 입장에선 결정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결정은 SBS가 했는데 사과는 대상자들이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 최근 '미우새' 방송에서는 "대상 이야기를 언급하면 안 된다"라는 말까지 나왔다.

이렇듯 쉽게 가려다 스스로에게 발목 잡혀 제대로 삐끗하고 있는 SBS. '돌싱포맨' 역시 하던 대로 답습하는 형식의 쉬운 기획력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미우새'와는 차별화된 '돌싱포맨'만의 매력을 부각하는 공들인 기획력이 필요할 때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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