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2일’ KBS 일 오후 5시 10분
남자 10명, 공, 야외취침을 건 족구 경기. ‘1박 2일’의 ‘절친들과 함께 한 혹한기 실전캠프’ 피날레는 테스토스테론이 넘칠 것 같은 무대로 마련되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우글우글 모인 남자들의 부담스러운 승부욕만이 아닌 적당한 긴장감과 자연스런 웃음이 교차한 시간으로 완성되었다. 이동국과 이근호, 두 명의 국가대표 축구 선수는 맨 땅바닥과 혹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과거 ‘1박 2일’의 수많은 저질 경기들과 차원이 다른 고급 플레이를 보여줬다. 요리면 요리, 족구면 족구, 뭐든 잘 하는 이선균은 경기 내내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줬고, 기대하지 않았던 ‘미대형’ 이서진은 이동국의 공을 척척 받아내며 ‘체대형’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 낸 격렬한 랠리 사이사이에 이승기와 엄태웅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리시브와 공을 피해 점수를 내는 김종민의 기행이 양념처럼 끼어들어 웃음과 이완의 순간을 만들어 냈다.

긴장감을 만드는 배경 음악 하나 없이도 듀스에 듀스가 이어지는 경기 자체로 스릴이 넘쳤다. 이처럼 과잉의 에너지와 연출 없이도 재미와 감동의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5인 체제로 바뀐 ‘1박 2일’의 최고의 미덕이기도 하다. 추위도, 배고픔도, 야외취침도, 독한 제작진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게스트를 모신다기보다 친구, 형, 동생과 함께 여행하고 음식을 만들고 게임을 하는 멤버들의 편안함과 낯설고 험한 예능의 세계에서 좌충우돌하면서도 우정을 보여준 절친들이 만들어 내는 추억이라는 보편적인 정서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훈훈하게 해주었다. 매 회 참신한 포맷 변화도 화려한 스펙터클도 없지만 ‘1박 2일’에는 늘 사람이 있었다.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에너지, 평범한 순간의 비범한 즐거움을 만날 날이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글. 김희주 기자 fif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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