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몰라
11회 SBS 월-금 오전 8시 40분
아침드라마의 두 여주인공은 늘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캐릭터를 지닌다. 착하고 심성 고운 여자와 어둡고 뒤틀린 성격의 여자. 전자는 대개 가련한 피해자이며 후자는 그녀에게 상처를 입히는 가해자다. 극 초반엔 전자가 후자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당하다가 결말 부분에 가서야 인고의 역전승을 거두게 된다. 대부분의 아침드라마는 이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안에서 무한 반복 투쟁을 벌이고 있는 두 여성은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재단된 성녀와 창녀의 이분법과는 다르다. 그녀들은 그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전업주부들의 결핍된 현실이 낳은 샴쌍둥이와도 같은 관계다. 안정된 가정을 사이에 두고 그것을 지키고 싶은 욕망과 파괴하고 싶은 욕망이 착한 여주인공과 그녀를 괴롭히는 악녀의 두 얼굴로 번갈아 나타난다. SBS 새 아침드라마 에서도 이 자아 분열된 인격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순종적인 전업주부 민정(김지호)과 커리어우먼이자 팜므파탈 유란(채민서)은 성찬(임호)과 아이가 상징하는 가정을 중심으로 양 극단에서 서로를 마주본다. 스피드한 전개 끝에 10회 만에 이혼당한 민정은 이제 그녀를 구원해줄 완벽한 판타지 세계에 진입할 수 있을 때까지 길고 혹독한 시험기에 접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민정의 분열된 인격인 유란의 욕망이 어디까지 막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는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할 또 다른 시험지가 될 것이다. 물론 민정을 구원의 세계로 이끌어 줄 흑기사의 존재도 잊어선 안 된다. 5회에서 민정과 맞닥뜨려 재벌2세와 캔디녀의 까칠한 첫 만남을 재현한 바 있는 무혁(고세원)은 이번엔 이혼당한 충격으로 강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민정을 말 그대로 구원한다. 그 다음부터 빤히 보이는 전개는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반복관람이다. 아침드라마 시청이란 무한 반복되는 일상을 재현하는 의식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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