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하시는 일 재미있죠? 저도 그래요, 일을 한다는 게 그런 거죠.” 골목 전체가 어두워진 시간, 자장면 한 그릇으로 늦은 저녁을 때운 채 잔업에 열중하던 장사동 기계공구 골목의 한 사장님이 카메라를 든 의 VJ를 향해 갑자기 물었습니다. 그저 가족 부양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피로한 중년사내로 보이던 그가, 사실 재미있어 하는 일을 위해 평생을 바친 생활의 장인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약간은 향수 어린 감상에 빠져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쇳가루가 대기에 흐를 듯한 기계공구 골목에서의 72시간. 이번 주말 이 찾아간 곳은 사무실에서도 별로 멀지 않은 청계천 장사동이었습니다.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어가면 꽉 찰 듯 좁은 골목, 초행자라면 쉬이 길을 잃고 마는 미로 같은 길에서 평생을 보낸 그들에게는 손마디 굳은살이 배도록 해 온 자신들의 일이 생업(生業)이자 직업(職業)이자 천직(天職)이었습니다. 청계천 복개 전부터 그 땅에 자리 잡아 배를 덮고 고가도로가 생기고 다시 모든 것이 허물어진 지난 50년, 그들의 삶은 감히 ‘성공’과 ‘실패’ 라는 말로 구분 지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세요, 저 사람이 물건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 지금은 좋은 기계가 좋은 물건 만들죠, 옛날에 손으로 만들 때가 기술자죠.” 어쩌면 무형문화제가 되어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하고, 5대째 도자기를 굽는 사람만이 ‘장인’이 아니라 ‘재미있는’ 일을 위해 기꺼이 평생을 바친 그들 모두가 이 시대의 가장 치열한 직업인이자, 장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공한 잡지가 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잘나가는 잡지가 되어도 감사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한 길을 가는 잡지를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우리의 방향이 그러하듯 인터뷰이들에게도 실패와 성공, 눈에 보이는 업적 보다 그 과정의 치열함과 일의 즐거움을 묻는 잡지가 되고 싶습니다. 는 지금 하는 일이 재미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게 그런 거죠.

글. 백은하 on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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