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완연한 교정에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KBS2 성장드라마 ‘하이스쿨: 러브온(이하 하이스쿨)’의 주연 배우로 나선 그룹 인피니트의 우현과 성열의 이야기이다. 6년 만에 다시 입은 교복 때문일까. 다시금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두 청년은 가을 하늘만큼이나 청명한 웃음을 너른 교정에 흩뿌리고 있었다.

그렇게 웃고 떠들기도 잠깐, 촬영 준비가 끝나자 두 사람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한다. 쉬는 시간의 교실처럼 소란스러웠던 체육관에는 어느덧 긴장감이 흐르고, 미리 대사를 주고받아보는 우현과 성열의 표정은 전에 없이 진지해졌다. 이어 NG 없이 물 흐르듯 촬영이 진행되고 메가폰을 쥔 성준해 PD의 “오케이, 컷!” 소리가 체육관에 울려 퍼진다. 그제야 두 사람의 표정에도 다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촬영장의 공기마저 뒤바꿀 정도의 집중력이 빛을 발하던 순간이었다.‘하이스쿨’은 기획 단계부터 ‘인간이 되어버린 천사와 순수한 고등학생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소재와 더불어 인피니트의 우현, 성열을 주연 배우로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의 시선 속에는 모종의 불안감도 도사리고 있었다. 앞서 우현과 성열은 각각 드라마 ‘천 번째 남자’와 ‘당신이 잠든 사이’를 통해 연기의 맛을 봤지만, 첫 주연을 맡은 부담은 적지 않았을 터. 쉬는 시간을 틈타 잠시 마주 앉은 두 사람은 “연기의 시작은 부담감을 떨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현은 “처음 연기를 할 때는 평이 좋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 주연을 맡고도 자신감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며 “이번 작품에서는 욕을 안 먹는 게 목표였다. 대본을 받자마자 바로 캐릭터 분석에 들어갔다. 무엇보다도 흐름을 잘 타고 싶었다. 작가님과의 소통을 물론, 매 신에서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를 계속해서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성열은 실제 성격과 정반대에 가까운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성열은 “첫 회부터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실제 성격이 황성열 역과는 정반대였기 때문”이라며 “적응 기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는 ‘이성열’이 아닌, ‘황성열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아이돌 출신’이라는 남다른 수식에 대한 고민도 읽혔다. 성열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를 바라보는 대중의 심정을 이해한다. 요즘 거의 모든 드라마에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출연하는 것 같다”며 “그런 부정적인 인식을 단번에 바꾸기는 굉장히 어렵다. ‘아이돌’이 아니라 ‘연기자’로 기억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고 전했다.

이들의 열정은 촬영장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장소를 옮겨 진행된 촬영에서 두 사람은 동선을 확인하며 계속해서 성준해 PD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촬영장 분위기를 이끄는 것도 두 사람의 몫이었다.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는 틈틈이 농담과 춤까지 선보인 우현과 성열에 의해 한층 부드러워졌다.

다년간 같은 그룹의 멤버로서 호흡을 맞춘 경험은 촬영장에서 차진 호흡으로 되돌아왔다. 성열은 “어느덧 같이 산 지 6~7년이 다 됐다”며 “다소 오그라드는 장면에서도 스스럼없이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건, 누구보다도 가까운 우현이 함께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우현은 한 술 더 떴다. 성열의 ‘찬사’를 가만히 듣던 그는 “만약에 내 상대역이 성열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연기할 수 있었을까 싶다. 신뢰가 있으니까 가능했다. 쉽게 말해 ‘쿵짝’이 맞는다는 거다”고 말해 돈독한 우애를 짐작케 했다.

‘촬영장의 꽃’ 김새론이 오자 분위기는 한층 더 뜨거워졌다. 3개월여의 시간동안 각별해진 세 사람은 시종일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학교’라는 공간이 자아내는 아늑함과 밝은 분위기에 완벽히 동화된 우현, 성열, 새론의 모습은 영락없는 ‘풋풋한 청춘’ 그 자체였다.

얼굴빛만큼이나 새하얀 미소를 지어 보이던 새론도 연기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일순 진지한 낯빛으로 변했다. 롤모델이 없는 ‘천사’ 역할을 맡은 새론은 어떤 자세로 연기에 임했을까.새론은 “천사가 인간이 된 상황이다 보니, 모든 것을 처음 경험하고 느끼는, 인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느꼈다”며 “작가님이 인간과 천사의 차이점을 둔 부분이 ‘~다’로 끝나는 말투였던 것 같다. 대본에 쓰여 있는 문어체 말투를 내 것으로 바꿔나가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어 새론은 대부분 작품에서 누군가의 자식으로, 혹은 아역으로 이름을 올렸던 새론은 “‘하이스쿨’에서 처음으로 내 나이 대에 맞는 역할을 맡게 돼 기쁘다”며 “기존에 보여 드린 연기는 조금 우울한 면이 있었다. 이번에는 ‘김새론’의 밝고 긍정적인 매력을 보여 드리겠다”고 말했다.

자못 진지한 배우들의 태도만큼이나 관심을 끌었던 대목은 바로 현장에서의 호흡이다. 서로 웃고 떠드는 분위기 속에서도 촬영만 시작되면 모두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뿜어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우현, 성열과 새론이 실제로는 9세의 나이 차를 자랑한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호흡을 묻는 말에 “나이 차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며 서로를 치켜세웠다.성열은 “처음에는 새론이와 연기하게 된다는 사실이 걱정되기도 했다. 무려 나이 차가 9세나 되지 않나”며 “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간 이후에는 모든 게 기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오히려 새론이 정신연령은 나보다 높은 것 같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우현은 새론에게 남다른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우현은 “내 연기의 부족한 점 중 하나가 바로 ‘표정연기’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연기하면서 계속 새론이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감을 잡게 되더라. 아마 6회쯤부터였던 것 같다. 새론이에게 정말 많이 배웠다”고 회상했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통해 힘겨운 학생들에게 작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묻는 말에 대한 세 사람의 응답이다. ‘하이스쿨’이 청소년 성장드라마를 표방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바로 얼마 전 그 힘겨웠던 청소년기를 거쳐 온 우현, 성열과 지금 그 시기를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새론은 저마다 진정성 가득한 마음으로 시청자들에게 작품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 했다.

우현은 “학업, 학교 폭력, 가정 문제 등 그 시기에는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많다”며 “‘하이스쿨’을 통해서 그런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주변의 친구나 가족과 함께 고민한다면 어떤 문제든 충분히 극복해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새론은 같은 질문에 자신의 학창시절이 떠오른 듯 가슴 먹먹한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새론은 “작품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걸 보고 작은 위로라도 얻으셨으면 좋겠다”며 “힘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분명히 더 좋은 날이 올 거다. 그때까지 모두 힘내셨으면 한다”는 말로 ‘하이스쿨’의 시청자들에게 끝인사를 전했다.

가을빛이 쏟아지던 ‘하이스쿨’ 촬영 현장에는 드라마의 분위기만큼이나 밝고 따뜻한 태도로 촬영에 임하는 배우와 제작진이 있었다. 이들의 진정성 가득한 이야기 속에는 시청률 이상으로 뜨거운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 열정이 브라운관을 넘어 시청자의 마음에 가닿는 일은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일일 것만 같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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