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동호랭이
바야흐로 작곡가 전성시대다. 음원차트 10위권 내에 한 작곡가의 여러 곡이 랭크될 정도로 작곡가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졌다. 용감한 형제, 이단옆차기, 신사동호랭이를 필두로 스윗튠, 범이낭이, 블랙아이드필승 등 독특한 이름으로 활동하는 프로듀서팀이 K-POP 시장의 든든한 음악적 지주로 성장하고 있다. 동시에 비판도 제기된다. 아이돌 중심의 주류 음악이 지닌 획일성, K-POP이 아닌 다양성 음악의 쇠퇴에 대해 우려를 전하는 시각도 있다. 보는 음악, 듣는 음악 등 록, 힙합 등의 장르 구분을 넘어서 새로운 음악의 범주도 생겨났다.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과연 대중성 있는 음악이란 무엇이고, 완성도 있는 음악이란 무엇일까. K-POP 시장을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자신만의 음악적 세계를 펼치는 사람들의 음악과 생각을 알고 싶었다. 텐아시아는 ‘음악이 알고 싶다’라는 코너를 준비해 작곡가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했다. 돌직구처럼 날아가는 질문에 돌아오는 그들의 음악 이야기를 느껴보길 바란다.‘음악이 알고 싶다’ 첫 번째 주자는 K-POP 대표 작곡가 신사동호랭이다. 신사동호랭이는 2005년 자두 4집 앨범 수록곡 ‘남과 여’로 작곡가로 발을 내밀었다. 비스트, 포미닛, 티아라, 에이핑크 등과 작업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탄생시켰다. 비스트 ‘쇼크(Shock)’, ‘숨’, ‘픽션(Fiction)’, 포미닛 ‘핫이슈’, 현아 ‘버블팝’, 티아라 ‘보핍보핍’, ‘롤리폴리’, 에이핑크 ‘마이마이’, ‘노노노’ 등 그룹의 대표곡은 모두 신사동호랭이의 손에서 탄생됐다. 이밖에도 수많은 가수와 작업을 걸친 그는 이제 1983년생으로 이제 겨우 32세의 청년이다. 앞으로 더욱 넓은 음악적 세계를 펼칠 그의 생각은 무엇일까?
Q.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K-POP 대표 작곡가로서 많은 노래가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신사동호랭이가 생각하기에 대중성 있는 음악이란 무엇인가?
신사동호랭이 : 음악을 듣고 고민을 안 하면 된다. 그냥 ‘일부’로 느껴지면 대중성 있는 음악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LP바에 갔다. LP바에서 티아라 노래가 나온다고 생각해보면 잘 매칭이 되지 않는다. LP바에 가면 LP에서 나오는 노래들이 나오겠고, 와인바에 가면 와인바에 어울리는 노래가 나오겠지. 그런데 길거리를 걸어갈 때 그런 장르의 노래가 나오진 않는다. 그만큼 내 주변에 있어도 아무런 거리감이 없는 노래가 대중성이 있는 음악이다.
Q. 그렇다면 완성도 있는 음악이란 무엇일까? 흔히 아이돌 음악은 완성도가 거리가 멀다는 편견이 많다.
신사동호랭이 : 기준의 차이가 있다. 음악을 듣는 사람의 배경지식이 힙합과 록을 나눌 수 있다면 대중음악을 접할 때도 힙합과 록을 나눌 수 있다. 없다면 다 똑같은 음악이 될 것이다.Q. 작곡가로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신사동호랭이 : 내 기준은 곁에서 들릴 수 있는 음악이 가장 좋은 음악이라고 한다면 공감대가 노하우다. 예를 들어 내가 벤틀리를 타고 비행기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한다고 말하면 일반 사람들은 공감이 잘 되지 않는다. 만약 ‘버스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면 너를 잊는다’고 표현을 한다면 어???가? 지금 나만이 누리 있는 삶에 대한 표현인가 아니면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표현인가 생각을 많이 한다.
Q. 가사에 특별히 더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신사동호랭이 : 쉽게 이야기해서 ‘트러블 메이커’의 ‘내일은 없어’라는 노래를 기억해보자. 사람들이 ‘내일은↗♪ 없어↘’라는 한 구절만 기억할까 전체적인 느낌을 기억할까. 가사라는 것은 노래를 표현하는 대명사다. 최근 가장 인상 깊었던 가사는 ‘이름이 뭐예요’다. ‘이름이 뭐예요’라는 단어 하나로 멜로디보다 더 눈에 들어오게 만든 것이지 않나. 그만큼 가사는 중요하다. 멜로디는 기본이지.
Q. 하나의 곡이 완성되더라도 어떤 가수가 부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 않나.
신사동호랭이 : 물론이다. 에이핑크와 티아라가 있으면, 티아라는 조금은 슬픈 코드를 넣으면서 말을 할 때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에이핑크는 순수하지 않나. 노래를 부르는 가수의 이미지를 생각해야 한다.Q. 하나의 음악이 만들어질 때, 드럼부터 기타, 베이스, 신디사이저 등 다양한 사운드가 합쳐진다. 작곡가는 그것을 다 꿰고 있는 것인가? 사실 잘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저걸 언제 다 배울까’ 대단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하.
신사동호랭이 : 대중가요를 만드는 방식을 교육받지 않는다. 접근하는 방식을 배운다. 우리가 흔히 ‘대학을 나오지 않았습니다’라며 부끄럽게 이야기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중요하지 않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 현장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다. 일단 부딪혀보고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반영하면 발전하는 것이고, 아니면 도태되는 것이고. 나도 그런 식으로 작곡을 배워나갔다.
Q. 왜 작곡가가 된 것인가?
신사동호랭이 : 내가 구상하고 만든 노래를 누군가가 듣고 따라 부르거나 누군가의 추억이 된다는 것이 좋다. 지금도 내 벨소리는 태사자 ‘타임’이다. 내 추억이 있는 노래다. 누군가에게도 내 노래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음악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을 하게 된 계기는 표현하려는 욕심이 많아 음악으로 무대를 연출하고 싶었다.
Q. 하긴, 나도 에이핑크의 ‘노노노(NoNoNo)’를 좋아한다. 하하.
신사동호랭이 : 하하. 언젠가 트위터에서 봤는데 어느 회사 여직원이 전날에 엄청 혼났나보다. ‘노노노’ 음악 들으며 다시 힘내서 출근하고 있다는 글을 올린 것을 보고 감동을 했다.Q. 길거리에서 자신의 노래를 들을 때도 신기하겠다.
신사동호랭이 : 길거리에서 노래를 들으면 ‘오! 내 노래다’라고 생각하기보다 몇 명이 집중하고 있는지 본다. 몇 명이 따라 부르는지 보게 된다. 습관이다. 예전에는 음악을 들었는데, 지금은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분석하게 되는 안 좋은 직업병이 생겼다. 하하.
Q. 비스트, 포미닛, 에이핑크 등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들과 많은 작업을 했다. 각 그룹 메인보컬의 장점을 꼽아본다면?
신사동호랭이 : 비스트 요섭이의 경우 진하지 않는데 강하다. 색깔이 진한 가수가 많은데 양요섭은 진하지 않다. 어디나 다 붙을 수 있어서 강하고,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다. 포미닛 허가윤은 한정적인데 넓다. 본인이 갖고 있는 보컬적인 역량이 정해져 있고, 본인도 잘 알고 있어 부르는 노래가 넓다. 에이핑크 은지는 안 어울리면서도 어울린다. 은지가 마야 노래 부르는 것을 들으면 에이핑크 노래를 부르는 것이 상상되지 않는다. 그런데 은지는 잘 해석해낸다. 에이핑크 장르 아닌 곳에서도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친구다.
Q. 수많은 가수들과 작업했는데 꼭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드림 아티스트가 있나?
신사동호랭이 : 음…중국 가수들! 무대 퍼포먼스가 크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 보고 싶다. 우리가 표현하는 방식의 퍼포먼스가 100명을 두고 크다고 생각한다면 중국은 그 규모가 1,000명이다. 함께 표현해본다면 재미난 그림이 나올 것 같다.Q.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작곡가가 되고 싶나?
신사동호랭이 : 사실 내가 지금까지 너무 많이 달렸다. 아이돌 음악을 많이 하고, 여러 음악을 하면서 장르적인 한계에도 많이 부딪혔다. 내가 너무 어린 나이에 작곡을 시작하니 지금 내가 요만큼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소모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공을) 다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곡 발표를 많이 하지 않고 성과가 적더라도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고. 그래서 에일리 ‘유앤아이(U&I)’라는 곡도 쓰게 됐다. 항상 빠른 댄스곡을 쓰다가 트러블메이커를 시작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차트에 연연하는 작곡가였는데 이제는 스펙트럼을 넓히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수가 회사가 작아서 홍보가 되지 않는 가수라도 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면 작업할 것이다. 외부의 시선 중 요즘 신사동호랭이 곡이 잘 안 나온다는 소문이 있어도 이제는 개의치 않는다.
Q. 많이 강해진 것 같다.
신사동호랭이 : 강해진 것도 있고, 이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만약 전처럼 계속 달렸다면 아마 나는 33~34세에 끝날 것이다. 음악을 더 하고 싶다. 더 하려면 내가 표현하려는 방식도 넓히고, 연구도 해야 하는데 일에 손을 놓지 않으면 연구를 못하겠더라. 그래서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연구를 하는 것이고, 그 연구에 동참해주는 제작자들과 작업을 하게 된다.
Q. 마지막으로 신사동호랭이가 생각하는 K-POP의 전망은 어떤가?
신사동호랭이 : 과거에 아바, 웨스트 라이프, 보이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나? 아일랜드와 스웨덴 사람들이다. 당시 스웨디시 웨이브가 한류처럼 불었던 적이 있다. 열풍이 불더니 훅 죽었다. 그때 활약했던 메인 프로듀서들이 지금은 다 미국으로 진출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 케샤 등의 프로듀서들이 스웨덴 출신이고, 니요(Ne-Yo)도 같은 계열인 노르웨이, 레이디가가도 모로코 출신 네덜란드 사람이다. 프로듀서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제2의 K-POP은 솔루션과 프로덕션만 중심이 될 것이고, 그러기 위한 콘텐츠 생산이 되는 회사가 살아남을 것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신사동호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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