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프리즘》

망언·표절 의혹 등
벗겨진 '천재 음악가' 포장지
양준일, 최정훈, 유희열./사진=텐아시아DB
양준일, 최정훈, 유희열./사진=텐아시아DB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현황을 살핍니다. 프리즘을 통해 다양하게 펴져 나가는 빛처럼 이슈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천재 음악가' 명성이 무너지고 있다. '천재'라는 타이틀에 취한 자신감 혹은 무례함이 대중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는 것. 실력보다 인성이 우선시 되는 시대. 재능으로 어느 정도의 포장은 가능하지만, 그 범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표절 논란'은 포장에서 제외다.

잔나비의 리더 최정훈이 최근 무례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최정훈은 지난 6일 인천 송도 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22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서 "고지가 멀지 않았다. 한 놈만 제치면 되는 것 아니냐. 다음 팀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전하고 싶다”는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논란이 커지자 최정훈은 공연 다음 날인 7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꿈에 그리던 무대와 멋진 관객분들 앞에 서 있다 보니 흥분을 못 이겨 가벼운 말로 타 밴드와 팬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렸다”고 전했다.

이어 “의도는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그런 실언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사과했다.

잔나비는 작사, 작곡, 편곡, 커버 곡 등에 능통한 밴드. 클래식한 색깔로 자신들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왔다. '포스트 송골매', '한국의 비틀즈'를 표방하고 있지만, 계속되는 구설이 이들의 재능을 막아서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사진=양준일 인스타그램
천재 타이틀을 믿고 방종을 부린 가수는 잔나비가 처음은 아니다. 양준일은 시대를 잘못 만난 비운의 천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1990년 ‘리베카’를 타이틀곡으로 한 1집 앨범으로 데뷔 후 짧은 가요계 활동을 펼쳤다. 데뷔 30여 년 후, 그의 음악과 춤 등이 유튜브를 통해 재조명받았고, JTBC ‘슈가맨’을 통해 다시 가수로서 활동 중이다.

하지만 ‘천재’ 이미지는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발언들로 인해 무너지고 있다. 재작년, 여성을 중고차에 빗대는 등의 망언으로 물의를 빚었던 양준일은 지난 2월 자신의 콘서트를 위해 팬 모두가 코로나19 및 오미크론에 걸리길 기원하는 듯한 발언을 해 누리꾼들의 뭇매를 맞았다.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한 건 알맹이 없는 사과. 성희롱성 발언은 양준일이 아닌 제작진이 대신했고,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와 관련한 발언에 대해선 양준일이 직접 "I'm So~ Sorry”라며 자필 사과문을 전했다. 장난스러운 그의 사과는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양준일은 소속사 미등록, 앨범 표절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지난해 두 차례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그는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 화면 캡처
사진=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 방송 화면 캡처
'천재 음악가'에게 가장 치명적인 건 '표절 의혹'이다. 인성과 별개로 음악가로서 자질의 문제기 때문에 대중의 반응도 어느 때보다 냉담하다.

작곡가로 명성을 쌓았던 유희열 역시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28년간 몸담던 연예계를 떠날 위기에 처했다. 지난 6월 유희열의 곡 '아주 사적인 밤'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아쿠아'를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희열이 곧장 류이치에 대한 사과문을 냈지만, 가요계는 발칵 뒤집혔다.

유희열이 13년간 진행하던 음악프로그램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60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22일 마지막 방송에서 그는 표절 의혹에 대한 언급 없이 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소감을 전했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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