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인, 정민아, 프럼 디 에어포트, 갓세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가인, 정민아, 프럼 디 에어포트, 갓세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가인, 정민아, 프럼 디 에어포트, 갓세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Fuck you, don’t want it now, 당연한 것처럼 네 곁에 눕긴 싫어

가인 ‘Fxxk U’ 中

가인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
오프라인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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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인의 새 앨범에서 좋은 음악을 기대한다면, 그건 전작들인 ‘스텝 2/4(Step 2/4)’ ‘토크 어바웃 에스(Talk About S)’가 일정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가인은 여러 장르에 대한 표현력을 보여주며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여타 여가수들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왔다. 가령, 가인이 온몸으로 표현해낸 ‘피어나’의 경우 훈육된 걸그룹이 어엿한 여가수로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선언문과도 같았다고 할까? 신보도 음악에 대한 기대에서 어긋나지 않는다. ‘진실 혹은 대담’은 훵크(Funk)의 전통적인 미감을 살리되 일렉트로니카를 적절히 배합한 곡으로 가인이 가진 요염한 소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실 이런 마니악한 스타일(어디까지나 국내 정서상)의 곡을 메인스트림의 가수가 부른다는 것은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편으로는 기존 걸그룹의 관성에서 벗어난 꽤 멋진 곡을 가인에게서 또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가인을 제작하는 프로덕션팀(조영철 프로듀서, 이민수 작곡가, 김이나 작사가 등)은 아이유도 함께 제작하는데, 가인의 음악을 만들 때 더욱 국내 트렌드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음악적인 완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정민아 ‘사람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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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 ‘상사몽’을 듣고 눈물을 글썽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집이다. 정민아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개량 가야금을 퉁기며 노래하는 싱어송라이터라는 점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정민아가 2집 ‘잔상’에서 베이시스트 서영도와 함께 연주를 추구하고, 3집 ‘오아시스’에서 일렉트로니카를 시도하는 등 꾸준히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키려 노력했다는 점이다. 3집 이후 사람의 일상과 삶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 정민아는 1년가량 전주, 원주, 부산 등을 돌며 관찰과 사색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속지에 실린 정민아의 말을 빌리면 안양의 수리산 한증막에는 “몸 파는 여자, 남편에게 쥐어 맞고 온 여자, 신 내린 여자 등등 온갖 종류의 몸이 아플만한 여자들이 모여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새 앨범에는 정민아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러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수록곡 ‘가난한 아가씨’ ‘서른세 살 엄마에게’ ‘부정한 여인’의 화자는 다 다른 것이다. 이 음반을 듣고 나면, 1집 ‘상사몽’을 들었을 때처럼 가슴이 따뜻해진다. 1집에서 ‘자신을 노래한 정민아’, 그리고 8년 후 4집에서 ‘타인을 노래한 정민아’가 청자에게 똑같이 위로로 다가가는 것이다.

프럼 디 에어포트 ‘Chemical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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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일렉트로 팝이다. 강남클럽에서 그저 정신 줄 놓고 춤추는 클러음악이 아닌, 일렉트로니카와 팝적인 어법이 조화를 이루는 일렉트로 팝이 대세란 말이다. 이제 이쪽 계열에서 이디오테잎, 하우스룰즈, 글렌체크, 카세트슈왈제네거 등 괄목할만한 음악을 들려주는 이들이 각광받고 있다. 이제 거기에 프럼 디 에어포트(From The Airport)라는 이름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마일로(MILO, 기타, 베이스 건반, 보컬)와 DJ 지(ZEE, DJ, 드럼, 건반, 보컬)의듀오로 이루어진 프럼 디 에어포트는 공항이 세계인들의 삶, 그리고 감정 교류의 시작이라는 의미로 팀명을 지었다. 팀 이름처럼 이들은 5곡이 담긴 데뷔 EP ‘케미컬 러브(Chemical Love)’에서 록, 일렉트로니카 등 여러 장르의 어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 음악을 들려준다. 미국에서 먼저 발표한 싱글들이 현지 웹진 등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으며 ‘타임라인스(Timelines)’는 ‘인디 셔플’의 차트에서 다프트 펑크를 꺾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앨범의 완성도는 이런 성과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려준다. 일렉트로니카 위로 기타를 통해 록의 질감을 표현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들려주는 것이 강점.

갓세븐 ‘Go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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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세븐의 데뷔앨범. 갓세븐은 JYP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출발을 상징한다는 할 수 있다. 올해를 기점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는 JYP로서는 갓세븐에 엄청난 공을 들였을 것이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보이그룹의 새로운 트렌드를 살피는데 있어서 갓세븐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퍼포먼스로는 역대 신인 보이그룹 중 최고라 할 만한 완성도를 이미 보여줬고, 이로써 올해 새로 데뷔하는 신인 보이그룹 중 일찌감치 선두를 점했다. 음악에서는 최근 보이그룹 주요 트렌드인 힙합의 리듬을 가미했다. ‘JYP 최초의 힙합그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는 있지만, 갓세븐의 음악에 힙합의 성향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박진영이 2PM 시절부터 선보인 트렌디한 R&B를 수용한 음악에 힙합의 향료가 뿌려졌다고 설명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앨범의 인트로인 ‘여보세요’부터 타이틀곡 ‘걸스 걸스 걸스’, ‘난 니가 좋아’ ‘따라 와’ 등 수록곡들은 매력적으로 윤기 있게 잘 빠진 곡들. ‘난 니가 좋아’ ‘따라 와’와 같이 랩이 강조된 음악들에서 귀에 박히는 멜로디를 들려주고 있다. 빅뱅, 2PM과는 또 다른 색.

빅 포니 ‘Long Live The Lie’ ‘Bob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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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빅 포니(본명 로버트 최)가 두 장의 정규앨범을 동시에 발매했다. 내가 아는 두 장의 정규를 함께 발표한 사례는 1991년 건즈 앤 로지스의 ‘유즈 유어 일루션(Use Your Illusion)’ 1탄과 2탄 정도다.(당시 건즈 앤 로지스는 미국 최고의 록스타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빅 포니는 ‘바비(Bobby)’에서는 모던포크, ‘롱 라이브 더 라이(Long Live The Lie)’에서는 일렉트로 팝 성향의 각기 다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재미 교포 2세인 빅 포니는 미국에서 성장했다. 미국에서 2005년 데뷔음반 ‘픽션 & 어더 리얼리티스(Fiction & Other Realities)’를 포함해 4장의 앨범을 발표한 빅 포니는 뉴욕과 로스앤젤레스를 오가며 활동했고, 2011년 한국에 들어와 국내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7~8살 무렵 처음 한국에 와 32살 때 두 번째 방문을 했을 정도로 모국과는 인연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빅 포니의 음악을 들어보면 국내 음악이 아닌 미국 인디팝을 듣
Bobby Cover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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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느낌을 받는다. 국내에 들어와서는 자신을 소개하는 의미에서 기존 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 ‘언 인트로덕션 투 빅 포니(An Introduction to Big Pony)’을 발표했다. ‘롱 리브 더 라이’와 ‘바비’는 빅 포니의 5집, 6집인 셈이다. ‘바비’에서는 통기타를 중심으로 모던포크를 들려준다. 국내 팬들이라면 안개가 낀 듯한 분위기 때문에 데미안 라이스를 연상하겠지만, 빅 포니의 음악은 사이먼 앤 가펑클의 고전미부터 근래의 뉴욕 인디포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색을 지닌다. 빅 포니의 방에서 저가형 콘덴서 마이크와 40달러짜리 중고 클래식기타로 녹음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간감을 잘 살린 사운드가 일품이다. ‘롱 리브 더 라이’에서는 놀랍게도 분위기를 바꿔 통기타 위로 일렉트로니카가 흐르는 일렉트로 팝을 들려준다. 그런데 자세히 들어보면 두 앨범 다 빅 포니의 음악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만큼 음악들이 닮아있다. 친구의 독립영화 사운드트랙을 작업하다가 이런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게 됐다고 하는데, 곡들이 지닌 매력이 상당하다. 내공 덕분이겠지.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 ‘Officially, we hate 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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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헤이트 제이에이치의 데뷔 EP. 팀 이름이 독특하다. 파워팝, 팝펑크 등에 지대한 애정을 가진 박주현(보컬, 기타)을 중심으로 이상근(드럼), 정진욱(베이스), 라일준(기타)가 4인조를 이룬 위 헤이트 에이에이치는 이모(Emo) 계열의 음악을 들려준다. 소속사 GMC레코드 측은 ‘개러지 리바이벌에 대한 종언, 이모 리바이벌의 한국 상륙’이라는 꽤 거창한 홍보문구를 쓰고 있는데,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의 음악을 들어보면 이 문구가 그리 과장이 아닌 것 같다. 인디 신 초기부터 이모 계열의 음악들이 각광받았는데 최근 파워팝 계열의 팀들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위 헤이트 제이에이치는 파워팝이 지닌 역동하는 에너지, 그리고 드라마틱한 멜로디 등을 제대로 재현해낸다. 전곡이 고르게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감성을 자극하는 기타 연주의 멜로디가 상당히 뛰어나다. 몸과 마음을 춤추게 하는 음악. 올해 페스티벌 시장에서 각광받는 팀으로 떠오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모과이 ‘Rave Tapes’
(앨범 커버) MOGWAI_RT_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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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과이의 뜨끈뜨끈한 정규 8집. 데뷔앨범 ‘모과이 영 팀(Mogwai Young Team)’이 1997년에 나왔으니 모과이도 이제 18년차 밴드가 됐다. 모과이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음악잡지 ‘핫뮤직’의 샘플러CD에 담긴 곡 ‘테이크 미 섬웨어 나이스(Take Me Somewhere Nice)’ 덕분이었다. 음울한 기타 아르페지오에 이어지는 읊조리는 듯한 노래, 그리고 아름다운 노이즈 사운드가 단번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과이는 지난 앨범들을 통해 연주 중심의 노이즈 사운드의 미감을 확립했다. 자신들은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 더 큐어, 슬린트의 영향을 받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지금의 사운드가 나왔다고 말하는데 음악은 설명할 필요 없이 멋지고, 견고한 구조미를 지니고 있다. 새 앨범 ‘레이브 테이프스(Rave Tapes)’는 기존에 비해 신디사이저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비교적 기타의 디스토션 사운드의 비중이 들어 기존과 다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새 앨범의 진가는 오는 16일 유니클로 악스에서 열리는 두 번째 내한공연에서 확인하면 될 듯.

타미아 ‘Beautiful Surpr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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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미아의 정규 5집. 타미아는 퀸시 존스가 발탁한 여가수로 유명하다. 퀸시 존스는 한 번 찜한 뮤지션은 주구장창 함께 작업하는 집착을 보인다. 타미아는 퀸시 존스의 이런저런 프로젝트에 단골로 참가했는데 출중한 실력과 외모를 겸비했음에도 슈퍼스타 반열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노래 실력이야 흠잡을 때가 없지만 말이다. 타미아는 ‘오피셜리 미싱 유(Officially Missing You)’가 씨스타 소유, 악동뮤지션 등에 의해 리메이크되면서 최근 국내에서 다시금 주목받기도 했다. 2003년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고 NBA 최고 농구스타 그랜트 힐과의 결혼, 출산 등으로 가수 생활을 중단한 타미아는 2006년 자신이 직접 설립한 레이블을 통해 4집 ‘비트윈 프렌즈(Between Friends)’를 발표하며 컴백했다. 이후 6년 만에 발표하는 5집 ‘뷰티풀 서프라이즈(Beautiful Surprise]에는 타미아의 여전한 가창력이 돋보인다. 작업에는 브루노 마스, 켈리 클락슨 등과 작업한 작곡가 클라우드 켈리(Claude Kelly)와 크리스 브라운, 저스틴 비버의 프로덕션팀 더 러너 등이 참여했는데 음악은 90년대 R&B 풍의 스타일을 들려주고 있다.

닐스 란드그렌 ‘Eternal Beau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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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혼’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트롬보니스트 닐스 란드그렌의 보컬 앨범. 닐스 란드그렌도 어느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닐스 란드그렌 훵크 유닛과 솔로 활동, 그 외 다수의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정력적인 활동을 자랑하고 있다. 닐스 란드그렌은 보컬앨범 ‘발라드(Ballads)’ 등을 통해 분위기 있는 보컬을 선보인 바 있다. 일반 재즈보컬리스트들처럼 화려한 스캣을 들려주지는 않지만, 쳇 베이커처럼 속삭이듯이 부드럽게 노래한다. 이 앨범은 닐스 란드그렌의 통산 네 번째 발라드 앨범으로 라스 다니엘손(베이스), 미카엘 울니(피아노), 요한 노베리(기타) 등 명인들이 함께 하며 우아한 음악을 들려준다. 닐스 란드그렌의 자작곡을 비롯해 제임스 테일러, 조지 해리슨, 티나 터너, 이반 린스, 그리고 음악적 지우인 에스비외른 스벤손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닐스 란드그렌의 매혹적인 곡 해석력을 다시 한 번 느껴볼 수 있는 앨범.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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