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꼭두의 계절'
/사진 = '꼭두의 계절'
김정현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18일 방송된 MBC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 15회에서는 더 이상의 비극을 원치 않은 꼭두(김정현 분)가 영원한 안식을 맞이했다. 혼자가 된 한계절(임수향 분)은 애처로이 눈물만 흘려 신이 만든 이들의 사랑에 슬픔만이 남게 될지,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했다.

저승의 문이 열리자 홀린 듯 걸어 들어가던 꼭두를 잡아 세운 것은 한계절의 입에서 호명된 '오현'이라는 이름이었다. 저승신이 되어 천년 간 고통받을 동안 단 한 번도 불리지 않았던 이름이자 꼭두의 기억에서조차 잊혔던 그 이름이 한계절을 통해 되살아난 것. 그렇게 원념으로 지워졌던 설희(임수향 분)와의 사랑까지 떠올린 꼭두는 한계절을 품에 안고 오래전 나누지 못한 인사를 주고받으며 묵은 응어리들을 떨쳐냈다.

하지만 꼭두가 간절히 바라던 봄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저승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을 저버린 꼭두에게 무시할 수 없는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 한계절의 명령이 통하지 않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꼭두는 한계절을 곁에 두고도 밀려오는 원한의 목소리에 고통을 삼켜야만 했고 결국 한계절의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신의 뜻을 따를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에 꼭두는 지난날 한계절과 나눠 가졌던 보호 계약서의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조항을 삭제했다. 애써 웃는 얼굴로 언젠가 다가올 끝을 예고하는 꼭두에게 채 지워지지 않은 아픔이 서려 있어 그가 감당하고 있을 감정의 크기가 얼마나 클지 가늠케 했다.

꼭두가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한계절은 그가 그토록 두려워하던 ‘괴물’ 같은 모습과 마주했다. 고통에 미쳐 날뛰던 꼭두를 겨우 잠재운 뒤에야 꼭두가 예고한 끝이 그의 죽음이었음을, 그리고 죽음으로 이루어질 구원이 자신의 손에 달려있다는 믿기 힘든 현실을 맞닥뜨렸다. 꼭두가 견디기 힘든 괴로움과 싸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과거를 반복해 꼭두를 죽게 할 수는 없었기에 한계절 역시 허망한 마음과 싸워야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성당을 찾은 한계절은 꼭두와 함께 있게만 해달라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러나 만 번의 생을 거쳐 다시 만난 인연을 직접 잘라야 하는 운명은 끊어내기 쉽지 않았다. 끔찍한 목소리들에 휩싸인 꼭두가 또다시 이성을 잃은 상황. 한계절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줘”라는 꼭두의 마지막 소원에 사랑한다고 응답, 천년의 저주에서 꼭두를 해방시켰다.

한계절로부터 고요한 평온을 선물 받은 꼭두는 오열하는 그녀를 앞에 두고 매 순간 행복했다고 고백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계절은 꼭두를 놓칠세라 연신 사랑을 고백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는 천 년 동안 닿을 수 없던 사랑이 비로소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작별의 입맞춤을 끝으로 바람처럼 사라진 꼭두의 길 위에서 한계절이 무너져 버린 가운데 15회가 막을 내려 안방을 긴 여운으로 물들였다.

‘꼭두의 계절’ 16회는 오는 24일(금) 밤 9시 50분 방송.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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