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권민아·지민의 끝없는 마찰
일찍 손절한 초아만 '노났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AOA
전 AOA 권민아(왼쪽부터), 초아, 지민/ 사진=tvN, 텐아시아DB
전 AOA 권민아(왼쪽부터), 초아, 지민/ 사진=tvN, 텐아시아DB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새우 싸움 구경하던 고래가 춤 추는 꼴.

그룹 AOA를 떠난 멤버들간의 마찰이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모인 이들의 대화록이 공개되면서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권민아와 지민은 밑바닥을 드러냈고, 이를 중재하던 초아만 호감도를 높였다.

8일 디스패치는 권민아와 지민의 갈등이 담긴 128분간의 대화록을 공개했다. 권민아가 지난해 7월 AOA 활동 당시 리더 지민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한 뒤, 모든 멤버들이 만나 나눈 대화의 일부 내용이 담겼다.

공개된 대화록 내용은 처참했다. 권민아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호소했고, 지민은 기억하지 못 했다. 날선 발언과 의미 없는 감정 싸움이 오갔고, 화해를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는 파국으로 치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 때 총대 메고 나선 건 이미 오래 전 그룹을 떠난 초아였다. 그는 맏언니답게 가장 냉철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했고, 두 사람의 입장을 정리하면서도 공감해줬다. 극도로 불안정한 감정 상태로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을 사실상 초아가 타이른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1년이 훨씬 지난 시점에도 두 사람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결국 이날 보도로 인해 권민아와 지민 모두 상황이 달라졌다. 권민아는 마냥 억울한 피해자로 둔갑할 수 없게 됐고, 지민도 리더답지 못한 문제 대처 능력을 보여주며 실망감을 안겼다. 분명한 건 일방적인 괴롭힘으로 알려졌던 사건의 책임을 어느 누구 한 명에게 묻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멤버들의 만남 이후 권민아가 지민에게 보낸 메신저 내용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과 패륜적인 발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반전이 나왔다. 권민아가 당했다던 괴롭힘만큼이나 폭력적이었다. 과거가 어찌 됐든 더 이상 두 사람의 관계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분하는 건 무의미해졌다.
前 AOA 권민아(왼쪽), 지민/ 사진=텐아시아DB
前 AOA 권민아(왼쪽), 지민/ 사진=텐아시아DB
하지만 새로운 국면은 비교적 지민에게 유리하게 흘러갔다. 그를 향한 동정론이 나오면서 일부 호의적인 반응이 나왔기 때문이다. 묘한 타이밍인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 1년 2개월만에 사진전에 다녀온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매일 머리를 숙이고 다닌다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보도도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민이 저질렀던 잘못이 상쇄되는 건 아니다. 리더로서 책임감 있게 멤버를 보듬어야 했던 그가 먼저 민아에게 상처를 줬다는 건 스스로도 인정한 사실이다. 게다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팀을 떠나겠다며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자신이 팀을 나가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는 식의 행동은 리더로써 무책임하기 짝이 없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대화록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권민아가 각종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공개된 점, FNC 내부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이 담긴 점을 미뤄볼 때 일방적으로 한 쪽에 유리한 주장만 담겼다는 게 그 이유다. 또 권민아가 매니저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건 그룹 내 괴롭힘과는 별개의 문제인데 깍아내리기식 폭로로 논점을 흐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에서 뜻밖의 수혜자는 초아가 됐다. 2017년 팀을 떠난 그가 어느 누구보다 사태 수습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초아는 멤버들이 회동하는 자리를 피할 수 있는 위치였음에도 직접 맞섰고, 도의적인 책임을 다했다.

초아도 과거 팀을 떠나는 과정에서 많은 잡음을 일으키며 멤버들에게 피해를 끼쳤다. 그 역시 SNS를 통해 자신의 울분을 토해냈다. 그렇기에 동생들 앞에서 지난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했다. 또 자신이 먼저 경험했던 흑역사를 동생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이번 사태에서 초아가 유일하게 박수를 받는 이유다.

이미 그룹을 떠난 권민아와 지민의 끝나지 않는 대립이 AOA 팀 전체를 먹칠하고 있다. 최대 피해자는 AOA와 팬들이 됐다. 1년 넘게 각종 논란과 폭로로 대중에게 소비되는 사이 AOA는 걸그룹으로서의 생명력을 점점 다해가고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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