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700회 특집
단순 자축 파티 아니었다
'무심함' 대신 '진심' 전했다
'라디오스타' 700회 특집/ 사진=MBC 캡처
'라디오스타' 700회 특집/ 사진=MBC 캡처
MBC '라디오스타'('라스')가 700회를 맞아 지난 13년간 동고동락한 MC들을 초청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다른 프로그램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자축성 특집이지만 10주년도 무심히 지나간 '라디오스타'였기에 그 의미가 남달랐다.

지난 23일 방송된 '라디오스타'에서는 전 MC 윤종신, 유세윤, 규현이 게스트로 출연해 지난 700회를 회상했다. 세 사람은 현 MC 김국진, 김구라, 안영미와 더불어 레전트 특집과 게스트들을 꼽았다.

이는 앞서 '라디오스타'의 10주년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다. 2017년 10주년 특집으로 꾸민 '라디오스타'에서 김구라는 "솔직히 '라스'의 10년은 그냥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종신도 이에 수긍하며 "'라스'의 톤 앤 매너는 '무심함'"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게스트도 다른 장수 프로그램의 출연진을 불러 10주년에 대한 자축보다는 오래된 방송의 특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날 700회 특집에서도 서로를 물어 뜯는 특유의 '무심함'은 있었지만 이례적으로 지난 13년을 되돌아보는 자축 파티로 꾸몄다. 특히 오랜 시간 '라스'와 함께한 출연진들의 숨겨온 진심은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종신은 '라스'의 전성기를 "'무릎팍도사' 더부살이 할 때"라며 "프로그램이 언제 종영될지 모른다고 생각해 더 열심히 몰입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그때가 재밌었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컸다"며 "그런 마음가짐이 구라도, 국진이형도 이 방송에 덤비게 했다. '라스'를 유지하려고 마음과는 다르게 짓궂은 질문도 했다"고 털어놨다.
'라디오스타' 700회 특집/ 사진=MBC 캡처
'라디오스타' 700회 특집/ 사진=MBC 캡처
방송 말미에는 출연진 모두가 '라디오스타'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라디오스타'의 공식질문 '나에게 '라스'란?'이 주어지자 규현은 "감사한 곳", 유세윤은 "내 생애 가장 불안정한 시기에 가장 웃길 수 있었던 곳"이라고 말했다. 윤종신도 "10년 이상 했으니 내 인생의 최소 10%를 함께한 프로다. 내게 문신 같은 존재"라고 답했다.

김구라는 "끝나지 않는 숙제"라며 다소 '무심'하게 대답했으나 맏형 김국진이 훈훈하게 마무리를 지었다. 그는 "'라디오스타' 하기 전에 방송을 안 하려고 했다. 다시는 방송 안 한다고 중국에 갔는데 끈질긴 러브콜에 '가서 할게요'라고 했던 것이 '라디오스타'"라며 "그래서 내게 '라스'는 국진 주니어다. 또 하나의 방송 인생을 열어준 곳"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평소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은 김국진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큰 용기를 낸 고백이었다.

2007년 5월 30일 첫 방송된 '라디오스타'는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더부살이하던 자투리 방송으로 출발했다. 매주 "다음주에 만나요, 제발"이라고 간절한 인사를 건네던 프로그램은 특유의 B급 감성과 수위 높은 이야기, MC들의 케미로 장수 토크쇼로 거듭났다.

물론 윤종신의 말처럼 '라디오스타'의 강점은 '무심함'에서 온다. 13년간 많은 토크쇼가 쏟아지고, 방송 트렌드가 바뀌었지만 이야기 도중 눈물을 흘리는 게스트에게 "가지가지한다"고 말할 수 있고, 이를 웃음으로 받아드릴 수 있는 방송은 아직도 '라디오스타'가 유일하다.

그렇기에 이날 MC들이 전한 진심은 더욱 큰 울림을 선사했다. 단순히 자축성 특집에 그치지 않고 오랜 시간 함께한 시청자들과 추억을 나눈 제작진의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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